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코 너구리 타이완 현대소설선 1
리앙 외 지음, 김양수 옮김 / 한걸음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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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흰 코 너구리 - 정칭원(鄭淸文)  

 

화자인 '나'는 20년 만에 대학동창을 만났는데 그는 말 조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말조각상을 수집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각품을 둘러보는데, 유독 한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나'는 친구에게 절름발이 말을 조각한 장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장인은 60여세가 된 사나이였는데 '나'에게 타이베이 근교의 쥬전(舊鎭) 지역을 아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의 미간에서 코까지 흰 반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기억해낸다.

장인의 이름은 쩡지샹(曾吉祥)으로 소학교 졸업 후 타이베이의 삼촌 식당에서 일을 한다. 그는 자신의 코에 흰 반점이 있는 것 때문에 도박꾼들에게 놀림을 받자 경찰에 밀고했다가 린치를 당한다. 이 사건으로 사람은 업신여기는 부류와 업신 당하는 부류가 있다고 생각하고, 경찰서 소사로 취직한 후 정식 경찰 시험을 본다.

일본이 미국에 선전 포고를 하던 시점에 쩡지샹은 우위란(吳玉蘭)과 결혼한다. 위란의 집에서는 일본식 결혼을 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지샹은 내지인과 같은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일본식으로 결혼하고, 황민화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하지만 일본이 패전하자 상황은 급변하여 쩡지샹은 도주하고 위란은 사람들 앞에서 용서를 빈다. 도망친 지샹은 본가로 도망치지만 아버지는 뜻밖에도 일본식 예식을 치룬 자신을 아들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두 달 후 위란이 장티푸스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샹은 자신을 위해 사람들 앞에서 대신 용서를 빌어준 위란을 생각하며 자신이 저지른 민족반역 행위를 부끄러워 한다. 지샹은 사람들이 일본인을 다리 넷 달린 개라 부르고, 그 일본인의 주구(走狗)를 다리 셋 달린 놈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쥬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고통과 수치심을 띤 절름발이 말을 조각한다.

지샹은 뒷다리가 이미 부러진 말 조각상을 '나'에게 선물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말을 슬그머니 놓고 친구를 데리고 말 없이 그곳을 나온다.

 

o 정조대를 찬 마귀 - 리앙(李昻)

 

그녀는 "입법위원"으로 평범한 중학교 음악선생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의회에서 "대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는데 '대검거'로 15년형을 받고 투옥이 되었다. 남편의 구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그녀는 평범한 삶을 버리고 "입법위원"이 되었는데, 실상 구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두 명의 아이들은 "폭도", "죄수"의 자식으로 차별을 받아 결국 이민을 가게 된다. 그는 "국민대회 대표"로 반체제 잡지 편집일을 하는 동료이다.

둘은 "블랙리스트"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으로 간다. 독제자가 사망하면서 "블랙리스트"는 헐거워지고, 회의는 단체관광과 명목상의 회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그녀는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게 되는데 그 사진 속의 남성의 허리는 가느다란 끈이 묶여 있고, 중요한 부위는 화살표로 가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화살표가 무엇인지 물었고, 그는 사진이 악마이고 화살표는 악마의 꼬리라고 말한다. 별 의미 없었던 질문과 답변은 그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면에서 대검거 이후 성장이 멎어버렸다고 느낀다. 남편과 사랑과 성(性), 그리고 가정과 결혼생활 모두를 잃었고 현재 맡은 배역만을 할 뿐이라고 자각한다.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은방울꽃을 사서 선물로 주자 꽃의 관능에 취해 잠을 설친다.

독재자의 죽음으로 남편의 감형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남편은 자신은 원래부터 무죄이므로 감형이나 가석방이 아닌 무죄방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직까지 비민주적인 정부는 남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그녀에게 타이완이 민주화가 되면 모든 것이 붕괴되어 과거의 희생마저 의미 없는 것이 될까봐 두렵다고 말한다. 돌아가기 전날 그들은 사진에서 본 마귀의 조각상을 실제로 발견한다. 그는 마귀가 정조대를 찬 것같이 보인다면서 "마귀는 정조대를 차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을 한다.

