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2
카밀로 호세 셀라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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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 작품은 300여 명의 인물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우연일 뿐 일정한 줄거리도, 특기할 만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벌집" 속의 벌들처럼, 마드리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저 살아갈 뿐인 불쌍한 민중을 무작위로 돌아가는 카메라가 마음 내키는 시간 만큼 비춰줄 뿐이다.

카밀로 호세 셀라는 일체의 의문을 제거한 채 오직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만 성실하게 기술한다. 결핵에 걸린 사내, 그런 사내의 병원비를 위해 몸을 팔려하는 여자, 지식인이면서도 자활수단이 없어 걸인처럼 살아가는 마르틴 마르코 등을.

답답하리 만치 짓눌려 살아가는 이들을 쳐다보기만 했던 카밀로 호세 셀라. 그는 억눌린 민중들이 왜 그렇게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 일체 관심이 없었다. 비판도, 고발도, 희망도 없는 리얼리즘. 그래서 사람들은 카밀로 호세 셀라의 리얼리즘을 '전율주의'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정의 패배를 간절히 바랬으며, 작품 속에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기라도 할까봐 안달을 하는, 철저한 보수반동 세력이었다. 그리고 그가 희망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절망을 댓가로 하는 경우 뿐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려낸 마드리드의 모습이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자신이 줄을 대고 싶었던 프랑코 정권으로부터 출판이 금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숙명론적 관점에서 전체주의를 동경하던 작가는 1989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던 시기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And no otehr attitude is to be expected, for there can no "impartail" social science in a society based on class struggle. 

 

'공평무사한' 과학이란 없다. '공평무사한' 문학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벌집에 사는 벌들처럼 연결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53764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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