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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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자 요수아 골드베르크가 자택에서 처형 자세로 살해 당한다. 워싱턴에서 요직을 지냈고, 백악관 자문을 역임했으며, 국가안전보장이사회 임원이었던 그의 죽음은 유대인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준다.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키르히호프가 사건을 배당 받는다. 그런데 피아의 전남편이자 법의학 연구소장인 헤닝 키르히호프가 부검 과정에서 뜻밖의 문신을 발견한다. 왼쪽 팔꿈치에서 20센티미터 위 팔 안쪽에 세겨진 AB라는 알파벳은 분명 나치 친위대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세긴 흔적이었다.

범인이 남기고 간 16145라는 숫자가 시사하는 바는 불분명했고, CIA와 미국총영사를 대동한 유족이 시신마저 회수해 가버렸기 때문에 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문다. 유일한 소득이라면 골드베르크가 달력에 남긴 '베라 86' 이었다. 그 메모는 귀족 출신으로 막대한 부를 소유한 베라 칼텐제의 86세 생일을 뜻하는 것이었다.


얼마 뒤, 헤르만 슈나이더라는 또 다른 노인이 자택에서 살해 당한다. 역시나 나치 처형자세였고, 혈액형 문신도 발견된다. 그의 집 지하는 나치 박물관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헤르만 역시 칼텐제 머신 패브릭에서 보내는 고액의 돈을 주기적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베라 칼텐제와 관계가 있었다.


세번째 희생자는 아니타 프링스. 양로원에서 생활하던 그녀는 휠체어를 탄 채 사라졌고, 숲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녀 역시 나치 처형 자세로 살해당했고, 베라 칼텐제와 친분이 있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것은 로버트 바트코비아크였다. 로버트는 베라 칼텐제의 남편이 바깥에서 낳아 온 의붓아들이었는데, 여러차례 폭력과 마약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었다. 세 명이 살해당하기 전 로버트가 그들을 방문했고, 고액의 수표를 은행에서 교환하려다 무위에 그치기도 했으므로 보덴슈타인의 상사는 섣부른 기자회견까지 자청한다.

그 와중에 로버트의 내연녀 모니카 크래머가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사건의 진상은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로버트가 얼마 뒤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로버트는 자살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앉아있는 마룻바닥 아래만 먼지가 가득하다는 것을 피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살해당했음이 분명했다.


살해에 대한 공포로 베라 칼텐제가 자택 경비를 강화하는 가운데 그녀의 주변 인물들 모두가 수상쩍게 보인다.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해 부유하는 생활에 몸을 내맡긴 베라 칼텐제의 첫째 아들 엘라르트, 어머니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둘째 아들 지그베르트. 그리고 18년간 베라 칼텐제의 비서로 일하다가 그녀의 자서전을 펴겠다는 계획이 밝힌 뒤 일자리를 잃고 앙심을 품은 토마스 리터. 베라 칼텐제 집을 복원해줬다가 상자를 훔쳐갔다는 누명을 쓰고 공사비를 떼인 건축업자 마르쿠스 노박.

한편 살해당한 사람들의 과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들이 이미 사망한 유대인 행세를 해왔다는 것이 밝혀지고 과거의 추악한 범죄 역시 백일하에 드러난다.

범인이 남긴 16145가 45년 1월 16일이라는 추론이 맞다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범인이라면, 범인 역시 80세가 넘는 노령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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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르트는 베라 칼텐제가 질투심에 못이겨 살해한 귀족 부부의 아들이었다. 엘라르트는 베라 칼텐제를 자신의 어머니로 생각하며 육십년을 살았다. 나중에 베라 칼텐제에게 왜 그를 자식으로 키웠는지 묻자 그녀는 소름 끼치는 대답을 내놓는데, 엘라르트는 연적에 대한 자신의 승리를 상징하는 증거물이었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전개되는데 엘라르트는 친어머니와 만나자 마자 이별하고, 친어머니의 손자이자 자신의 조카뻘인 마르쿠스 노박과 동성애에 빠져든다. 지그베르트는 자신의 이복형제라고 생각한 로버트를 평생에 걸쳐 경멸하지만, 그가 죽고 난 뒤에야 사실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치 추종자들이 전쟁통에 동프로이센 귀족들을 살해한 뒤 신분을 세탁하고 60년 이상 부와 명성을 누린다는 설정의 이번 작품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다.

참고로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번째는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 두번째는 <너무 친한 친구들>, 네번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며, 다섯번째는 <바람을 뿌리는 자>, 여섯번째는 <사악한 늑대>, 일곱번째는 <산 자와 죽은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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