만약 반체제쪽에 가까운 여류작가가 이런 내용을 글로 쓴다면 대체 정조대를 찬 마귀는 그인지, 그녀인지 물을 것이다.

 

o 내 친구 손목시계 - 위엔저성(袁哲生)

 

어린시절 '나'는 슈차이(秀才)와 함께 편지를 부치러 가곤 했다. 슈차이는 사오수이꺼우(燒水溝)에서 손목시계를 찬 몇 안되는 소수에 속했다. '나'와 슈차이는 항상 집배원 오는 시간 맞추기 내기를 했는데 번번히 내가 승리했다. 슈차이는 자신이 시계가 있음에도 매번 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는 청력이 비상해서 집배원의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맞추기 때문이었다. 집배원은 슈차이의 편지를 번번히 돌려주었는데 집배원은 슈차이가 쓴 것과 같은 주소는 타이완 섬에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점을 보러 가셨는데 점쟁이는 11월 19일과 29일에 대지진이 일어나 타이완 섬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집에서 놀라운 청력으로 이것을 듣고 지진이 나는 그림을 그린다. 할아버지는 점쟁이 말에 불안하던 차에 '나'의 그림에 더욱 놀라 그림을 찢어버리고 손목시계를 산다. 손목시계의 초침이 느리게 움직여 60번 움직이면 한 시간이 지나기 때문에 마치 시간이 더디 가는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할아버지는 진정되었다. 옆집 훠옌쯔씨도 시계를 사고 싶었으나 아주머니 반대로 못 사자 한 시간에 한 번씩 할아버지에게 시간을 물어보았고, 그 시간이 얼추 맞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시계가 없는 훠옌쯔가 시간을 아는 것이 불로소득으로 돈을 벌어가는 것처럼 약이 오른다.

11월 16일부터 사흘간 지진이 계속되자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피난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기차길에 사람이 모여있었고, 그곳에 오토바이가 넘어져있고 슈차이의 시신이 있었다. 집배원은 슈차이에게 우체국 편지를 기차가 싣고 간다고 알려주었고, 슈차이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 둘만이 아는 비밀 장소에서 손목시계를 발견한 '나'는 슈차이가 시계를 나한테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계를 차지는 않았지만 왠지 청력이 예전만 못한 것 처럼 느껴진다.

'나'는 어릴 적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사실 우리 모두의 몸 속에는 손목시계가 있어, 스스로 평온하기만 하면, 그 "째깍째깍" 소리들이 조금도 주저없이 앞으로 내달리는걸 분명히 들을 수 있다고 슈차이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o 푸른 말 - 차이이쥔(蔡逸君)

 

썬(森)은 매일같이 통근 기차를 타고 뻔한 풍경을 보고, 똑같은 차 안의 승객들과 마주치며 살아간다. 그는 승객들이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에서 잠을 자던 썬은 부드러운 남색 실크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만나고, 잠시 후 푸른 말이 플랫폼을 거니는 광경을 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말에 대한 환상은 썬이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게 만들었고 몇 년 동안의 조용하고 규칙적이던 생활이 흐트러지려 한다.

썬은 정신을 차리고 푸른 말 따위는 잊어버린 후 늦잠을 자서 지각했다고 말하기로 하고 열차에서 내린다. 하지만 가방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열차를 바꿔 타려 하는데, 아까 보았던 여자를 다시 만난다. 썬은 그 여자와 같은 기차를 타게 되고 차장의 차표 검사로 당황하는 썬에게 여자는 차비를 빌려준다. 썬은 여자가 내리자 뒤따라 내려 그녀의 집까지 찾아간다. 여자는 썬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지만 썬이 자신을 안다면 이름을 말해보라고 하자 엉뚱한 이름을 대고, 그제서야 썬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썬은 여자의 집을 나오지만 길을 잃고 놀이공원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회전목마들의 부서진 잔해를 보게된다. 열차의 기적소리를 듣고 다시 기차를 타고 종점으로 간 썬은 유실물센터에서 자신의 가방을 찾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가방은 오늘 잊어버린 것 같지 않게 먼지가 쌓여 있고, 역무원은 그 가방이 썬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방 안에서 나온 지갑에는 여자가 말한 남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돌아가는 마지막 열차는 사고가 나는데 경찰에게 열차장은 푸른 말을 보았다고 말한다. 썬은 미소를 지으며 차문을 뛰쳐나와 세찬 바람이 부는 광야를 질주한다.

