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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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살인사건>은 1948년에 300여매 분량으로 이와타니 서점에서 출간되었으며 1953년에 650여매 분량으로 개작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1953년의 작품이다. 역자평에는 다음과 같은 프랑스 추리소설계의 거목 부알로 나르스타크의 말이 나온다. "추리소설이란 추리가 공포를 만들어내고 그 공포를 추리가 진정시켜야 하는 이야기이다. 바꾸어 말하면 절대로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내게 되는 일종의 체험된 악몽의 창조이다." 참으로 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추리소설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에는 해결될 수 없을 것만 같다. 바로 그 점이 공포스럽다. 이성과 합리로 설명할 수 없지만 실제 일어났다는 것, 그것은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하지만 추리를 통해 이러한 공포를 진정시키고 이성과 합리로 되돌아가도록 만드는 것. 따라서 '체험된 악몽의 창조' 라는 것은 그 얼마나 적절한 설명인가.

 

작품은 3자 견제와 관련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뱀(오로치마루)은 두꺼비(지라이야)를 잡아먹고, 두꺼비는 괄태충(쓰나데히메)을 잡아먹으며, 괄태충은 뱀을 녹여버린다. 마치 가위바위보 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3자 견제라 부른다. 문신사에게는 금기가 있으니 이러한 3자 견제를 한 사람의 몸에 새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의 몸에 이 세가지 문신을 새기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때문에 문신을 새긴 사람은 죽고 만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신에 있어 일가를 이룬 호리야쓰에게는 한명의 사내아이(쓰네타로)와 쌍둥이 여자아이(기누에, 다마에)가 있다. 알려져있기로 쓰네타로에게는 지라이야가, 기누에에게는 오로치마루, 그리고 다마에에게는 쓰나데히메가 각각 등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문신의 명인인 호리야쓰가 3자견제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을리도 없건만, 자식들에게 이러한 문신을 새겼다는데에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장남 쓰네타로는 전쟁으로 남방에 간 뒤 소식이 없고, 막내 다마에는 원폭이 떨어지던 날 히로시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어 사실상 살아있는 사람은 기누에 혼자다. 어느날 기누에로부터 지라이야, 오로치마루, 쓰나데히메가 세겨진 세장의 사진을 받은 주인공 마쓰시타 겐조는 기누에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듣고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밀실이 되어있는 욕실에는 기누에의 팔과 다리만 있을 뿐 몸통은 사라진 후다. 살인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번엔 기누에의 정부인 모가미 다케조가 흉가에서 권총에 의해 자살한 듯한 시체로 발견된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장남 쓰네타로가 나타나자 마쓰시타 겐조는 그에게 3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건 해결에 도움을 청하고, 쓰네타로는 3일 뒤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하지만 그 역시 살해당한 후 문신이 있던 살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된다.

문신수집 마니인 하야카와 헤이시로 박사,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에 기누에의 집을 방문한 다케조의 비서 이나자와 요시오, 한때 기누에와 관계가 있었던 전과자 우즈이 료키치, 그리고 형인 다케조가 죽음으로서 유산을 상속받게 된 모가미 히사시, 살아있을 지도 모를 쓰나데히메의 주인 다마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평행선은 만날 수 없다는 상식을 깨기 위해서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며, 음화와 양화의 반전 흑은 백이 되고 백은 흑이 된다는 작가의 힌트는 결말에 가서 비로소 무릎을 치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기대를 품게 만드는 드라마틱한 전개에 무척 능하며 결말에 가서도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팔묘촌>의 요코미조 세이지처럼 잔뜩 기대만 품게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2366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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