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아서의 가족이 모여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한 가지씩 하고 있다. 이야기가 점점 극단적이고 충격적으로 변할 즈음 아서에게 차례가 돌아온다. 아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 사건을 말로서 풀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서는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그 일을 글로 적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젊은 시절 아서는 상사인 벤틀리씨로부터 여든 일곱살의 나이로 사망한 드래블로 부인의 유언을 집행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녀의 집은 크라이신 기퍼드에 있는 일 마시 하우스라는 곳이었다. 아서가 할 일은 그곳으로 가서 드래블로 부인이 남겨 놓은 서류 중 유언과 관련된 서류를 추려내는 것이었다.

가는 도중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새뮤얼 데일리는 아서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듣자 무언가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고, 이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였다.

드래블로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아서는 자신과 부동산업자 외에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여인이 참석했음을 알게된다. 그녀는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듯 했다. 그 여자에 관해 동산업자인 제롬씨에게 묻자 그는 안색이 창백해지며 자리를 뜨고 만다.

일 마시 하우스는 습지의 한 가운데 약간 솟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졌을 때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아서는 또 다시 검은 옷의 여인을 발견하자, 그 여인이 유령임을 확신한다. 해무가 시야를 가로막은 후 아서는 마차소리에 뒤이어 어떤 여인과 아이의 끔찍한 비명을 듣는다. 그들은 슾지로 잘못 들어 빠져 죽었음이 틀림 없었다.

일 마시의 잠긴 방에서 아이의 소지품을 발견하고, 드래블로 부인이 남긴 편지와 새뮤얼 데일리의 말을 들은 아서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아버지 없는 아들을 낳은 재닛은 집안의 강요로 언니인 드래블로에게 아이를 맡긴다. 하지만 아이를 못내 잊지 못하여 괴로워하였고, 아이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습지에 빠져 죽자 그 후로 10년 넘게 앓다가 사망한다. 그 후로 마차가 습지로 빠질 때 아이가 냈던 비명소리가 마을 주민들에게 들렸고, 재닛의 모습이 종종 나타났다. 그녀가 나타나면 마을에서 아이가 한 명 사망했다. 마을 주민들은 그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벤틀리씨가 맡긴 일을 완수하지 못한 아서는 약혼녀 스텔라와 결혼하고 곧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아이는 마차를 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말이 재닛의 유령에 놀라 미친듯이 달렸기 때문이다.

가디언지 선정 세계 5대 공포소설 이라는 광고 띠지가 떡하니 붙어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예전에 유행하던 농담이 하나 생각났다. 여자들에게 인기투표를 했더니 군인이 2위였다는 것이다. 이에 1위는 누구였는지 묻자 민간인이었다는 식의 유머였는데, 어쩌면 가디언이 선정한 순위도 4위까지만 있고 나머지는 죄다 5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원한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귀신과 그 원한의 사후적 해소' 라는 동양적인 모티프에 익숙한 동양권 독자가 과연 아들이 죽었다고 수시로 나타나 동네 아이를 마구잡이로 죽게 만드는 재닛의 유령에 공포를 느낄까 의문이다. 게다가 재닛의 아들은 사고로 죽었다. 마을사람이건 언니건 사건에 책임 지울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가 재닛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은 공포라기 보다는 짜증이나 황당함에 가깝지 않을까.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75773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