 

o 대통령의 자판기 - 황판(黃凡)

 

주인공 뤄쓰(羅思)는 이름 때문에 "나사"라는 뜻의 뤄쓰(螺絲)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뤄쓰는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미용실에 근무하는 여자친구 쑤쑤(素素)의 방에 얹혀 지내던 어느 날, 담배를 사러 자판기에 갔다가 동전이 부족해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때 개가 대문에 오줌을 누는 것을 보고 저렇게 계속 오줌을 눈다면 대문에 구멍이 나버리겠다고 생각한다. 이에 착안하여 뤄쓰가 자판기에 물을 부으니 동전 십여개가 쏟아져 나오고, 집에 돌아온 쑤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쑤쑤는 남의 것을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편취했다며 사소한 일에 커다란 "정의감"을 보인다.

다음 날 쑤쑤는 친구 샤오위(小渝)의 남자친구가 검거되면서 샤오위에게 블랙스타 권총을 남겼다면서 권총을 처분하는 일에 도움을 주라고 부탁한다. 뤄쓰는 막상 승낙은 했지만 버리러 가던 길에 겁에 질리고 자기도 모르게 경찰에 밀고하고 만다. 쑤쑤가 뤄쓰를 친구를 팔아먹었다며 탓하자 뤄쓰는 쑤쑤를 때리며 '아무리 가난해도 법을 어길 수는 없다면서 돈 몇 푼 빼낸 나를 욕해 놓고 이제는 증거인멸을 도와주라는거냐'고 욕을 해댄다. 뜻밖에도 쑤쑤는 뤄쓰가 자기를 버릴까봐 두려워하며 용서를 빈다.

그 즈음 뤄쓰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뤄쓰는 타이베이에서 뭘 하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자기도 모르게 자판기 사업을 한다고 말한다. 거짓말이었지만 말하는 사이 꽤나 괜찮은 사업으로 여겨졌고, 쑤쑤와 더불어 '나가요' 언니들의 돈까지 끌어모아 자판기 사업을 시작한다. 뤄쓰는 나이든 노인이 인사를 하면 대통령이 노인들을 못 본체 하지 못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이용해 조깅하던 대통령과 자신이 설치한 자판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광고에 이용한다. 자판기 사업은 날로 번창했는데, 시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시위대들이 자판기에 붙어있는 대통령의 사진을 곱게 보지 않았고 뤄쓰는 자판기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돌격대원으로 보이는 시위대 일원이 대통령 사진을 떼어내 내팽개치며 사진을 밟아 대통령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강요하고 사진을 밟는 뤄쓰는 발바닥에 아픔을 느낀다.

얼마 후 쑤쑤가 집에 돌아와 대통령이 사임했다고 알려주자 뤄쓰는 자판기 사진을 마돈나 사진으로 바꾸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o 티벳의 연인 - 장잉타이(張瀛太)

 

주인공 '나'는 티벳으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니마'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의 본래 이름은 한잉으로 텐진에서 출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2년간 일을 하고, 집에서 대학 가라고 준 돈을 가지고 19살 많은 여자와 멀리 도망을 쳤다. 4년의 시간을 떠돌면서 온갖 일을 다 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1년간 한다.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유화를 그리거나 시를 썼다. 그 후로 티벳에 온 후에 '니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나'와 '니마'는 티벳의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하지만 이제 와서는 서로가 함께 했었던 일이 진짜였는지, '니마'는 끊임 없이 변하는 어떤 것이었는지 아니면 실존하는 사람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어느 날 '니마'가 '나'를 떠나고 '나'는 티벳으로 여행을 계속한다. '나'는 그를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못하지만, '나'의 탐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느낀다.

 

o 나를 지휘하라 - 우진파(吳錦發)

 

아껀은 매달 두세차례 들르는 호텔로 가서 여자를 부른 후 회상에 잠긴다.

