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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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게 추운 2월 어느 날 이른 아침, 어떤 낯선 이가 코치 앤 호시스 여관을 들어선다. 그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옷이나 붕대로 감쌌고 그가 쓴 중절모는 코를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흥정이 끝난 후 손님은 비사교적인 태도로 주인을 몰아내더니 수상쩍은 실험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방에서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고 절망적인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수상쩍은 손님은 돈이 있는 동안은 여관 주인의 인내심을 돈으로 달래가며 정체 불명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돈이 떨어지자 여관 주인은 경찰을 불러 그를 방에서 쫓아내려 한다. 난투극 끝에 그가 투명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투명인간은 몸이 보이지 않는 이점을 이용해 토마스 마블이라는 변변치 못한 사내를 협박하여 자신의 연구노트를 여관에서 되찾은 뒤 돈을 훔치고 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마블이 달아나자 대학 동창인 켐프 박사를 방문하여 몸을 의탁한 뒤 자신이 연구한 결과와 계획을 털어놓는다.

켐프 박사는 투명인간을 안심시킨 뒤 은밀히 편지를 내어 경찰을 불러들이는 한편 그를 잡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속았음을 알게 된 투명인간은 켐프 박사에게 복수하려 하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잡혀 만신창이가 되어 죽고 만다.

 

옮긴이 임종기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기게스의 반지 모티프를 이야기한다.

양치기 기게스는 심한 뇌우와 지진이 있은 뒤에 생긴 갈라진 틈에서 청동 말을 발견하는데, 그 말에 있는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손가락에 금반지를 낀 송장이 하나 있었다. 그가 반지를 빼어 끼게 되니 그는 투명인간으로 변신하게 된다. 반지의 위력을 깨달은 그는 결국 왕비와 간통하고 그녀와 공모하여 왕을 살해한 후 왕의 자리를 차지한다. 기게스가 반지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그는 순박한 양치기의 모습으로 두 번 다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 기게스의 반지 모티프는 J.R.R.톨킨의 절대반지가 어디서 연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투명인간은 자신이 보이지 않게 됨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커다란 이점을 취하리라 믿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날씨에 저항할 수 없게 되었고 식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며 불의의 사고에 노출되고 만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는 괴물처럼 취급되었고 부당한 박해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다름'을 이용하여 공포정치를 행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이를 켐프에게 고백하는데 켐프는 투명인간을 배신하고 만다. 그는 기게스가 양치기가 될 수 없었던 것처럼 두 번 다시 정상인이 되지 못한채 죽고 만다.

제목의 적절한 번역은 어쩌면 <투명인간> 보다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르겠다. '보인다'는 정상 범주와 '보이지 않는다'는 비정상 범주 사이의 긴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804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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