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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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의 패색이 점차 짙어지고 러시아 전선에서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당은 비밀병기를 유리한 공격 지점으로 옮기기 위해 전선을 단축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병사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독일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러시아에서 했던 것처럼 러시아군이 독일 국경을 넘어와 똑같은 짓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다.

2년간 휴가를 가지 못한 그래버는 이번 휴가가 취소될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다가 뜻밖의 휴가 통지서를 받는다. 그래버는 평온한 고향 마을을 생각하며 돌아왔지만 집은 폭격으로 날아가 버렸고 부모님의 생사도 알 수가 없었다.당장 잠 잘 곳도 없어져 버린 그래버는 이곳 저곳을 수소문하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뵈트허라는 휴가병을 만난다. 그래버는 전쟁이 더 이상 전선에 한정되지 않고 독일 국내까지 폭격을 맞는 상황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동창인 알폰스 빈딩 역시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데 그는 돌격대장으로 훌륭한 저택에 온갖 전리품을 쌓아놓고 살아가고 있다. 빈딩은 그래버가 일선에서 오랫동안 참전했다는 점과 자신에게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아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래버에게 존경을 표하고 그와 친해지려 한다. 

그래버는 어머니를 치료한 적이 있는 보건위원 크루제를 찾아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크루제는 집단 수용소에 끌려갔고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크루제만이 당의 열렬한 신봉자이자 밀고꾼인 리저 부인과 살고 있었다. 그 후 빈딩에게서 좋은 술을 얻은 그래버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마신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둘은 점차 사랑에 빠진다.

그래버는 엘리자베스를 장교들 전용의 최고급 호텔 '게르마니아'로 데리고 가서 훌륭한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둘은 전쟁과 고발과 죽음이라는 압박감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애틋한 시간을 함께 한다. 한편 그래버는 양심을 지키다가 학교로부터 쫓겨난 옛 은사 폴만을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는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를 죄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묻는다. 참전이 곧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휴가가 끝나면 다시 복귀해야 하고 그것은 공범이 된다는 것, 하지만 복귀하지 않으면 총살 당하기 때문에 일선으로 안 갈 수가 없으며 가서 아무런 방어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자살행위가 된다는 것, 그 딜레마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 묻는다. 폴만은 자신도 거기에 대한 대답을 알지 못한다며 괴로워한다.

그 후 빈딩으로부터 다시 초대를 받은 그래버는 그곳에서 친위대원인 하이니라는 자와 알게 되는데 그는 러시아에서 파르티잔들을 불태워 죽인 이야기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한적한 길에서 술에 취한 하이니의 뒤를 걸어가던 그래버는 그를 살해하여 더 큰 죄악을 없애야겠다는 상념에 빠지지만 결국 그를 죽이지는 못한다.

엘리자베스를 두번째로 게르마니아로 데려간 날 호텔이 폭격을 당하고 둘은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 폭격은 안전하게 보이던 빈딩의 집도 덮쳐 빈딩이 사망한다. 그래버는 한 개인이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면서도 돌격대장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람은 아주 작은 면만으로도 죄악을 저지르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후 그래버와 엘리자베스는 결혼하기로 약속하는데 이들은 결혼을 위한 증명서류를 떼는 과정에서 혹시나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와 연관된 일을 트집 잡히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친위대장이 이들의 증인이 되어 서명을 한다. 대규모 폭격이 거듭되어 엘리자베스의 집이 폭격당해 불타버렸기 때문에 성당에서 밤을 세운 다음 날, 기적처럼 폭격을 피해간 카페를 발견한 둘은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마지막 밤을 보낸다. 그래버는 자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다며 엘리자베스에게 기차역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고 혼자서 기차를 탄다. 그리고 떠나기 직전 역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를 발견한다.

일선으로 복귀한 그래버는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음을 알게 된다. 러시아인 네 명이 포로로 잡혀오자

친위대 출신인 슈타인브레너는 트집을 잡아 그들을 살해할 생각만 한다. 이를 눈치챈 중대장은 그래버에게 포로들의 감시를 맡기고 그래버는 러시아인들에게 몰래 담배를 건내준다. 그날 밤 전세가 악화되어 독일군은 진지를 버리고 퇴각할 상황이 되고 슈타인브레너는 러시아인들을 죽이기 위해 온다. 그래버가 슈타인브래너를 제지하자 슈타인브레너는 그래버에게 직접 러시아인을 사살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버는 자신은 러시아인을 쏘지 않을 것이며 슈타인브레너 역시 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하자 슈타인브레너가 총을 뽑아들고 그 순간 그래버는 슈타인브레너를 쏘아 죽인다. 그리고 풀려난 러시아인이 도망가기 직전 땅에서 총을 집어들어 그래버를 사살한다.

 

오랫만에 고속버스에서 레마르크의 소설을 읽었다. 예상대로 오고 가는 내내 한번도 손에서 떼지 않고 읽었다. <개선문>, <서부전선 이상 없다>, <그늘진 낙원> 모두 똑같은 경험을 했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레마르크 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내가 닮고 싶은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하는 점과 자기 성찰을 하는 점이다.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 최악의 상황이 아닌데도 나에게는 그러한 미덕이 없는 것 같다.

한편 레마르크 소설을 읽다보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이 자주 연상된다. 오늘 밤에는 <마스터 키튼>을 읽다가 자야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49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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