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 연대기 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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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루이스가 하룻 밤 동안 인터뷰를 하며 지나온 생애를 들려준다.

 

루이스는 루이지애나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의 동생이 비전을 보았다며 가산을 모두 처분하여 선교 활동에 써야 한다고 조르지만 루이스는 응낙하지 않는다. 동생은 사망하고, 원인이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루이스는 이 사건이 무척 자기중심적인 데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성자가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뱀파이어 레스타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루이스는 레스타와 기묘한 생활을 시작한다. 레스타는 루이스의 농장 쁘앙뜨 둘락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취할 수 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모시기에도 적당하다고 생각하였다. 레스타는 루이스 역시 뱀파이어의 성정으로 자신과 함께 살인의 쾌락을 즐길 것을 기대하였지만 루이스는 인간적인 본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의 피를 거부한 채 동물의 피로 연명한다.

 

사색적이고 인간적인 루이스는 선과 악에 대한 인간적 기준과 뱀파이어로서의 본능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이 때문에 레스타와 사사건건 마찰한다. 루이스의 인간적인 면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루이스가 떠날 것을 두려워한 레스타는 고아 소녀 끌로디아를 뱀파이어로 만든다. 루이스의 사색적인 면과 레스타의 야수적 본성을 모두 가진 끌로디아는 뱀파이어의 영생과 사멸, 동족의 존재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한다. 그리고 레스타가 사실은 뱀파이어의 비밀에 대해 아무 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점과 자신을 어린 아이 상태에서 뱀파이어로 만든 것에 대한 증오가 겹쳐 창조자 레스타를 살해한다. 끌로디아를 지키기 위해 살해에 가담한 루이스는 끌로디아와 함께 뱀파이어의 발생지로 종종 지목되는 동유럽으로 건너가지만, 그곳에는 살인 욕구만 남은 분별 없는 하급 뱀파이어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프랑스로 건너간 그들은 뱀파이어 아르망을 만나게 된다. 아르망은 극장 떼아뜨르 드 빵삐레를 거처로 삼고 여러명의 뱀파이어를 거느린 인물로 확신에 찬 그의 언행에 루이스는 매혹 된다. 아르망 역시 인간적인 고뇌를 하며 답을 구하는 루이스에게 끌리게 되고, 끌로디아는 루이스를 독차지하려는 욕심에 아르망이 자신을 제거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떠나게 될 것을 예감한 루이스는 끌로디아의 청에 따라 마들린느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끌로디아와 함께 있도록 한다. 레스타가 부활하여 극장으로 찾아와 그들이 자신에게 한 짓을 알리자 뱀파이어들이 마들린느와 끌로디아를 살해하고, 그제서야 루이스는 자신이 끌로디아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해뜨기 직전에 극장을 불살라 뱀파이어들을 살해하여 복수한다.

 

뉴 올리언즈로 아르망과 돌아간 루이스는 그곳에서 레스타를 다시 만난다. 하지만 레스타는 영생의 몸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죽어가는 인간처럼 모든 정렬을 소진한 존재가 되어버렸고,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아르망에게 실망한 루이스는 상실감만을 안게 된다. 

 

인터뷰를 마친 루이스에게 지금껏 듣고 있던 젊은이는 뱀파이어의 영생체에 매혹 당해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줄 것을 간청하지만 루이스는 그의 피를 마실 뿐이다. 가까스로 살아난 젊은이는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 레스타의 소재지를 루이스의 인터뷰로 부터 알아 내고, 그곳을 찾아 떠난다.

 

1994년 닐 조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기도 한 작품으로 <뱀파이어 연대기 The Vampire Chronicles> 첫째 권이다. 프랑스 인들이 정착한 미국의 뉴 올리언즈를 떠나 유럽으로 가지만 그곳에서 안식을 찾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공간적인 이동을 한 축으로, 자신의 창조자(레스타)를 부정하여 죽이고 다른 창조자(아르망)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모두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이야기를 다른 한 축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루이스는 아르망에게 한때 매혹되어 그를 따라나서지만 이는 자신의 인간적 고뇌, 악을 행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인간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면서도 인간적 고뇌에 괴로워하는가 하면

신을 찾아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신부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때 나타난 아르망은 루이스에게 강력하고 아름다우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아르망 역시 루이스를 독차지 하기 위해 끌로디아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었음을 알게 된 후 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식어버린다.

자신을 창조하고 사랑했던 레스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끌로디아를 죽게 만든 루이스의 인간적 고뇌와, 초인간적 영생이 대비되어 루이스의 슬픔은 더욱 부각된다.

 

인간들과 더불어 사는 시간과 자신을 드러내는 삶을 포기하는 대신 영생과 권능을 얻는다는 뱀파이어 모티프는 무척 매력적인 계약이다. 하지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저주와 아픔으로  부각되는 것은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인간적 고뇌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라는 가정 때문이다. 영생을 살기에 찰나의 관계 맺기가 두렵고, 영원을 전제로 맺은 관계는 깨어질 때 견뎌내기 더욱 힘들다. 고통은 죽음이라는 망각과 함께 사라지지 못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라는 시구가 떠오르며, 새삼 한용운님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318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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