아껀은 신문기자로 얼마 전 편집국장과 사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그들은 특정 회사에 대해 안 좋은 기사를 쓸 것을 주문하였으나 아껀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니우 주임이 아껀을 따로 불러내 압력을 가했다. 니우 주임은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남을 지휘하려면 자기의 지휘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하며 소신 있게 행동하던 자였다. 그러나 사장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도록 처신하라며 얼굴을 바꿨다. 주문한 대로 기사를 쓰지 않자 사측에서는 아껀에게 회사 주식을 팔고 그만둘 것을 종용한다. 아껀은 니우 주임의 얼굴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호텔로 간다. 그는 호텔에서 자신이 여자를 '지휘'하겠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운터에서 경찰의 임시검문이 실시된다는 전화가 걸려 온다. 여자가 화장실에 숨어 있는 동안 임시검문이 끝나지만 여자가 배변하는 모습을 본 아껀은 흥이 가시고 만다. 여자는 분위기를 다시 북돋워 보기 위해 아껀에게 자신의 '지휘'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아껀은 흥분하여 여자와 다투게 되고 급기야 종업원이 방으로 들어와 싸움을 말린다. 아껀은 되는대로 돈을 집어던지고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온다. 계단은 지옥 끝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o 금발 변색 사건 - 우진파(吳錦發)

 

여작가 뉴젠타이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자신의 머리카락이 온통 금발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자신이 몽유병에 걸린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집 안 어디에서도 염색약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자 자신이 인격 해리(解離) 증상일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그녀는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정신병에 걸린 경험이 있었다. 타이완의 권위주의적인 문화에 익숙한 그녀에게 미국의 문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학생이 교수에게 비판을 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모습 등에 충격받은 그녀는 환청을 듣기 시작하고, 정신분열 증세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지금의 남편 Peter를 만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곧 회복이 된다.

타이완에 교수 자리를 얻게 되어 돌아온 그녀는 신문에 칼럼을 투고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큰 반향을 일으킨다. 대학생들은 그녀의 칼럼을 읽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부조리한 타이완의 질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보수 언론은 그녀를 창녀, 양놈 똘마니, 음모분자로 몰아부친다. 그런 와중에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하자 그녀는 칼럼 쓰기는 물론 수업 하러 나가는 것조차 포기한다. 그리고 아이를 끌어안은채 새벽에 목놓아 크게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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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청일전쟁의 결과로 1895년 부터 무려 50년간 일제 강점기를 거치다가 1945년에 광복을 맞고, 1949년에 패전한 국민당 정부가 남하하여 국민당 독재 시기를 거친다. 40년간 계엄령이 지속되다가 1987년에야 해제되었다고 하는데, 그 궤적이 여러모로 남한과 흡사하다.

하지만 대만 하면 기억나는 것은 남한이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외교를 단절했던 사건과 영화 두 편이 거의 전부이다. 그 외에 뭐가 있나 기억을 떠올려보려 해도 중소기업, 컴퓨터 부품, 야구, 그런 단편적인 인상밖에 없다. 그만큼 대만에 대한 관심은 한정적이었다.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는 1994년도에 보았다. <씨네21>이라는 잡지를 동아리에서 구독했었는데 거기 롱테이크신이 소개되어 비디오방에서 봤다. 부동산업자인 여자와 묘자리를 파는 남자, 그리고 옷을 파는 남자 세 명이 한 집에 기거한다. 합의하에 기거하는 것은 아니고 남자는 여자가 없는 사이 몰래 숨어들어 산다. 대사는 어이 없을 만큼 적고, 마지막 즈음 여자가 우는 롱테이크신은 관객을 끝내 여자의 감정 속으로 우겨 넣는다. 보고 나서 느낀 허탈함과 단절감은 오랫동안 생각이 났다.

2010년에는 뉴청쩌 감독의 <맹갑>을 보았는데, 대만 애들은 저렇게 살고 저렇게 노는가 싶은 정도의 기억만 있다.

<목어소리>를 함께 샀다. 쉽사리 손이 갈 것 같지는 않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170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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