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가쓰라가와 계곡 인근의 '미즈노사토 주택'이라는 시영 단지에서 네 살난 메구무가 실종된다. 아이가 계곡 깊은 곳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아이 엄마인 사토미가 중요 용의자로 지목된다. 조용하던 마을에 취재진이 몰려든다.

사토미가 옆집에 사는 오자키 슌스케와 관계를 맺어왔다는 진술을 하고, 슌스케의 아내 가나코 역시 남편과 사토미가 관계를 맺어왔다고 확인해준다. 게다가 슌스케가 과거 집단강간 사건을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는 것까지 밝혀지자 수사 방향은 슌스케의 사주 또는 암시에 의해 사토미가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취재 기자 와타나베는 수사 방향에 미묘한 괴리감을 느끼고 후배 고바야시와 함께 사건을 일으킨 슌스케 등과 피해자 나쓰미의 행적을 추적한다.

 

야구부 선후배 사이인 슌스케와 스다, 아카사카, 후지모토는 강간 사건을 일으키고 집행유예 형을 받은 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아카사카는 약물 중독으로 29세에 비참하게 사망하고, 스다는 그저그런 계약직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후지모토는 사건과 무관하게 가업의 중역 자리에 올라 평온하게 살아간다. 한편 슌스케는 선배의 연줄로 증권회사에 들어가서 능력을 인정받은 후 선배의 여동생과 약혼도 하는 등 사건을 잊고 잘 살아가는 듯 했다. 그런데 약혼 직후 슌스케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채 잠적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쓰미의 경우는 비참한 일의 연속이었다. 사건 직후 전학을 가지만 소문이 퍼져 고등학교 시절을 외롭게 보낸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나쓰미의 과거가 드러나 파혼당하고 회사도 그만두게 된다. 새로 입사한 작은 회사에서 거래처 사람을 사귄 나쓰미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고백한다. 지켜주겠다던 남자는 결혼 후 변하여 나쓰미를 때리고 그녀는 수시로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슌스케가 나쓰미를 우연히 만난 것은 나쓰미가 대학에 다닐 때였다. 영화관에서 나쓰미를 본 슌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나쓰미를 따라가서 사죄 의사를 떠듬떠듬 밝힌다. 하지만 나쓰미는 슌스케에게 "용서받고 싶다면 죽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른 후 나쓰미가 남편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하길 반복한다는 것을 알게 된 슌스케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꽃이나 과자를 사들고 문병을 오는 슌스케를 나쓰미는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슌스케가 약혼자와 레스토랑에 들어간 어느 날, 그의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건 것은 남편에게 맞다가 돈 한푼 없이 도망친 나쓰미였다. 그날로 슌스케는 나쓰미와 함께 정처없이 떠돈다. 둘은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쓰미는 강간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소문은 그녀를 끝까지 쫓아다녔고 소문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람은 슌스케 뿐이었다. 바로 그가 범인이었으므로. 나쓰미가 어느 날 슌스케 앞에서 옷을 벗으며 자신의 이름을 나오코라고 바꾼다. 나오코는 사건 당일 먼저 돌아간 덕택에 강간 사건에서 벗어난 친구 이름이었다.

 

나오코, 혹은 나쓰미가 경찰에 찾아가 사토미와의 관계 부분은 자신의 거짓 진술이었음을 밝히고, 아이를 죽인 사토미 역시 그 즈음부터 슌스케와의 관계에 대해서 입을 다문다. 슌스케가 풀려나자 나쓰미는 그와 함께 자신이 일하는 온천탕에 들러 몸을 씻는다. 돌아오는 길에 나쓰미는 슌스케에게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원망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취재 기자 와타나베가 다시 슌스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쓰미는 슌스케를 떠나고 없었다. 나쓰미는 슌스케를 떠남으로서 슌스케를 용서했던 것이다. 슌스케는 나쓰미를 찾겠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돌스>를 떠올렸다. <돌스>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했기 때문에 본 영화였는데 기타노 다케시가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다. 자신이 버린 여자가 자살을 기도한 후 정신에 문제가 생기자 남자는 여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정신은 삶의 끈을 놓쳐버린 망연한 상태였고 남자는 그녀와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고 목적지 없이 돌아다닌다. 일본에서는 인연이 있는 남자와 여자는 보이지 않는 붉은 끈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영화는 그 모티프를 가지고 음울한 둘의 발걸음을 한없이 보여준다.

그 당시 마사아키 키시베의 기타곡 <絆>을 연습했다. <絆>을 사전에서 찾으면 끈, 얽어매다, 줄, 올가미 등의 뜻이 나온다. 일본에서 올해의 한자로 사용된 絆. 재작년에 나는 이 한자 絆 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絆자가 인연의 끈을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에서의 붉은 끈과 마사아키 키시베의 <絆>은 나에게 있어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인연의 어긋남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 절둑거리기 시작한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 화해와 망각, 용서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 있지만 절대로 그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편에 대해 구축했던 이데아의 훼손, 그것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데아의 세계로부터 추락하여 현실의 세계에서 그 사람을 품으려는 노력은 인간적이다. 인간적인 것은 필연적으로 아픔을 동반하므로 관계는 아픔을 동반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38585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