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를 입은 비너스 펭귄클래식 61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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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는 1836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변방,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렘베르크에서 경찰국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역사학 교수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마조흐는 하나의 틀을 가지고 사랑, 재산, 국가, 전쟁, 죽음을 테마로 여섯 권의 책을 쓰기로 계획하고 이 연작소설들에 '카인의 유산'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첫 번째가 바로 '사랑'을 테마로 한 <모피를 입은 비너스(1870)>이다. 

 

소설은 갈리시아 출신의 귀족이자 지주로 이제 갓 서른 즈음 된 제베린 폰 쿠지엠스키가 <모피를 입은 비너스>라는 그림에 얽힌 자신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제베린의 집 위층 방에는 반다 폰 두나예프라는 이름의 돈 많고 아름다운 미망인이 살고 있었다. 제베린은 돌로 된 비너스상을 남몰래 흠모해오다가 반다에게서 차가운 비너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반다는 자신이 제베린을 한 달이나 두 달을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제베린을 사랑할 수는 없다면서 거절한다. 제베린은 그녀를 소유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녀의 노예가 되는 자신의 환상을 실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반다는 제베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당분간은 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의 기묘한 부탁에 머뭇거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누군가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면이 있음을 발견하고 쾌감마저 느끼게 되고, 급기야 제베린에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길 강요하고 고문과 죽음의 권한도 자신이 소유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여행지에서 화가를 압도적인 매력으로 지배하게 된 반다는 모피를 입고 엎드린 제베린을 밟고 있는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 후 그리스 출신 젊은이에게 반한 반다는 제베린을 교묘하게 속여 결박한 후 그리스 남자로 하여금 제베린을 채찍으로 고문하도록 만든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제베린이 고향으로 돌아와 얼마간 가업을 되살리며 삶을 꾸려가고 있을 때 한 통의 편지와 꾸러미가 도착한다. 반다가 보낸 편지에는 제베린의 환상을 충족시켜준 자신 덕분에 이제는 건강해졌길 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꾸러미에는 언젠가 독일인 화가가 그린 그림 <모피를 든 비너스>가 들어 있었다.

 

욕망하는 쪽은 남성이고 여성은 그 욕망의 대상이죠. 이것이 여성이 갖는 전적이고도 결정적인 이점이에요. 자연은 남성이 지닌 열정을 통해 남성을 여성의 손아귀에 넘겨주었어요. 그러니 남성을 자신의 종으로, 노예로, 한마디로 노리갯감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깔깔대며 차버리지 못하는 여자는 뭔가 잘못된 여자에요...... 여성이 잔인하고 불충하고 게다가 남성을 학대하고 모욕적으로 가지고 놀며 동정 같은 것을 보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여 남성에게 사랑을 받고 또 숭배를 받을 수 있어요.


'너는 망치가 아니면 모루가 되어야 한다' 라는 괴테의 말이 남녀 관계에서처럼 딱 들어맞는 곳도 없을 겁니다...... 남자의 유일한 선택은 폭군이 되든지 아니면 노예가 되는 겁니다.

 

1890년 크라프트에빙이 성적도착의 개념으로 발표한 마조히즘의 유래가 된 <모피가 된 비너스>에서는 사실 성적도착에 관한 보고서라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갖게 될 때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권력의 구도를 파헤친 소설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허마조흐는 그런 권력의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여자가 남자의 동료가 되려면 권리 면에서 남자와 동등하고 또 교육과 일을 통해 남자와 동등해져야 해요. 지금으로서는 망치냐 모루냐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밖에는 없어요.

 

http://blog.naver.com/rainsky94/8021146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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