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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사람들
르 클레지오 부부 지음, 브뤼노 바르베 사진,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눈을 감으면 사막이 보인다. 저멀리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모래 언덕, 희끗 희끗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모래위로 비줍고 올라온 나무들과 돌. 거친 바람소리. 작열하는 태양. 조금씩 타오르는 갈증. 나는 함께 사막을 거닐었다. 황량한 모래 냄새가 코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이 느꼈을 놀라움, 경이로움, 황량함, 침묵을 나 자신도 느꼈다.
사막은 황량하다. 왜 사람들은 그곳에 서면 조용히 말을 잃어만 가는 것일까. 더 이상 황폐할 수 없는 말라버림. 그곳에서 인간은 본래의 자아를 발견해간다. 도시 생활에서 찌들어버린 온갖 탐욕과 욕정, 거짓들을 털어버리고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문득 사막으로 떠나보고 싶다. 여행이 늘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만은 사막에서만큼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내 본연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막에서라면.
자신의 조상이 태어났던곳. 이제는 모두다 떠나버려 그 모습마저 희미해져버린 그곳으로의 여행. 자신이 원류를 찾아가는 길은 어떤 느낌일까. 때로는 그 일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현재의 내 모습을 살피는 일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감추고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남에게 보임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이지 알 것이다.
강대국들의 침략과 욕망의 흔적을 살피는 길.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침공. 맞써 싸운 부족. 하지만 현대식 무기에 이길수 없고. 결국은 강대국들의 승리이다. 소수로 남겨져버린 사람들.
일부는 현대문명에 동화되고, 나머지는 남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자신들도 그런 강대국들의 논리에 동조하고 때로는 그들의 횡포를 묵인하며 살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그들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만의 문화와 꿈을 가지고 현대 문명에 찌들지 않고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는 이들. 자신들의 조상을 믿고 신을 믿으며 자연앞에 무릎끓을 수 있는 이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팍팍한 삶만이 주위를 감싸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자연과 하나되어버린 삶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자신의 이렇게 찌들어가는 삶을 발보고 있었다. 쾌락과 욕망을 위해 늘 뛰어 다니는 우리들이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반문해보지 못했다. 그들의 삶의 본연에 충실한 모습, 그들의 자유스러운 모습이 오늘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조금이라도 더 지금 책을 들고 있는 이 순간만큼이라도 내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