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동서 미스터리 북스 26
뒤 모리에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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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반 홉퍼 부인의 개인 비서로 일하던 주인공 '나'는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영국의 유명한 성 만더레이의 소유자 맥심 드 윈터를 만나게 된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자존감이 약한 주인공에게 맥심이 사랑을 표현하고, 곧 둘은 결혼하게 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만더레이 성으로 간 '나'는 그곳에서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낀다. 레베카는 만더레이의 일상을 완벽하게 꾸려 나갔던 것으로 보였는데, 사람들은 모두들 레베카가 있었던 시기의 일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녀가 머물렀던 서쪽 방은 여전히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레베카의 충복이었던 가정부 덴버스는 깍듯한 태도로 '나'를 대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여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듯 했다.

소심한 성격의 '내'가 레베카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점점 더 움츠러들 뿐인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만더레이에서 가장 무도회가 열린다. 그리고 덴버스의 충고에 따라 맥심 집안의 조상으로 분장을 했는데 그런 '나'를 보고 맥심은 몹시 화를 낸다. 레베카 역시 죽기 전 같은 인물로 가장무도회에 참석 했던 것이다. 덴버스의 악의에 찬 행동과 맥심의 사랑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나'에게 덴버스는 자살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날 밤, 연안에 배가 좌초되어 수색하던 도중 침몰된 배가 발견된다. 그 배는 레베카가 탔던 배로 시체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그 배 밑바닥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맥심의 입에서 충격적인 고백이 나온다.

레베카는 알려진 바와 같이 정숙한 여자가 아니었고 무척 방탕한 생활을 해왔으며, 만더레이에서 조차도 공공연히 방종한 생활을 해왔다. 특히나 사촌인 잭 파벨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맥심은 수차례 레베카에게 만더레이에서만이라도 정숙하게 지낼 것을 당부했으나 레베카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레베카가 자신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맥심을 조롱하자 맥심은 그녀를 쏘아 죽인 후 배에 태워 침몰시킨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시체를 레베카라고 확인해준 것인데, 지금 진짜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모든 고백을 듣고 난 '나'는 맥심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을 알게 되고 레베카의 압도적 이미지에 서 조금씩 벗어난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되어 이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난파되었을 것이란 추측이 조선업자의 증언으로 뒤집히지만 레베카의 자살로 배심원은 평결한다. 하지만 파벨은 레베카가 죽던 날 자신이 레베카와 약속했던 편지를 근거로 타살임을 주장하고, 바닷가에 사는 벤이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지능이 모자란 벤이 겁에 질려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여 위기를 넘기지만 이번엔 덴버스가 레베카의 일기를 가지고 와 죽던 날 베이커라는 산부인과 의사와 약속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의사의 증언으로 레베카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맥심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런던으로 의사를 찾아간 맥심 일행은 거기서 뜻 밖의 사실을 듣게 된다. 레베카는 자궁이 기형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었으며, 그녀는 말기 암을 앓고 있어 곧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이었다. 맥심은 결국 레베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농락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되돌아 온 '나'와 맥심은 만더레이가 덴버스에 의해 불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초반부는 지루하리만치 소심한 '나'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여 답답함 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레베카의 시체가 발견된 뒤부터 속도가 붙고, 주인공 '나'의 불안감이 물에 번져가는 잉크처럼 독자를 잠식한다.

어렸을 적 누군가를 차로 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리고 깰 때까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는데 <레베카>를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소설의 주된 갈등 양상은 범죄를 저지른 맥심과 이를 알고 있는 '나', 그리고 그것이 밝혀질 위기가 아슬아슬하게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참으로 탁월하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4145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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