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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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킹스 에보트에는 두 개의 저택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킹스 패독으로 페라즈 부인이 살고 있고, 다른 하나는 펀리 파크로 로저 애크로이드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페라즈 부인이 사망하자 소설의 화자이자 마을 의사인 셰퍼드가 검시를 하는데, 사인은 수면제 과용으로 인한 사고사로 밝혀진다.

로저 애크로이드는 한 때 결혼했었지만 부인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였고, 페라즈 부인 역시 남편이 알코올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다가 사망하였다.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두 남녀가 결혼할 것을 마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사건 직후 로저 애크로이드가 셰퍼드를 불러 페라즈 부인이 사실은 자살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에게 남편을 독살했던 비밀을 털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챈 누군가가 페라즈 부인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해왔다는 이야기였는데, 고백 이후 부인이 죄책감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인이 남긴 편지가 로저 애크로이드에게 배달된다.

편지에는 협박범의 정체가 담겨 있었는데 애크로이드는 혼자서 읽길 원하였고 그를 남겨둔 채 셰퍼드는 집으로 돌아간다. 잠시 후 펀리 파크의 집사인 파커가 전화를 걸어와 로저 애크로이드가 살해당했음을 알려온다.

용의자는 먼저 양아들인 랄프 페이튼 대위로 그는 애크로이드의 사망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다. 또한 마을에 은밀히 들어와 집이 아닌 여관에 머물고 있으며 숲 속에서 양아버지가 사망하면 곧 자기에게 돈이 들어온다는 수상쩍은 말을 하기도 했으며, 애크로이드가 사망한 직후부터 종적이 묘연하다.

다음으로 애크로이드의 여자 형제인 애크로이드 부인이 있다. 로저 애크로이드가 하녀인 미스 러셀과 미묘한 관계가 되자 적극적으로 둘 사이를 훼방한 전력이 있고, 최근 페라즈 부인과 결혼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유산이 줄어들 위기에 있다.

집사인 파커는 사건 당일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애크로이드의 말을 무시하고 대화 내용을 엿들으려한 혐의가 있어 페라즈 부인을 협박한 범인이 아닐까 의심 가는 행동을 한다.

또한 사건 당일 펀리 파크에 방문한 낯선 남자와 정자에 남겨진 거위 깃털, R로 부터라는 글씨가 세겨진 결혼 반지, 마약과 흔적이 남지 않는 독약에 대해 질문을 한 미스 러셀 등 사건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 된다.

포와로는 모든 용의자들의 혐의를 합리적인 소거법을 통해 제거해 나간다. 먼저 사라진 40파운드의 범인이 랄프 페이튼의 사촌인 플로라의 소행인 점을 밝혀내고, 그녀가 도둑질을 은폐하기 위해 한 거짓말로 인해 에크로이드의 사망 시각에 혼동이 생겼음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미스 러셀이 마약에 관한 질문을 한 이유는 사건 당일 펀리 파크를 방문한 낯선 사내 때문이며, 그가 그녀의 숨겨진 아들이자 마약중독자이기 때문이었음을 알아 낸다. 결혼 반지는 랄프 페이튼이 하녀 어슐러 본에게 준 것이며 비밀 결혼 이후 나약한 성격 때문에 진실을 밝히지 못하다가 양아버지가 플로라와 약혼하라고 하자 이에 응낙했다가 어슐러와 다투는 과정에서 아버지 사망 운운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애크로이드가 누군가와 나눈 대화가 사실을 딕타폰이라는 기계(녹음기와 비슷한 기계인 듯함)에서 흘러 나온 소리이며, 그 소리가 나올 때 이미 애크로이드는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그 기계를 나중에 회수하기 위해 범인이 의자를 탁자가 가려지는 위치로 이동시켰다는 것을 추리한다.

이러한 소거법으로 범행이 가능했던 유일한 인물이 드러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소설의 화자 셰퍼드였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6번째 장편 소설로 작가의 작품 중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술했던 화자가 사실은 범인이라는 발상은 당대의 추리소설가 사이에서도 찬반격론을 일으켰는데, 반 다인은 떳떳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비난한 반면 도로시 세이어스는 트릭이 훌륭하다고 격찬하였다.

 

번역본으로 읽은 독자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무척 어렵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딕타폰에 대고 말한 애크로이드의 어투가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되는데 <The Murder Of Roger Ackroyd> 페이퍼백을 찾아 보니 '...the calls on my purse have been so frequent of late that I fear it is impossible for me to accede to your request' 이며, 우리말로 옮겨 보자면 '최근에는 지출이 너무 많아서 나로선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겠습니다'이다. 포와로는 이 말이 평상시 말투로는 너무 이상하였기 때문에 상대편이 있는 대화로 볼 수 없었다고 지적하는데, 사실 우리말로 옮겨 놓고 읽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가 없다. 또한, 마지막 <Apologia> 장에서 셰퍼드가 말하는 몇 가지 변명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생생한 인물과 심리 묘사는 돋보인다.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 일급 추리소설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읽는 이유는 해문출판사에서 발간한 빨간색 책 값이 싸서(그래서 번역도 싼 값을 한다) 다른 책을 사는 김에 한 두권 사다 보니 모으는 재미가 생겨서였다. 이번에 읽은 것은 고려원미디어 발간분인데 HAPER사에서 발간된 페이퍼북에 도전하다가 도저히 번역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중고서점에서 들고 왔다.

 

올해도 이제 거의 끝나 간다. 읽었던 독후감들의 제목을 보니 올 한 해 독서가 너무 충동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아침에 들고 나간 책을 읽었을 뿐인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읽은 책을 꼭 기록으로 남기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서 뿌듯한 맘도 있다. 힘들었던 시기를 독서를 하면서 견뎌냈고, 이제 좋은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더 충실한 독서의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 나 자신도 계속 변화하기를, 그리고 언제 만나도 이야기꺼리가 있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해본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927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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