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기 작가 히다카가 후두부를 문진으로 가격당한 후 전화선으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히다카는 캐나다로의 이주를 앞두고 있었는데 연재중이던 소설의 마무리 때문에 집에 머물렀었다. 사건 당일 히다카의 친구이자 아동문학가인 노노구치가 방문했었고, 잠시 뒤 히다카의 소설 <수렵 금지구역>과 관련하여 후지오 미야코라는 여자가 방문했었다.

노노구치는 가가 형사가 교사였을 무렵 선배 교사였고 그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후 노노구치도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서 교사를 그만 두었는데 사건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노노구치는 친구인 히다카의 죽음을 작가로서 모두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자신이 기록한 수기를 가가 형사에게 보여준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옆집 여자가 히다카의 집 안마당을 수색했던 일이 쓰여있다. 히다카는 자신이 옆집 고양이가 귀찮아 독이 든 경단을 만들어 마당에 뿌려 두었고 이를 먹고 고양이가 죽었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위해 옆집 여자가 서성인다는 이야기를 별다른 감흥 없이 노노구치에게 들려준다. 노노구치가 떠나 갈 무렵 찾아 온 후지오 미야코는 후지오 마사야라는 사나이의 딸인데 그는 <수렵 금지구역>의 실제 모델이다. 후지오 마사야는 야비한 성격과 남다른 힘으로 학원폭력을 일삼았고 여중생을 성폭행하기도 한다. 그는 뒤늦게 판화에 흥미를 느껴 판화가로의 길을 걷지만 창녀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후지오 미야코는 그 소설이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항의 방문을 한 것이다.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히다카의 옆집 여자나 후지오 미야코가 살인 동기를 갖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히다카가 당일 쓴 소설 연재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노노구치가 사망 추정시각을 수차례 묻는 것 등에서 가가는 범인이 노노구치임을 짐작한다. 노노구치의 집을 수색한 결과 히다카가 지금까지 써온 소설과 비슷한 내용이 쓰여있는 다량의 대학노트가 발견된다. 노노구치는 자신이 히다카를 살해했음을 시인하면서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가가는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고스트라이터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조사로 노노구치의 집에서 에이프런과 여자에게 주려고 했던 목걸이, 그리고 가명으로 적혀있는 여행 신청서 등이 발견되고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와 죽은 히다카의 아내의 접점이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수기를 통해 범죄의 동기를 고백한다.

노노구치의 수기에 의하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히다카가 문학상을 수상하자 자신도 작가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밝히며 습작을 들고 히다카를 방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던 폭죽 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둥근 불꽃>을 읽어주도록 부탁한 후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히다카는 바쁜 것을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기만 한다. 몇 번이나 재촉하고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히다카는 습작을 읽지 않았다 하였고, 마침내 읽은 후에는 작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혹평을 한다. 상실에 빠진 노노구치는 두 번째 작품에 매진하여 히다카에게 다시 한번 읽어줄 것을 요청하는데, 두 번째 작품에 대해서도 좋은 평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노구치가 앓아 눕게 되자 히다카의 아내인 히다카 하츠미가 문병을 오고,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히다카 하츠미는 히다카가 노노구치의 소설에 질투를 느끼고 있으며 좋은 소설임에도 혹평을 함으로서 노노구치가 소설을 쓰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둘은 거역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어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애타게 갈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히다카 하츠미도 돕기로 한다. 그러나 히다카를 죽이기 위해 칼을 품고 들어갔다가 도리어 히다카에게 제압당하고, 약점이 잡혀 고스트라이터의 신세로 전락하고, 하츠미는 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고스트라이터로 하릴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살해한다.

노노구치의 수기로 이제 모든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생각되었으나 가가 형사는 수기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과거를 조사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노노구치는 어린 시절부터 히다카의 도움으로 학교에 등교하는데 이를 고마와하기는 커녕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것으로 보인다. <둥근 불꽃>과 관련된 폭죽 장인이 생존해있어 그를 만나본 가가 형사는 폭죽 장인을 찾아왔던 소년이 노노구치가 아니라 히다카였음을 알게 된다.

중학교 시절 노노구치는 <수렵 금지구역>의 모델이었던 동급생의 졸개 노릇을 했고 그가 여중생을 성폭행할 당시에는 이를 거들기 까지 했었다. 반면 히다카는 그에게 갖은 시달림을 당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쓴 것이다. 히다카는 소설의 자료를 취재하던 중 노노구치가 성폭행에 가담한 사진을 입수한다. 히다카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으나 노노구치는 후지오 미야코가 소설의 내용을 문제삼으며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당시의 사진이 법정에 증거로 채택될 것을 우려한다. 자신이 암에 걸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노노구치는 히다카를 죽여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히다카의 간계에 걸려들어 고스트라이터로 살아왔다는 허황된 정황을 조작해내 그의 명예마저 가로채려 한 것이다. 히다카 하츠미와의 관계 역시 그가 조작한 것이엇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악의(惡意)에 대해 숙고한다. 그것은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악의인 것이다. 범인들은 왠지 기분이 나쁘다든가, 왠지 싫었다든가 하는, 자신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이끌려 인간성을 내던지고 가장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다. 가가 형사는 자신이 교사였을 때 중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 그런 악의에 찬 행동을 하는 것에 절망하여 교직을 포기했고, 형사가 된 지금 또 다시 그러한 악의에 직면한다. 당시에도, 지금도 가가 형사는 그런 악의의 연원이나,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므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교사직을 감당할 수 없었고, 다만 악의에 찬 행동들이 일어난 사후에 그것들을 추적할 뿐이다.

사건의 전개와 함께 노노구치와 가가 형사의 수기가 차례로 게재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의 소설이며, 가가 형사가 교직을 그만 둔 이유가 밝혀져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공식 데뷔작인 <방과 후>에서 양궁부를 맡은 교사를 내세워 여고생의 살인과 그 이유의 의외성을 이야기한다. 가가 형사는 검도부를 맡았던 선생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가가 형사와 <방과 후>의 연관성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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