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바라티 무커르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주인공 죠티는 파키스탄에 접경한 인도의 하스나푸르에서 자란다. 어렸을 적 점술가로부터 '서방잡아먹을 년' 예언을 듣지만 점술가에게 미친 늙은이라며 반발한다. 학교 선생 마스테르지에게서 영어 책들을 빌려다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던 죠티는 오빠 친구인 프라카시에게 반한다. 프라카시는 영어를 읽을 줄 알았고 가전제품들을 수리했으며, 언젠가 미국으로 유학갈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그와 결혼한 후 프라카시는 죠티에게 자스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며 그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준다. 프라카시가 은사로부터 미국 유학을 진지하게 제의받은 후 둘은 이민을 위한 준비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시크교도의 폭탄 테러로 프라카시는 죽고 만다.

자스민은 혼자만이라도 미국으로 건너갈 결심을 한 후 더러운 밀항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건너간 첫 날 밀항선 선장에게 강간당한 자스민은 그를 살해한 후 정처없이 떠돌다가 마음씨 좋은 미국 여성에게 구원을 받는다.

프라카시의 은사에게 몸을 의탁하여 한동안 생계를 꾸려가던 자스민은 과감히 그들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은사는 편지에서 밝혔던 것처럼 교수가 아니었고 -그는 가발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집을 인도식 질서에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보모 자리였다. 테일러와 와일리 부부가 입양한 더프를 돌보는 일이었는데 자스민은 충분한 급료뿐만 아니라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남는 시간에는 대학 공개강좌도 들을 수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와일리가 바람이 나고, 테일러가 자스민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자스민은 테일러와 함께할 수도 있었지만 뜻밖의 사건으로 자스민은 테일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 자신의 남편을 테러한 시크교도가 테일러의 집 부근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오와로 건너간 자스민은 중년 은행가 버드를 만나 그와 사랑하게 된다. 그의 직업과 관련한 문제로 한 농부가 산탄총을 쏴 버드는 하반신 마비가 되지만 자스민은 그의 아기를 임신한다. 이제 자스민의 이름은 제인으로 바뀌어 있다. 둘은 베트남난민 출신인 듀를 입양한다.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자스민을 잊지 못한 테일러가 보낸 것이었다. 얼마 후 테일러가 자스민을 찾아오고, 그녀는 한 통의 편지를 남겨둔 채 그와 함께 길을 떠난다.

 

순전히 번역가가 시인 최승자였기 때문에 집어든 책인데 내용은 밋밋하고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1989년에 출판된 이 소설의 시각은 매우 편향되어 있는데 인도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인도의 가난한 마을 소녀가 어떻게 미국에 정착하게 되는가 파란만장하게 서술되는 것 같지만 소설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대비가 그것이다. 자스민의 삶은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삶이다. 마스테르지-프라카시-테일러-버드-테일러가 그것이다. 자스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은 인도인들이다. 그들은 예언으로 그녀를 속박하고, 테러로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가며, 강간하고, 그럴싸한 거짓말을 한다. 반면 미국인들은 그녀에게 매혹 당하고, 그녀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 난다. 아메리칸드림의 전도서인 이 책은 뉴욕 타임즈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뽑혔고, 다른 의미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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