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금 미도리의 책장 11
쓰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그래픽 디자이너인 주인공 이리에 사토루코는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요절한 시인 사무카와 겐지의 일기를 발견한다. 겐지의 손자에게 일기를 전해주러 간 카페에서, 비올라다감바 등의 현악에 노래가 가미된 콘소트(Consort) 연주를 듣게 된다. 사무카와 고스케는 그런 현악기를 만드는 장인이었다.

퉁명스러운 고스케와 이리에가 가까와 질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한다. 그리고, 고스케는 이리에에게 붉은색 수금(竪琴)을 선물한다.

도메키 마나부는 헤어진지 3년이 된 남자친구로 이리에와 그는 불륜 관계였었다. 그가 다시금 이리에의 삶에 틈입하려 하고 스토킹 기미까지 느끼게 되자 고스케는 이리에에게 공방에서 당분간 지내도 좋다고 말한다. 고스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사랑한 것은 이리에의 할머니일지도 모르고, 자신은 겐지의 친 손자가 아닐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한다. 겐지의 시에 종종 등장하는 나라를 뜻하는 한자는 할머니의 이름이기도 하기에, 어쩌면 시는 다시 해석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리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고스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 즈음 고스케를 초청하는 이탈리아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온다. 고스케는 떠나기로 결심하고, 둘은 마지막으로 고래소리를 듣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중 고스케가 약년성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할때의 괴로움을 견디는 것이 어떠한지 알고 있기에 둘은 헤어지기로 한다. 여행이 끝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이리에에게 겐지의 일기를 해석하던 교수가 일기에 남은 연필자국을 베껴서 보내준다.

거기에는 겐지가 사토루코의 할머니에게 '나, 영원히 당신 안에 깃들어 있으리'라고 쓴 글이 쓰여있다. 그리고 고스케로부터 전화가 온다. 새치료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으며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구경하고 싶어할 취향이 별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사토루코는 보고 싶어요 라고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다.

 

무척 간결하면서 섬세한 문체가 특이하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내세웠고 문체 역시 그러했기에 작가가 여성인줄 알았으나 의외로 남성 작가였다.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연애소설이다.

소설에서 가장 공감을 한 부분은 이리에가 가정이 있는 도메키 마나부와 사귀는 설정과 고스케와 헤어지기로 마음먹는 부분이다. 전자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읽은 이후 관대해진 탓이 있고, 후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영향이겠다. 

겐지의 일기에서 연필에 눌린 자국을 복원하는 장면은 작가가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에서 대출카드 뒷면 연필 초상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 둘이 헤어진 채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43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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