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브로크백 마운틴>은 애니 프루가 1997년부터 쓰기 시작한 와이오밍에 대한 단편 모음집이다. 문체는 건조하고 간명하다. 목장과 카우보이, 로데오가 주된 소재를 이루며 등장인물들의 삶은 신산하고 절망적이다. 작가는 그들에게 애써 한가닥 희망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삶은 와이오밍의 척박한 환경을 닮아 쉽게 분노하고, 격정적이며, 음험하다.

<어느 가족의 이력서> 와이오밍에서 태어난 리랜드 리의 일평생을 요약해서 나열해 놓은 짧은 소설이다. 다른 소설들과 어우러져 삽화를 보는 느낌이다.

<블러드 베이>는 와이오밍에 전래되는 이야기 '나그네를 잡아먹은 송아지'가 모티프이다. 어느 날 나그네가 죽은 시체에서 부츠를 벗겨 신으려 하지만 동사한 탓에 벗겨지지 않는다. 그는 시체의 다리를 부츠와 함께 잘라간다. 녹으면 부츠를 벗기려는 심산이다. 난로 가에 다리를 녹이기 위해 놓아둔 채 하룻밤을 보낸 나그네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간다. 오두막 주인인 그리스 노인은 부츠만 남은 발을 보고 자신의 말이 나그네를 먹어치웠다고 오인한다. 노인은 나그네의 동료들에게 돈을 주어 무마하고, 동료들은 침묵과 평화에 대한 값으로 기꺼이 돈을 받아든다.

<목마른 사람들>은 사고로 정신이 허물어져 버린 라스가 성년이 되어 성욕을 느끼고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여자들을 놀라게 하자 누군가가 라스의 성기를 마을 사람들이 잘라버리는 끔찍한 이야기이다. 엽기적인 사건과 사형(私刑) 이야기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주유소까지 55마일>에서도 등장한다. 1998년 스물두 살의 대학생 매튜 셰퍼드가 동성애자를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맞아 숨지는 사건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언급되고, <주유수까지 55마일>에서는 남편이 감금 살해한 여인들을 다락에서 부인이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끝>은 자신이 원하던 경비행기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장만하지만 바로 그날 비행기 사고로 죽고 마는 알라딘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박차>는 퍼시픽 윙즈에서 합금 기술자로 일하다 해고된 해롤드가 만든 박차의 주인들과 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밖에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술에 취하고, 약에 절어 사는 등장 인물들이 별 것 아닌 추월 때문에 시비가 붙어 결국 총질 끝에 사망하고 마는 <외딴 해안>, 소를 키우는 목장이 환경을 해친다며 울타리를 훼손하고 소들에게 일회용 기저귀를 먹여 사망케하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고 마는 <와이오밍의 주지사들> 등 각각의 단편 모두가 하나의 조화를 이루며 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안 감독에 의해 2005년 영화화 된다. 개리슨 케일러가 뽑은 '1998년 최고의 미국 단편 소설'과 존 업다이크가 뽑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으로 선정된 <벌거숭이 소>와 표제작 브로크백 마운틴> 줄거리를 요약해 둔다.

 

o 벌거숭이 소

 

메로는 1936년 아버지와 동생 롤로를 남겨두고 목장을 떠난 후 그곳에 대한 생각을 끊고 살았다. 어느 날 동생의 아들며느리가 메로에게 전화를 걸어와 롤로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메로는 차를 몰아 자신이 떠나온 그곳으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떠난다.

메로의 아버지는 어느 날 목장일에서 도망치듯이 편지 배달일을 얻었는데 그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그 여자는 틴 헤드라는 남자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를 해준다. 틴 헤드는 머리를 다쳐 금속으로 된 판을 넣었는데 그 금속판이 아연 도금 물질로 만들어져 뇌에서 부식되고 있었다고 한다. 틴 헤드는 매년 수송아지 중 하나를 잡은 뒤 그걸 겨울 내내 먹었다. 어느 해 겨울 소를 잡은 후 혀를 날로 먹고 가죽을 반쯤 벗기다가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소는 산비탈쪽으로 비틀거리며 가죽이 반쯤 벗겨진 채 걸어가고 있었다.

메로의 차는 과거의 그곳으로 닿는 길을 자꾸만 벗어나고 목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눈보라가 몰아치는 구렁에 빠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메로는 목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눈보라 속을 걷는다. 그때 울타리 안의 소가 메로와 보조를 맞춰 걷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메로는 가죽이 반만 벗겨진 소의 붉은 눈이 항상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o 브로크백 마운틴

 

에니스 델 마와 잭 트위스트는 한 목양 회사의 양치기로 고용되어 브로크백 산에서 지내게 된다. 둘은 산림청이 정한 구역에 텐트를 쳐 베이스로 삼고, 양들 가까이에 불법적으로 조그만 텐트를 쳐 양을 관리해야만 했다. 추운 어느 날 한 침낭에서 잠을 자게 된 둘은 서로에게 성적으로 이끌리게 되어 관계를 맺는다. 동성애는 둘 다 처음이었다. 평범한 인사말을 주고 받은 후 헤어진 에니스는 길거리에 차를 세우고 토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에니스는 그것이 잭과 헤어지고,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서 오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한다.

여자를 만나 아이를 갖고 평범한 삶을 살던 에니스는 잭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잭을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에니스의 일상은 깨어진다. 눈치를 챈 아내가 떠나고, 양육비 때문에 일을 쉴 수가 없다. 잭은 에니스에게 어디로든 멀리 가서 살자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도 아내가 있는 몸이다.

근근히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에니스가 잭에게 보낸 편지가 수취인 사망으로 반송된다. 잭은 타이어를 교체하다가 사망했다고 했다. 에니스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타이어 레버에 맞아 죽은 청년을 떠올린다.

잭의 집을 찾아간 에니스는 잭이 브로크백 산에서 각자가 입었던 낡은 셔츠를 포개어 옷걸이에 걸어둔 것을 발견한다. 그 후로 잭이 때때로 꿈에 나타났고, 에니스는 눈물을 흘리거나 사정(射精)을 하며 깨어나곤 한다다. 에니스는 자신이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며, 고칠 수 없으면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934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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