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므파탈
이자벨 알론조 지음, 이승환 옮김 / 지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 속 옴므파탈(Homme Fatale)은 막스라는 남성이다. 


그의 직업은 기숙사 고등학교의 자습감독으로 전도유망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그에게는 오드레라는 아내가 있었다. 오드레는 아버지의 사망 직후 막스를 만났는데, 막스를 아버지와 동일시했던 것 같다.


막스는 그 뒤 아나를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아나 역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둘은 대담하게 연애행각을 이어간다. 막스는 오드레에게 거듭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는 공허한 말을 뇌까렸고, 오드레는 얼마 뒤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막스 곁을 떠난다. 아나 역시 전 남친을 떠나 막스와 살림을 차린다. 


다음으로 막스가 집적댄 여자는 클로드였다. 클로드는 아나의 죽마고우였다. 클로드는 막스가 자신에게 넘어오자 둘만의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스는 마치 자신이 공유재인 것처럼 행동했다. 막스는 아나에게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공허한 말을 되뇌었고, 오드레와 달리 아나는 그 말을 믿기로 한다. 클로드는 자신이 막스와 잠자리를 했을 뿐, 막스와 1:1 함수관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즈음, 막스와 아나는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공을 거둔다. 재산은 점점 늘어나 어느 순간 둘은 부유층으로 편입된다. 더 많은 자유와 여가가 막스의 주변에 더 많은 여자를 꼬이게 만든다.


다음 번 여성은 비올레트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막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표명하자 순식간에 백일몽에 빠져든다. 그녀는 자신이 막스의 아내가 되는 상상에 도취되어 막스에게 헌신적인 여성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막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 곁을 떠난다.


시나는 애 셋 딸린 유부녀였다. 그녀는 아나의 사촌이었고, 남편은 혁명가였다. 시나 역시 막스에게 매혹되어 애와 남편을 헌신짝 처럼 내팽개친다. 막스는 시나가 남편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나를 내팽기친다.


조이는 막스의 애를 가지면서 막스를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스는 그녀를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유모 취급했을 뿐이다.


패티는 남자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데 능수능란한 여자였고, 막스에게도 자신의 술수를 발휘하지만 끝내 그녀가 막스를 조정했는지는 물음표로 남겨두어야 겠다.


막스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다. 그의 사망은 약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살해 용의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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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알론조는 스페인에서 정치적인 사유로 탈출하여 프랑스에 망명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20대에 금융 컨설팅 회사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여성 권리 수호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에세이를 발표하여 반향을 일으켰고, 2002년 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파란 물의 소설>, <옴므파탈>, <망명이 나의 국가이다> 등을 발표한다.


이자벨 알론조는 페미니즘과 민주주의의 공존, 페미니즘과 여성 노동의 관계 등에 주목하는데, 최근에는 정체 불명의 남성혐오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독점했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소설에서 여자들은 막스가 자신을 유혹해주길 바란다. 막스는 이 바람을 매우 흔쾌히 들어준다. 이 지점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막스는 결혼을 하자든가, 아이를 함께 키우자든가, 재산을 나눠달라든가 하는 그 다음 단계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뿐이다. 

그녀들의 '사랑'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막스가 무엇을 해주어야 '좋은남자'가 되는 것일까? 혹시 '막스'가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59797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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