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 Mr. Know 세계문학 60 Mr. Know 세계문학 60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819년 파리의 라탱 구역과 생마르소 동네 사이의 뇌브생트주느비에브 길에 <보케 하숙>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하숙인은 일곱 명이었다. 과부인 쿠튀르 부인과 부유한 아버지에게서 딸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빅토린 타유페르라는 처녀가 한 방에 살고 있었고, 마흔살의 노처녀 미쇼노양, 그리고 미쇼노양과 애정을 나누는 푸아레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또 호방하고 유쾌한 성격이나 어딘지 과거가 의심스러운 보트랭이라는 남자, 그리고 고리오 영감도 이 하숙집에 기거하고 있다. 고리오 영감은 한 때 밀가루를 거래하여 부유했었지만 현재는 두 딸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주고 얼마 안 되는 연금에 의지해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의 딸들은 레스토 백작과 뉘싱겐 남작에게 시집을 가서 돈을 물 쓰듯 하면서 불륜관계로 인한 빚을 갚을 일이 있을 때나 아버지를 찾아와 돈을 뜯어갈 뿐이다. 마지막으로 남부 시골 출신이며 법과 대학을 다니는 주인공 외젠 드 라스티냐크와 그의 친구로 하숙집에서는 식사만 하는 의대 수련생 비앙숑이 있다.

주인공 라스티냐크는 상류사회로 진입하여 성공하기를 꿈꾸고 그의 친척 누이 보세앙 자작 부인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 한다. 꼭 필요한 의복과 마차삯 등을 위한 돈이 없어 고민하던 그는 고향 집에 편지를 띄워 순진한 누이와 어머니로부터 돈을 조달받는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첫째 딸인 아나스타지를 방문하기 위하여 레스토 백작 집으로 간다. 아나스타지는 노름꾼인 막심 드 트라유과 불륜관계에 있는데 라스티냐크가 보세앙 자작과 친척이라는 말에 반색을 하지만, 고리오 영감을 입에 담자 두 번 다시 라스티냐크와 만나지 않으려 한다. 이에 라스티냐크는 부유한 금융자본가인 뉘싱겐 남작 부인이자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인 델핀을 찾아간다. 그녀는 라스티냐크를 통해 보세앙 자작 부인과 관계를 맺고 사교계에 입문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를 환대한다.

한편, 사교계에 진입해 출세하려는 욕망에 몸이 단 라스티냐크를 알아본 보트랭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빅토린의 친오빠를 결투 중 살해하여 막대한 유산을 빅토린이 상속받게 해줄테니 그녀를 유혹하여 결혼하고, 보트랭 자신에게는 유산의 일부를 넘겨달라는 것이다. 라스티냐크는 이 제안을 거부했으면서도 빅토린에게 달콤한 말을 건내고 그녀를 유혹한다. 보트랭이 시킨 자가 실제로 빅토린의 오빠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고, 때마침 델핀과 고리오 영감이 라스티냐크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주자 그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고 미쇼노와 푸아레의 밀고로 보트랭은 탈옥수였던 과거가 들통 나 경찰에 잡혀 간다.

그러던 중 보세앙 자작 부인이 여는 무도회가 곧 열리게 된다. 보세앙 자작부인의 정부는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사교계의 인물들은 보세앙 자작 부인의 불행을 구경하기 위해 무도회에 참석하려 한다. 

아나스타지는 정부 막심이 진 빚을 갚느라 집안의 다이아몬드를 판 사건 때문에 레스토 백작에게서 지원이 끊기자 무도회에 입고 갈 화려한 옷을 찾기 위해 고리오 영감의 마지막 재산까지 쥐어짜내려 하고, 델핀의 남편 뉘싱겐은 그녀의 지참금을 가지고 수상한 투기를 한 후 델핀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듣고 고리오 영감은 뇌일혈로 쓰러지고 사경을 헤매지만 두 딸들은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 아버지의 임종마저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결국 라스티냐크와 비앙숑의 간호를 받던 고리오 영감은 쓸쓸히 사망하고 두 딸들은 장례식 비용마저 치르지 않는다. 장례식 후 혼자 남은 라스티냐크는 묘지의 언덕 쪽으로 올라가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둘의 대결이다!>하고 외친다.

 

<고리오 영감>은 발자크의 <인간 희극>을 채우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에 <인간 희극> 중 제일 먼저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19년의 프랑스는 혁명 후의 반동으로 왕정이 복고되어 루이 18세가 통치하고 있으며 늙은 옛 귀족들이 권력을 잡은 폐쇄적 분위기로 나폴레옹 시대와 그 이전 대혁명 시대의 흔적을 지우고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시점이다.

소설의 두 공간은 서민들의 공간인 <보케 하숙집>과 사교계의 공간인 <보세앙 부인의 집>이다. 전자는 지금 있는 곳이고 후자는 앞으로 몸담고 싶은 곳이지만 라스티냐크가 경험하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보트랭과 같은 변장한 탈옥수든 우아한 탈을 쓴 사교계 인물이든 배신을 일삼는 속물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발자크 소설 속의 인물들은 과도한 집착과 열정으로 스스로 파국을 만나곤 한다는데 고리오 영감이 바로 그렇다. 그는 맹목적인 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기가 가진 모든 재산을 주었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성스러운 부성애로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고 상식선을 넘었기 때문에 고삐 풀린 열정에 불과하므로 발자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어쨌든 소설 속에서 라스티냐크가 높이 평가했거나 라스티냐크에게 조언을 해준 인물들은 모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고리오 영감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병들어 죽고, 보세앙 부인은 사랑에 배신당해 스스로 유배의 삶을 떠난다. 보트랭 역시 세상사를 다 알고 있다는 듯 라스티냐크에게 접근하지만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결국 라스티냐크는 홀로 남겨져 <파리>라는 자체 <행위자>에게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둘의 대결이다!>하고 외칠 수 밖에 없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382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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