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사실은...' 하면서 범인을 등장시키면 그것은 추리 소설로서 낙제점이다. 독자와 모든 정보를 공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범인을 알지 못하다가 결말에 가서야 무릎을 치는 것이야 말로 추리소설을 읽는 기쁨이다. 그래서 추리 소설은 단편인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범인을 찾아가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책 전체가 트릭이다. 그리고 그 트릭은 온전히 독자의 선입견에 의한 착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은 어디서부터 속았던 것인지 생각하게 되고, 하나 하나 따져가다 보면 결국 나 스스로 그렇게 단정지었을 뿐 작가가 명확하게 말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주인공 나루세는 경비 아르바이트, 컴퓨터 강사 등을 하며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긴다. 후배인 기요시는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수험준비 중이다. 어느날 같은 클럽에 다니는 아이코씨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클럽에 빠지자 아이코씨를 사모하는 기요시, 그리고 나루세는 문병을 갔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이코씨는 탐정 일을 했던 경력이 있는 나루세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상의 초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은연중 기요시는 십대 후반, 아이코와 나루세는 이십대 초반쯤으로 나이를 짐작한다. 그 짐작 속에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아무런 부자연스러움도 느끼지 못하기에 그들은 젊은 사람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말미에 가서 이들이 모두 60대를 훌쩍 넘어선 사람들임을 알게된다. 그래서 책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들춰보게 되고, 작가가 세심하게 쳐놓은 트릭에 완전히 걸려들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벚꽃이 피는 것만을 좋아하고 그 이후로는 벚나무를 쳐다보지도 않지만, 벚꽃이 지고 난 후에도 벚나무는 단풍이 들고 모습을 변화시켜 간다고. 60세만 넘으면 인생이 마치 끝난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이제 나는 30세 중반을 넘어섰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아니겠고, 어쩌면 꽃이 떨어지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지만, 어쨌든 또다른 행복을 맛볼 만큼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818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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