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주인공 하츠는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로 단짝이었던 키누요가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느라 소원해지자 외톨이가 된다. 생물 실험을 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니나가와와 한 그룹이 되는데, 니나가와는 특이하게도 여성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잡지에 나온 올리라는 모델 겸 가수를 하츠가 실제로 본적이 있다고 말하자 니나가와는 하츠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니나가와의 집에 간 하츠는 그가 올리의 열성 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니나가와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하츠는 올리 이야기만 하는 니나가와가 야속하게 생각되고, 어느날인가 등을 돌리고 올리가 나오는 라디오 청취에만 열을 올리는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준다.

여름방학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놀러갈 계획을 세우지만 하츠는 만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니나가와가 올리의 라이브콘서트 티켓을 구해와 하츠와 키누요 까지 셋은 콘서트를 보러간다. 콘서트에서 자연스럽게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은 키누요 뿐이고, 하츠는 분위기상 움직이기는 하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고 니나가와는 올리만 바라볼 뿐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올리에게 니나가와는 무턱대고 다가가다가 스텝 요원들에게 이상한 녀석 취급을 받고 제지당한다.

버스가 끊겨 니나가와의 집으로 자러간 날, 니나가와는 하츠에게 "올리짱에게 다가갔을 때, 나, 그 사람을 이제까지 그 어느 순간보다 가장 멀게 느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츠는 니나가와의 등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느낀다. 그것은 사랑스러운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이다.

 

수원역에서 읽기 시작해서 계산역에 도착하는 순간 다 읽었다. 딱히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전작 <인스톨>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시카와 타다시가 "굳이 문학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술술 읽힌다.

<인스톨>의 연장선 이라고 해야 할까, 일관된 느낌도 괜찮았다. <인스톨>에서 주인공 도모코는 등교 거부를 하고 초등학교 6학년생인 카즈요시와 채팅방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잠시 도피를 하지만 결국 도모코가 깨닫는 것은 가상공간은 가상공간이고 현실은 여전히 현실이라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에서 하츠는 다른 아이들이 유치해서 놀기 싫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키누요와 멀어지자 소풍 때 잠만 자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육상부 선생님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과 육상부원들 사이에는 애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츠는 애정 표현이 어색하고 쑥스럽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그런 결과로 스스로 껍질을 뒤집어 쓴 것처럼 되고 만다. 또 니나가와가 자기와 공통된 관심사 얘기를 했으면 하면서도 그런 말을 직접 하지는 못한다. 아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 자체를 무의식중에 부정한다. 그렇지만 니나가와가 자기로 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왠지 싫고,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니나가와는 이상형 올리에 대해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히키코모리와 같이 생활하지만 막상 그녀를 직접 본 순간 무척 멀게 느끼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와타야 리사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남들과 다른 아이들이 아니고, 남들처럼 되고 싶은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서 때로는 괴롭기도 하고 때로는 허세도 부린다. 그래서 아이들의 허세가 미워보이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656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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