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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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로마 외곽의 빈민촌 피콜라상하이에서 태어난 톰마소는 말초적인 욕구 충족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창녀들이 몸을 파는 모습을 엿보며 자위하고, 동성애자 담임선생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벌려 하며, 촌에서 올라온 순박한 올리브 장수에게 시비를 걸어 돈을 우려낸다. 그것이 톰마소와 친구들의 일과이다.

그들의 악행은 점차 조직적인 범죄 양상을 띄어 가는데, 여행객의 짐을 훔쳐 장물아비에게 넘기거나 차를 훔쳐 타고 몰려다니며 주유소를 털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절친했던 렐로는 전차사고로 불구가 되고 다른 친구들도 일제 검거로 체포된다.

겨우 체포를 면한 톰마소가 다른 동네에서 이레네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썩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톰마소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이레네 역시 톰마소가 싫지 않았다. 그러나 톰마소가 이레네를 대하는 태도에서 신사적인 면을 찾긴 어려웠다. 처음 영화관에 데려간 날, 톰마소는 이레네의 몸을 더듬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

어쨌거나 톰마소는 그녀에게 구애하여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기타를 멋드러지게 칠 줄 아는 친구를 대동하고 그녀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러 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고 마는데, 그 동네 사는 건달같은 우편배달부가 끈질기게 톰마소를 욕보이려 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두르고 만 것이었다. 톰마소는 체포되어 형무소에 갇힌다.


제2부


형무소에서 나온 톰마소는 자신의 집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두 동생인 티토와 토토가 병으로 죽은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깨끗한 이나카세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레네와 재회하여 다시 사귀게 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운명은 톰마소의 편이 아니었다. 징병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결핵 판정을 받은 것이다. 톰마소는 포를라니니 병원에 강제로 수용된다.

그곳에서 톰마소는 베르나르디니라는 활동가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톰마소는 생전 처음으로 타인을 위해 무언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되고, 실제로 굴리엘미와 페초라는 공산당 세포의 도피를 돕게 된다.

톰마소는 병원 퇴원 후에도 공산당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지부를 찾아가지만, 간부들이 횡령을 모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어찌어찌 공산당에 입당은 하지만 톰마소의 생활에는 변화가 없었다. 예전처럼 극장에 가서 호모를 겁박으로 돈을 우려내 데이트 자금을 만들었고, 순진한 이레네에게는 손찌검을 하며 못되게 굴었다.

그러던 중, 피콜라상하이에 큰 물난리가 난다. 구조대원들은 마을 지리를 잘 알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톰마소는 주저하지 않고 구조에 참여하여 마을 사람들을 구조한다. 그날 물에 흠뻑 젖어 감기가 걸린 톰마소는 결핵이 악화되어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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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마소의 삶은 책 제목처럼 매우 폭력적이다. 그런데,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톰마소 주위에는 본이 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세대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뿐 자식 교육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선생은 학생을 성적으로 남용하여 욕망을 채우는 변태이고, 창녀들은 동네 아무곳에서나 몸을 판다.

그런 톰마소가 이레네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찰나이기는 하나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이 제시된다. 하지만 '또 다른 삶' 역시 학습과 준비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는 성당에 가서 신부에게 '결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답변에 만족한다. 로마카톨릭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에 편입되기 위해서 톰마소는 신부에게 '필요 서류'를 물을게 아니라, 미사와 세례로 표현되는 제의에 참여했어야 했다. 하지만 톰마소는 그러지 않았다. 

다음으로 톰마소는 이레네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할 줄 몰랐기에 성적 대상으로만 대했다. 세레나데를 부르러 갔다가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더라도 톰마소의 '또 다른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2부에서 톰마소가 집에 돌아왔을 때 톰마소는 번듯한 아파트에서 또다시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깨끗한 주거환경과 주변의 점잖은 이웃들 덕에 자신도 중산층에 편입되었다는 환상을 품게된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결핵요양병원으로 팽개치고 만다.

병원에서 톰마소는 공산당 활동가 베르나르디니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사망한 사람이었다. 톰마소는 그가 몸담았던 공산당에 가입하지만 그곳은 이미 협잡꾼과 부패한 자들이 득실거렸다. 이 점은 매우 상징적인데, 작가는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이 그 이데올로기의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의 정당성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작가는 민중이 순진함과 폭력성 모두를 지닌 존재이며, 그들이 비참한 삶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것은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영웅적 행동을 통한 각성'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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