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78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68년 스페인은 정치적 혼란기를 겪고 있었다. 왕권이 약화되어 여왕을 폐위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었고 공화주의자들은 공공연히 혁명을 외쳐대고 있었다.

주인공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는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서 한 걸음 떨어져 검술을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는 유행이 지난 사람이었다. 검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는데, 총이 보급된 후 검은 살상 능력 면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무기 취급을 받았고 명예를 걸고 검으로 대결하는 결투 역시 사라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하이메의 집으로 아델라 데 오테로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찾아와 검술 사사를 부탁한다. 하이메는 검술이 남자들의 세계에 속했다고 여기는 약간 고지식한 사람이었기에 내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열성으로 부탁했고 검술 실력 역시 수준 이상이었기에 검술 지도를 수락하고 만다.

하이메는 그녀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과정에서그녀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감지하고 당혹스러워한다. 늦은 나이에 찾아든 그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하이메는 '200 에스쿠도' 라는 필살의 검법까지 그녀에게 전수한다.

그 즈음 아델라가 하이메로부터 검술 지도를 받는 귀족 루이스 데 아얄라와 친분을 맺게 된다. 둘은 곧 거리에 소문을 뿌려대며 함께하기 시작했다. 아델라는 더 이상 하이메에게 검술을 배우러 오지 않는다.

 

얼마 후, 루이스 데 아얄라가 목을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200 에스쿠도 수법에 당한 것으로 보였다. 하이메는 루이스 데 아얄라가 아델라에게 당한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여 당황하지만, 그녀 역시 얼굴이 으깨어진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하이메는 죽기 전 루이스 데 아얄라가 자신에게 맡긴 서류가 사건과 관련이 있다 생각하여 검토해보지만 정치적인 편지들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이메는 급진을 표방하며 혁명적 발언을 일삼던 친구 카르셀레스에게 서류의 의미를 파악해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역시 얼마 후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범인들이 자신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하이메는 명예롭게 싸우다 죽기로 각오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자신의 집에서 침입자들을 기다린다. 마침내 나타난 침입자는 놀랍게도 시체로 발견된 아델라 데 오테로였다.

 

------

 

스러져가는 것들은 늘 안타깝고 애처롭다. 그것들은 자기 수양의 이미지와 어울린다. 새로운 것들은 체득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스러져가기 직전의 것들은 역사의 마무리를 위한 내적 성찰을 준비한다.

그래서 일본 사무라이 이야기들은 용도 폐기된 '신선조'들의 이야기를 거듭 소재로 사용한다. 총 앞에서 달려드는 신선조들의 이야기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룬 소설은 거의 없다.

<검의 대가>의 하이메 아스타를로아 역시 이미 한 물 간 검술을 부여잡고 있다. 권총으로 원거리에서 '빵' 하면 지푸라기 처럼 쓰러져버리는 시대에 검술의 요체를 제자들에게 설명하며 명예와 긍지를 이야기하는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를 통해 작가는 내면의 성찰과 평화, 명예와 긍지야 말로 혼동의 시대를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