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기억한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근희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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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쓰는 올리버 부인이 문인회에 참석했다가 자신을 버튼콕스 부인이라고 소개하는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올리버 부인의 대녀(代女)인 실리아 래븐스크로프트 이야기를 불쑥 꺼내며 과거에 대해 묻는다.

실리아 래븐스크로프트의 부모는 십여년 전에 불행한 사건으로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그녀의 아버지인 엘리스테어와 어머니인 마거릿은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그 둘 사이에는 권총이 놓여져 있었다. 권총에는 두 명 모두의 지문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누가 누구를 쏜 것인지는 판명할 수가 없었다. 지금 버튼콕스 부인은 그때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누가 누구를 쏜 것인지 올리버 부인은 혹시 알고 있지 않느냐고 질문해온 것이다. 버튼콕스 부인은 실리아가 자신의 아들인 데스몬드와 결혼할 예정인 바, 과거의 일을 확실히 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며 물은 것이지만 올리버 부인은 몹시 무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코끼리는 무척 기억력이 좋아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호기심이 이에 더해지자 과거의 사건을 조사해보고 싶어진다. 올리버 부인은 포와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코끼리에 관해 조사를 시작한다.

올리버 부인과 포와로는 엘리스테어와 마거릿을 아는 사람들을 조사하던 중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아낸다.

 

  - 마거릿은 죽기 전 4개의 가발을 남기고 죽는다

  - 마거릿에게는 쌍둥이 언니인 도로시아가 있었다

  - 엘리스테어는 처음엔 도로시아와 약혼했으나 이후 동생 마거릿과 결혼한다

  - 도로시아는 정신 이상 징후를 보였고, 그녀의 소행으로 짐작되는 유아 살해(미수) 사건이 있었다

  - 도로시아는 마거릿이 죽기 얼마 전 몽유병 증세로 절벽을 걷다가 떨어져 죽는다

  - 마거릿은 죽기 전 얼마 동안 몹시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 마거릿은 죽기 얼마 전 기르던 개에게 물리는 일이 있었다

  - 마거릿의 가정부는 몹시 눈이 좋지 않았다

  - 데스몬드는 실리아와 어렸을 때 알던 사이였다

  - 데스몬드의 어머니 버튼콕스 부인은 친어머니가 아니다

  - 데스몬드의 친어머니는 데스몬드에게 스물 다섯이 되면 찾을 수 있는 신탁유산을 남겼다

 

포와로는 먼저 데스몬드의 어머니인 버튼콕스 부인이 과거의 일을 캐고 다니는 이유는, 데스몬드가 스물 다섯이 되면 찾을 수 있는 신탁유산이 탐이 나서였다는 것을 알아낸다. 만약 데스몬드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유언장을 고쳐 써서 유산 상속인을 아내로 변경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과거의 추문을 들추어 실리아로부터 데스몬드의 마음이 멀어지게 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도로시아의 정신병적인 증상을 알게된 엘리스테어가 마음을 동생쪽으로 돌려 마거릿과 결혼하자 도로시아는 쌍둥이 동생을 증오하였고, 이런 증오와 정신병적인 증세가 겹쳐 동생 마거릿을 절벽에서 밀어 사망케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마거릿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엘리스테어에게 언니를 경찰에 고발하지 말 것을 호소했고, 엘리스테어는 마거릿의 시체를 도로시아의 시체로 위장하고 도로시아를 마거릿처럼 꾸며 몇 주간 지내다가 도로시아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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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작품 해설에 의하면 <코끼리는 기억한다>는 몇 가지 오류를 드러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올리버부인을 1939년에 처음 만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1936년에 발표된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또, 마거릿이 35~36세에 죽었고 그 후 12~14년이 지났으니 올리버 부인의 현재 나이는 50세 정도여야 하는데, 1936년의 <테이블 위의 카드>에서의 올리버 부인은 15~19세 정도여야 하지만 중년 여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나는 수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 졸작도 아직까지는 만나보지 못했다. 그저 중상이나 중중을 기대하고 읽는데, 그런 '기대 없음'이 의외로 편안한 독서를 제공해준다. <코끼리는 기억한다>는 사실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라면 언니의 존재가 등장함과 동시에 트릭을 눈치챌 정도로 구성은 느슨하다. 특히나, 개가 마거릿을 물었다는 대목에서는 독자가 눈치 채지 않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크리스티는 올리버 부인으로 하여금 "코끼리는 기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린 인간이에요. 자비롭게도 우리 인간은 잊어버릴 수가 있죠." 라고 말하게 한다. 나는 인간이 잊어버리는 쪽보다는 왜곡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기억의 미화와 덧칠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능가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208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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