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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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모든 성인과 순교자들의 영혼을 제사지낸다고 하는 11월 1일 만성절 만찬 자리에서 로즈메리 바턴이 청산가리를 마시고 자살한다. 매우 아리따운 외모에 엄청난 재산을 소유했던 그녀가 독감을 앓은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주위 사람들은 매우 애통해했다.

그녀의 유산은 최초 유증자의 뜻에 따라 그녀의 동생 아이리스 말에게 상속되었고, 조지 바턴은 이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 역시 대단한 부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리스 말이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부치지 않은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로즈메리의 죽음이 과연 자살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녀의 편지는 내연남의 존재와 그의 변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포기 못하는 로즈메리의 상황이 암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녀가 살해당했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로즈메리가 아이를 낳기 전에 사망하면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동생 아이리스 말, 로즈메리의 남편 조지 바턴을 사랑하는 비서 루스 레싱, 로즈메리와 내연관계일지도 모를 정치인 스티븐 페러데이, 남편을 로즈메리에게 빼앗겨 질투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를 알렉산드라 페러데이, 한때 감옥을 들락거렸던 수수께끼의 사기꾼 앤터니 브라운.


놀랍게도 등장인물 모두가 그녀를 용의자로서 손색이 없는 사연을 갖고 있다.


조지 바턴은 범인을 잡기 위해 1년 전 만성절 만찬에 참여했던 손님들을 다시 초대한 뒤 로즈메리 바턴과 꼭 닮은 여배우를 초대한다. 범인은 죽은 로즈메리가 살아왔다고 착각하여 심적 동요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므로 범인이 누구인지도 손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거사 당일 여배우는 나타나지 않고, 조지 바턴이 술잔을 들이키더니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 연달아 일어난 두 건의 만성절 살인사건을 해결한 것은 뜻밖에도 의문의 사기꾼 앤터니 브라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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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에게 모든 실마리를 주고 대결을 청하는 엘러리 퀸과 달리 아가사 크리스티는 실마리 일부를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점은, 엘러리 퀸의 경우 범인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운 반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경우에는 범인 맞추기가 매우 쉽다는 점이다. 다만 그가 왜 범인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는 있다. 왜냐면 사건 해결을 위한 모든 단서를 손에 쥐지 못하기 때문이다.

<잊을 수 없는 죽음>의 범인도 맞추기는 매우 쉽다. 스토리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인물, 즉 로즈메리의 사촌이자 망나니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자가 자꾸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가 범인인 것은 분명한데 왜 조지 바턴을 노렸고, 어떤 수법을 썼는지는 풀기가 어렵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사건을 한번 더 꼬아놓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약간 억지스러운데, 만찬 자리에서 누군가가 떨어뜨린 가방을 종업원이 엉뚱한 자리에 놓는다. 별다른 의미 없는 이 행동 때문에 사람들이 춤을 추고 돌아왔을 때 앉는 위치가 바뀌어 버린다. 모두들 가방을 중심으로 자기자리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애초 청산가리는 아이리스 말의 잔에 녹아 있었지만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조지 바턴이 청산가리를 먹고 죽게 된다. 만약 아이리스 말이 청산가리를 먹고 죽는다면 그녀의 유산은 모두 망나니 사촌의 엄마에게로 갔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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