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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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네스호가 있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로드니 라힘은 어머니가 죽자 마을 주민들에 의해 몬트로즈 왕립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마을 주민들은 로드니 라힘이 동물을 학대하고 엿보기를 즐기는 등 살인음락증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엄밀히 따지면, 로드니 라힘이 폐쇄병동에 격리될 정도로 정신병이 심각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어쨌든 로드니 라힘은 서른 다섯에 병원을 나와 사회에 복귀했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요리사 자리를 얻어 생계를 꾸려갔다. 그러다 마흔 여덟에 큰 변화가 온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점과 선으로 이뤄진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이 모두 모였을 때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 그림들은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 있는 성을 그대로 복사한 듯 정밀하게 그려졌던 것이다.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는 몸을 팔아 생계를 꾸려갔고, 아들은 어머니가 돈을 벌 때 지하로 가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머니는 외모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마을 남자들이 자연 꼬여들었고, 마을 여자들은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에게 악감정을 품게 된다. 어느 날,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가 지하실에서 목을 멘 채 발견된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처리하지만, 어느 어머니가 자식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가서 목을 멘단 말인가?


시간이 흐른 뒤, 로드니 라힘의 어머니에게 해꼬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인들이 하나 둘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들의 시신은 조각조각 찢겨진 채 발견된다. 머리가 개의 몸통에 붙어 있거나, 탑에 꽂혀 있는 등 엽기적인 형태로 발견되는데 어딘지 구약성서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었다. 계속되는 살인과, 살인을 이미 경험한 듯한 수기. 그리고 미타라이 기요시 교수의 개입. 과연 범인은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자 마을에 다시 돌아온 로드니 라힘일까? 하지만 살인을 이미 모조리 경험한 듯한 그 수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시마다 소지는 1980년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데뷔하며 사회파로 기울어진 일본 추리소설계에 신본격의 부활을 알린 작가다. 후배들의 양성과 발굴에도 힘 쓴 덕에 신본격의 흐름은 아야츠지 유키토, 아비코 타케마루, 우타노 쇼고, 노리즈키 린타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작가는 기이하고 괴기스러운 살인사건을 제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휘어잡는 데 매우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반면, 신본격의 거두임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 풀이는 기교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하는 소설은 '사실은 이랬다' 식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아 실망하는 독자들도 꽤 있다.


<마신유희>의 범인은 누군지 알아맞추기가 매우 쉽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프롤로그에서 언급되었는데, 주된 줄거리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범인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수수께끼 풀이를 중요시 하는 미스터리에서 이런 구성은 열에 아홉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다.

 

한편 미타라이 기요시는 소설 속에서 거듭 변신을 거듭하는데,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점성술사로 등장한 기요시가 2002년에 쓰여진 이 소설에서는 스웨덴 중동부에 있는 웁살라 대학의 뇌과학 교수로 설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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