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 씨, 홀로 죽다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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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파르조 센에마른에 주소지를 둔 방문 판매 사원 에밀 갈레가 25일에서 26일 밤 사이에 상세르의 라 루아르 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메그레 경감이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하여 갈레씨의 집에 찾아간다. 갈레 부인은 자세가 꼿꼿하고 자존심이 세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남편이 최근에 엽서를 보낸 곳과 사망한 장소의 지리적 거리가 멀다는 점에 근거하여 사망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신을 본 뒤에 그녀는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어쩐지 슬퍼하는 태도가 어색해보였다.

갈레씨의 시신도 기묘한 점이 있었다. 총알이 얼굴을 관통하여 망가뜨려 놓았고, 단도가 심장에 꽂혀 있었다. 총과 칼을 모두 이용하여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메그레는 갈레씨가 어떤 인물인지 조사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기묘한 점들이 발견된다. 그는 간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프랑짜리 생명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보험회사에서는 질병을 앓고 있는 그의 보험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요구했을 것이었다. 

사실 갈레씨는 방문 판매 사원 일을 그만둔 지 오래였다. 그는 왕당파의 부흥을 바라는 노인네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우려내 생계를 꾸려온 지 벌써 14년째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과연 사기를 쳐서 집에 생활비를 대고 보험료까지 납부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던 중 유력한 용의자로 갈레씨의 아들과, 호텔 인근의 귀족이 떠오른다. 갈레씨의 아들은 나이 많은 과부를 정부로 두고 있었는데, 이 일로 아버지와 껄끄러운 말다툼을 한 것 같았다. 또 호텔과 인접한 성에 사는 귀족 생틸레르도 갈레씨와 몇 차례 언성을 높인 것이 목격된다. 하지만 둘 다 알리바이가 확인되어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그러다가 갈레씨를 인도네시아에서 알고 지냈다는 제보자가 나타난다. 그는 갈레씨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과 사기 결혼하기 위해 벌였던 엉뚱한 일들을 한바탕 늘어 놓는다. 메그레 경감은 그제서야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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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코냑 한 통, 그리고 심농 소설과 지내는 게 최고다. 루이스 세풀베다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 헤밍웨이

깊이의 거장. 심농은 허구에서든 현실에서든, 열정적이든 이성적이든 한결같이 자유로웠던 소설가이다. 존 르 카레

심농을 읽지 않았다면 <이방인>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 거다. 알베르 카뮈

 

심농은 거장으로 불릴만한 소설가들로부터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추리소설가이다. <갈레 씨, 홀로 죽다>는 1930년 여름에 집필되어 1931년에 발표되었는데, 쓰인 것은 <수상한 라트비아인>보다 나중이지만 가장 먼저 출간된 소설이다.

 

소설은 제목과 같이 무척 쓸쓸한 분위기를 띤다. 갈레씨의 장인은 왕당파의 부흥을 지원하는 신문을 발행하고 있었는데, 말년에는 자금이 떨어져 곤란을 겪는다. 그 때 갈레씨의 3만 프랑이 요긴하게 쓰인다. 그러나 장인은 3만 프랑을 얻을 욕심에 딸을 내준 뒤에도 갈레씨를 낮춰 보고 무시했다. 그것은 갈레씨의 아내와 처제 내외도 마찬가지였다.

갈레씨는 결혼 뒤 곧 방문 판매 사원 일을 그만둔다. 그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장인이 발행하던 왕당파 신문에 후원금을 낼만한 노인네들을 찾아다니며 사기를 친다. 그것은 조금 돈이 되었다. 하지만 얼마 뒤 갈레씨의 사기행각을 알아차린 갈레씨의 아들이 갈레씨를 익명으로 협박하여 돈을 우려내기 시작한다. 갈레씨는 자신이 이런식으로 계속 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예감한다. 간도 나빠져서 회복되기 어려워보였다. 그는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30만프랑은 아내와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협박범으로부터 2만 프랑이라는 거금을 요구받은 갈레씨가 생틸레르를 찾아가 돈을 요구한다. 생틸레르는 거절한다. 생틸레르는 과거에 갈레씨에게 3만프랑을 주고 이름을 샀다. 귀족 이름이 필요하다며 돈을 건낸 것이었지만, 사실은 생틸레르의 먼 친척이 사망하면 막대한 유산이 들어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생틸레르라는 이름을 사고난 뒤 4년 후, 그는 120만 프랑의 유산을 상속받는다. 3만 프랑으로 120만 프랑을 산 셈이었다. 그 뒤 생틸레르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게 된 갈레씨에게 푼돈을 던져주곤 했다. 하지만 2만 프랑을 요구받자 냉정히 거절한다.

갈레씨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권총을 메달아 자신에게 발사되도록 설치한다. 총 세발이 발사될 것이었다. 한발이 얼굴을 관통한다. 갈레씨는 얼굴 반쪽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자신을 죽여줄 총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장치가 고장났는지 총알은 발사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단검을 꺼내 자신의 심장에 찔러 넣는다. 그렇게 갈레씨는 홀로 죽는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이름을 팔아 넘기고, 가짜 귀족으로부터 멸시 받은 사내. 아내는 자신을 멸시하고 아들은 자신을 협박하여 돈을 우려낸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족들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14년간 돈을 번 사내. 

유예의 시간이 다하자, 예정된 결말처럼 자살하고 마는 갈레씨. 메그레 경감은 진상을 모두 파악한 뒤에 사건을 미결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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