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꿈이었을까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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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을까>는 비틀즈의 노래, 카프카의 <성>, 체코의 프라하가 주는 이국적 분위기에 기대어 씌여진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절친 '진'과 함께 의사국가고시 공부를 하기 위해 '노웨어맨'의 소개로 '레인캐슬'이라는 이름의 고시원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나'와 그녀는 맺어질 운명이 아니었고, 레지던트가 된 뒤 다시 만났을 때에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에서 헤어지고 만다.

후에 '나'는 병원을 때려치우고 프라하로 가서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헤메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진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진의 약혼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가끔 꿈 속에서 '나'는 헤어진 그녀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것은 꿈이었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런 작품들은 20년쯤 지난 뒤에 읽으면 걸작인지, 졸작인지 금방 드러난다. '시간을 견디는 힘'에서 '시간'은 세기 단위가 아니라 20년 정도인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느 소설에서였던가, '20년이 지나지 않은 소설은 읽지 않는다'는 대사가 생각난다.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갖가지 이미지에 기대어 쓰인 소설이므로 당연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걷게 되는데, 독자가 '사실적인 줄거리' 를 따라가고자 하는 욕구만 포기하면 얼음에 박 밀듯 술술 읽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90년대에는 상당히 많은 한국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문체, 구성, 소재선택, 분위기, 태도... 그런 것들을 하나, 또는 그 이상을 베끼거나, 무의식 중에라도 영향을 받아 나중에 표절이 아닌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그 누구도 자신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그의 작품을 읽는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작가들은 대부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깍아 내리기 바빴다. 안 읽어봤으면서 깍아내렸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 포인트이긴 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151426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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