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동서 미스터리 북스 87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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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의 톰 리플리는 야심만만한 젊은이지만 실제로는 탈세를 돕고 편지사기로 수표를 부정하게 취득하는 등 자잘한 사기나 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하버드 그린리프라는 조선회사 사장이 찾아온다. 하버드는 자신의 아들 리처드 그린리프(디키)가 이탈리아에 간 후 그림과 여자에 빠져 귀국할 생각도, 사업을 이을 생각도 없이 살고 있다며 그를 설득해 돌아오게 해 줄 것을 부탁한다. 유럽여행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톰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적지 않은 사례금을 받아 이탈리아의 몬지베로로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 톰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디키를 만난다. 하지만 디키는 톰이 누구인지 잘 기억해내지 못했고, 그다지 반기는 눈치도 아니었다. 디키는 매달 미국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고 부모의 지원도 있었기 때문에 그림과 놀이에 열중해서 지내고 있었으며, 머지 셔우드라는 미국인 여성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디키와 머지의 관계는 좀 묘했는데 디키는 머지를 여성으로 진지하게 생각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녀의 집과 자신의 집을 오가면서 스스럼 없이 지냈고, 머지는 디키와 좀 더 발전된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

톰은 특유의 재치와 언변으로 디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고 숙소를 호텔에서 톰의 집으로 옮긴다. 함께 살기 시작하자 디키를 사이에 두고 톰과 머지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디키가 톰과 단둘이 보내는 생활이 많아지자 머지는 톰이 동성애자일 것이라 생각한다.

톰은 디키와 함께 언제까지나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지가 자꾸만 방해가 되었고, 어느 날 머지의 집에서 디키가 그녀와 포옹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게다가 디키의 옷을 몰래 꺼내 입어보다가 디키에게 발견되어 난처한 상황을 맞이했고, 하버드 그린리프로 부터는 디키를 데려올 수 없는 것 같으니 이제 여행 경비를 대줄 수 없다는 편지를 받는다. 디키는 이제 노골적으로 톰이 자신의 집에서 나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고, 산레모로 가는 여행을 끝으로 톰은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할 처지가 되었다.

톰은 문득 자신의 체격과 외모가 디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를 살해한 후 디키 행세를 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톰은 보트에서 디키를 살해하여 가라앉히고 보트 역시 돌을 집어넣어 가라앉힌다. 몬지베로에 혼자 돌아간 톰은 디키가 머지와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 한는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디키의 부재를 설명하고 그의 물건과 집 등을 처분해버린다. 디키의 행세를 시작한 톰은 매달 배달되는 수표에 위조서명을 하여 현금을 확보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디키의 친구 프레디 마일즈가 나타나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톰은 프레디마저 호텔에서 살해한다. 며칠 후 프레디의 시체가 발견되자 경찰은 그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디키(실제의 톰)에게 주목한다. 게다가 가라앉힌 배가 떠오르고 톰 리플리라는 청년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을 알게 된 경찰은 디키(실제의 톰)이 프레이돠 톰 리플리를 살해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또한, 두 번에 걸쳐 위조서명을 한 수표의 서명에 대해서도 은행쪽에서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에 톰은 계속 디키 행세를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한다. 톰은 디키의 타자기를 이용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톰에게 남긴다는 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톰으로 다시 돌아온 후 경찰에 출두한다. 살해되었을 것으로 짐작했던 톰이 멀쩡히 나타나자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톰은 디키가 프레디의 살해 사건 이후로 의기소침했었고 자살을 하려 했었다며 머지와 하버드 그린리프, 그리고 그가 데려온 탐정까지 모두 속여넘긴다. 그리고 몇달 지난 후 자신이 맡아 두었던 디키의 편지가 유서였음을 발견했다며 하버드 그린리프에게 통보하여 디키의 유산까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톰은 디키의 돈과 자유 모두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디로 가든 자신을 쫓는 경찰의 환상을 볼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순간 어디로 갈 것인가 묻는 택시 기사의 물음에 톰은 제일 좋은 호텔로 가달라고 말한다.

 

소설의 원제목은 <재주꾼 리플리 The Talented Mr.Ripley>(1956)로 르네 클레망 감독이 톰 리플리 역에 알랭 들롱을 캐스팅하여 <태양은 가득히>(1960)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하여 성공하였다. 또한 <길>, <대부>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니노 로타의 OST가 대단한 인기를 얻어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음악>이니 <무드음악>이니 하는 제목의 테이프에 반드시 수록되기도 했었다.

2000년에 안소니 밍겔라 감독이 <태양은 가득히>를 다시 리메이크하여 <리플리>라는 이름으로 제작하는데 톰 리플리역에는 맷 데이먼이 분했다.

영화에서는 리플리가 디키를 살해한 후 머지를 유혹하는 설정이지만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이는 불가능하다.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는 톰 리플리를 다분히 동성애적 성향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톰이 디키의 옷을 몰래 입어보는 것이라든가, 디키를 살해한 후 디키가 머지와 성적 접촉을 한 것이 잘못이라고 탓하는 점, 그리고 의자 등에 걸려있는 머지의 속옷에 대해 대단히 불쾌해 하는 점, 야심과 욕망 가득한 톰이 머지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여성에 대해서도 관심 없어 하는 점 등은 다분히 이를 뒷받침한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뛰어난 머리의 소유자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두 명을 살해하고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그의 범죄는 완전범죄로 마무리되기까지 한다. 게다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악의 화신인 리플리의 성공담과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은 묘한 대비를 주어 아이러니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우리 세계를 시사하는 것 같다.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는 톰의 행동에 비난을 가하지도, 톰을 죄책감에 몰아넣지도 않는다. 단 한번, 마지막에 자신이 경찰의 환상을 보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재에는 최고의 호텔로 가겠다고 외치기까지 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519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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