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주인공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식당을 하는 아버지에 기대어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어서 무엇이 되겠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독서 자체가 목적이다.

어느날 뒤라스의 <연인>을 사기 위해 한 남자를 만나는데, '나'는 그 남자가 읽고 있는 책마저 탐이 난다. '나'는 남자와 책을 거래하기 위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몇 권의 책들을 거래한다.

한편 '나'의 친구인 유희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잠만 자면서도 1등만 했던 아이로 영화광이다. 유희는 타고난 머리를 이용하여 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직장도 잘 구하고, 또한 그렇게 구한 직장을 잘도 때려치운다. 마지막으로 직장을 때려치운 유희는 뜻밖에도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 채린은 항상 로맨스를 꿈꿔왔으나 '나'나 유희보다 먼저 시집을 갔는데, 착하기만 한 남편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데도 로맨스를 꿈꾸며 유부남과 바람이 나고 심각한 상태에 빠진다.

바람이 난 채린을 대신해서 비디오가게를 봐주던 '나'는 책을 팔았던 남자와 우연히 조우하고 남자와 채린은 한 가지 계약을 한다. 남자의 집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주는 대신에, 남자를 버리고 떠난 여자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 즉 사귀는 척을 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책 욕심에 기꺼이 남자를 따라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사주는 옷도 입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자를 떠난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한 행동들은 온전히 '나'의 오해였을 뿐이고, 남자의 애인은 이미 죽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유희는 자살했던 친구 S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으로 과거를 극복하고 싶었고 결국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작품은 채린에 대해서 쓰겠다고 한다. 혹독한 평을 받을 것 같은 소재지만 유희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것임을 알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채린은 남편과 이혼했지만 다시 남편과 만나 연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남자는 <아비정전>에 나오는 새 이야기를 하다가 홍콩에 가기로 하고, 여행을 갔다온 후 남자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듯 사람을 읽는 나에게 '그'는 한번 읽어서 될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래전 나는 쇼핑몰에 있는 카트를 끌고 서점의 책들을 쓸어 담는 것이 꿈이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니 읽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공상을 해본 적이 있으니까. 대학교에 다닐 때 용돈이 올라오면 나는 서점에 갔다. 그리고 오래오래 책을 골랐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책을 골랐다. 돈이 별로 없었고, 동아리방에 굴러다니는 책이나 도서관의 책이 아닌, 내가 소유하게 될 책을 사는 것이니까 함부로 손에 집히는 대로 살 수 없었다. 지금은 돈을 버니까 읽고 싶은 책은 살 수 있다. 어쩌면 그때보다 조금 더 행복해 진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의 출발점 '노동'과 '유희'의 분리이다. 작중에 주인공은 '책을 살 돈, 영화 볼 시간, 영화 티켓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일해야 하는 것이다...직업은 우리 인격의 어떤 부분도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인간들이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늘 생각한다' 라고 말한다.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식의 사고는 주인공에게 있어 불가해한 무엇이다. 따라서 일을 하는 것은 유희를 위한 희생이다. 따라서 주인공의 독서에 목적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작가는 '노동'은 악이고 '유희'는 선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일까. 그것은 확실치 않다. '나'를 먹여 살리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 치열한 노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아버지를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매일 목적 없는 독서를 하는 '나'와 매일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비교하여 가치판단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사고방식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다운시프트적 발상으로 빠져들 우려가 느껴진다. 유토피아 얘기에서도 어렴풋이 그것이 느껴진다.  

어쨌든 그런 점은 별도로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를 같이 샀는데 잘 한 짓 같다. 기대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6147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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