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미우라 아야코 지음 / 한림미디어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게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는 몰락한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이 된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으나 큰아버지가 돈벌이에 도움 되지 않는 짓은 집어치우라는 말에 몰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은행원으로 일하여 번 돈으로 집안을 건사하는 한편 소설을 써나가던 다키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깊은 동정을 느꼈고, 그들의 가난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는지 고민한다. 

다키지는 창녀촌에 소설 취재를 갔다가 다미라는 아가씨는 만난다. 그는 다미의 처지를 동정하여 월급을 털어 빚을 갚아주고자 하고, 다키지의 어머니 세키는 그런 아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해준다. 다미를 며느리로 맞을 것이라는 세키의 예상과 달리 다키지는 다미를 독립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었다. 다키지는 자신이 빚을 갚아주었기 때문에 다미에게 결혼을 청하면 그녀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행동은 돈으로 여자를 사는 것과 진배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미는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는 다키지의 의중을 짐작하지 못한다. 다미는 자신이 창녀였고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는 것이라 오해한다. 둘 사이의 그런 오해는 7년간을 사귀면서 계속된다.

다키지는 <게공선>으로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르지만 고등경찰의 감시와 미행이 시작된다. 공산당에 입당한 후에는 검거와 투옥, 도피생활이 반복된다. 1933년 2월 20일 경찰은 고바야시 다키지에게 고문과 폭행을 가한 끝에 그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만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처음 읽을 때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밤을 세워 읽었다. 다음 날 서점에 <속 빙점>을 사러 가면서 얼마나 두근댔는지 모른다. 지금도 나는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만큼은 미우라 아야코를 따라올 작가가 몇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라는 이 책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구매했다. 세키의 과거 회상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큰 아들을 병으로 잃는 사건 등 세키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후 둘째 아들 다키지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때까지만해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에 대한 오마쥬이거니 했을 뿐이다. 그리고 미우라 아야코가 그런 내용의 소설을 썼다는 것에 대해 뜻밖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게공선>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다키지가 바로 그 고바야시 다키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공선>이라는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1994년도, 동아리 <사회과학연구회>의 책장에서였다. <사회과학연구회>에는 책이 참 많았다. 나중에 그 책들의 대부분이 소설가 조혁신 선배가 기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증된 책에는 어김 없이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논평이 곁들여진 것들도 많았다. 루카치와 브레히트를 그 때 알게 되었다.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그 방대한 책들 때문에 조혁신 선배를 흠모했었던 것 같다. 또다른 선배는 <백사>라는 동아리 소속이었는데 시를 잘 썼었다. 농활이 끝나고 한동안 그 선배의 자취방을 뒹굴었는데 방 안 가득 들어찬 책들을 보며 황홀경을 느꼈었다.

당시에는 읽고 싶은 책을 사서 볼 정도의 돈이 없었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은 원하는 책은 언제든지 사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책을 사볼 수 있는 여유가 되는 지금도 나는 당시의 기억 때문에 중고 서점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책은 사서 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지만 나는 메인 몸이다. 책을 읽을 시간은 그 당시보다 형편 없이 줄어들었다. 밥벌이의 지긋지긋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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