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롬 앙귀스트는 비행기가 연착되자 책을 꺼내 시간을 떼우려 한다. 그때 낯선 남자가 제롬에게 말을 건다. 제롬은 남자와 대화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짐짓 귀찮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나 남자는 요령 부득으로 제롬을 귀찮게 한다. 여러가지 수단을 써보지만 남자의 궤변에 말려든 제롬은 어짜피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그를 상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텍스토르 텍셀이고 네델란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어렸을 적 고양이 밥주는 일에 역겨움을 느꼈는데 어느 날 문득 고양이 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 죽과 같은 그 역겨운 것들을 모조리 먹어치운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롬은 그 남자의 말도 안되는 말에 정상적이라 생각되는 여러가지 준거를 들이대며 반박해보지만 번번히 그의 화려한 언변에 휘말린다. 

텍스토르가 사랑한 여자 이야기로 옮겨가자 이제 내용은 더욱 그로테스크해지기 시작한다. 텍스토르는 자신이 20년 전 묘지에서 소녀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 그녀를 강간하였고 -제롬은 사랑에 빠져 강간했다는 텍스토르에게 반발하지만 그의 궤변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 후로 10년간을 더 소녀를 찾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10년째 되는 해 성숙해진 그녀를 다시 만나는데 그녀는 텍스토르를 알아보지 못햇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여 집으로 초대하기까지 한다. 그녀의 집에 찾아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하던 텍스토르는 급기야 과도로 그녀를 찔러 살해했다는 내용을 고백한다.

이번엔 제롬이 경악한다. 그는 텍스토르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이제 자신을 찾아와 태연히 범행 내용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토르는 제롬에게 자신을 살해하여 복수를 하라면서 적극 협조하겠노라 말한다. 하지만 제롬은 텍스토르의 욕구를 충족시킬 의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낼수도 없다면서 지나가던 경찰을 부른다. 하지만 경찰은 제롬을 미친사람 취급할 뿐 텍스토르에 대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텍스토르는 제롬에게 자신은 제롬의 자아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적' 이며, 자신이 주변부적인 이야기로 제롬의 주의를 끈 것이 바로 '화장법'이라 말한다. 격분한 제롬은 텍스토르를 벽에 내동댕이 치며 '자유 자유 자유'라고 외친다. 

다음 날 신문에는 비행기가 3회 연착되자 한 사내가 벽에 머리를 짓찧으며 박자를 맞춰 '자유 자유 자유'라 외쳤다는 기사가 실린다.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두 남자의 대화가 점차 그로테스크하게 변질되며 강간과 살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독자는 선뜻 그 주제에 걸맞는 심각한 심리 상태로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텍스토르의 궤변과 유려한 말솜씨가 주는 블랙 유머 때문이기도 하고 비일상적인 상황이 주는 기묘함 때문이기도 하다. 아멜리 노통브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설은 결국 <지킬과 하이드>로 결말이 나지만 전반부를 이끌어 나가는 솜씨는 발군이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니 블로그가 온통 복권 관련글로 분탕질이 쳐져 있다. 해킹을 당한 모양이다. 두번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77754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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