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로왕의 원래 이름은 여경(餘慶)으로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황음(荒淫)에 빠졌던 왕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느 날 꿈속에서 절세의 미인을 만나는데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여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여경은 화공을 불러 여인의 모습을 똑같이 그리도록 한 후 여인과 닮은 사람이 있으면 왕궁으로 불러들이도록 하여 음행을 일삼았다.

도미(都彌)는 본래 마한 사람으로 작은 부락의 우두머리인 읍차(邑借)였고, 아랑(娥浪)이라는 이름의 아리따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날 여경에게 바칠 여인을 물색하던 체찰사(體察使)가 아랑을 보고 이를 여경에게 고한다. 여경은 아랑이 자신의 꿈속에 나타났던 여인과 똑같이 생겼음을 알고 그녀를 취하고자 한다.

체찰사의 간교를 듣고 그럴싸하게 여긴 여경은 도미의 부락으로 사냥을 나간다. 그곳에서 여경은 짐짓 살(煞)을 맞은 것처럼 꾸민 후 아랑의 손가락을 베어낸 피를 받아 먹고 회생하는 연극을 한다. 자신을 구해준 공을 치하한다는 명목으로 도미를 궁으로 불러들인 여경은 도미를 꾀어 바둑을 두는데 첫 판은 짐짓 져준 후 노기를 띠며 둘째 판에 아랑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두도록 분위기를 몰아 간다. 바둑을 이긴 여경은 아랑을 궁인(宮人)으로 삼겠다 선언하는데, 도미는 자신의 아내 아랑이 절대 마음을 고쳐먹을 사람이 아니라 말한다. 이에 여경은 아랑이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에게 몸을 허락한다면 도미의 두 눈을 빼어 장님을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고 아내로서의 정절을 지킨다면 큰 상을 내리고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아랑은 여경의 청을 거절할 경우 도미가 죽게될 것을 두려워 자신의 비자(婢子)로 하여금 여경을 대신 모시도록 하되 불을 어둡게 하고 말소리를 내지 않음으로서 아랑 자신이 동침한 것처럼 속인다. 속치마에 매달린 향낭(香囊)을 취한 여경은 도미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뜻을 이뤘음을 자랑하지만, 냄새를 맡아본 도미는 여경이 다른 여자를 취하였다며 웃고 만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여경은 도미의 두 눈을 도려내고 배에 태워 멀리 떠내려보낸다. 아랑은 도미가 탄 배를 먼 발치에서 지켜본 후 모든 것을 체념하였는데, 어느 날 도미를 태우고 갔던 배가 다시 아랑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랑은 도미가 타고 떠난 배를 자기도 모르게 타고 흘러가는 강물에 몸을 내맡기는데 한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메이던 남편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둘은 외딴 섬에서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어느 날 아랑은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얼굴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상처 사이에 흑감탕을 문질러 흉측한 얼굴로 만든다.

둘은 고구려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도미는 피리를 불고 때로 아랑은 피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면서 아랑은 노래를 불렀는데 사람들은 그 노래를 아랑의 이름을 따서 아랑가(阿郞歌)라 불렀다. 어느 날부터인가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떤 어부가 그들이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 도미는 맹인이 아니라 화모(花帽)를 쓴 늠름한 사람이었고 아랑 역시 병든 노파의 모습이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여경은 자신이 도미의 눈을 뺀 날로부터 칠 년 뒤에 고구려 군사의 공격을 받아 아차산성 밑으로 압송되어 살해된다.

 

우리나라 설화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쯤 빌려와 낡은 고서화를 보는 듯한 고졸한 느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 최인호의 변과 달리, 소설은 진부하다. 그저 <삼국사기>에 나온 이야기에 약간의 살을 붙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15718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