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이탈리아 - 낯선 곳으로의 열정
미쉘 피에르 지음, 김이정 옮김 / 효형출판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나 마음속에는 꿈꾸는 이탈리아가 담겨 있다.

무엇인가 말로 표현은 잘 못하지만, 왠지 모를 아름다움과 멋스러움말이다. 다채롭과 화려함, 활동적이고 열정적임, 예술적 감각과 멋, 풍요로움, 아름다운 도시와 창조적인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떠올리는 우리들의 기억속에 담겨 있다.

내게도 그렇게 꿈꾸는 이탈리아의 모습이 있고, 나는 이 '낯선곳으로의 열정, 이탈리아'를 읽으며 그 보고싶었던 이탈리아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약간의 부담이 되는 책값이 어려움을 주긴 했지만, 여기에 담겨진 풍부한 사진과 글은 이탈리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듯 보인다.

내가 먼저 펼친 곳은 '피렌체의 두오모'였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며 쥰세이와 아오이가 오르던 사랑의 두오모. 그 사진속에 담겨진 두오모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한번 그곳에 오를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를 보여주었던 베네치아. TV속 CF장면속에 실편백나무들이 길가에 아름답게 놓여있던 토스카나 지방. 책을 펼치면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꿈꾸던 이탈리아로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본다.

책에 담긴 풍부한 사진과 함께 마음에 드는건 이탈리아인의 일상을 잘 잡아낼 줄 아는 글솜씨이다. 자칫 건축과 도시를 이야기하다 보면 빠져버리기 쉬운 지금의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 제스처와 말투, 습관, 축구, 자동차, 파스타와 피자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그곳에 가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열정과 아름다움. 멋과 예술적인 감각들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를 꿈꾸고 동경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 꿈이 이루어질 때, 두오모에 올라 피렌체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 때,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티를 꼭 한 점 먹고 싶구나 - 소설가 황석영이 곱씹어내는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4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추억에 잠긴다. 명절날이면 늘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던 부엌, 전을 부치시던 어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막 지져나온 전을 얻어먹던 기억, 눈물이 핑돌게 힘들었던 군대시절, 그때 얻어먹은 초콜렛 하나.

누구에게나 '정말 맛있었던 음식'이 한가지 쯤은 있고, 그에 얽힌 추억담도 가지고 있다. 그 맛이라면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맛. 그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했던 소중한 추억들. 누구에게나 이런 추억은 있다.

이 책의 글은 단순한 맛에 대한 기행문이 아니다. 저자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유년 시절, 군대시절, 여행갔던 타국에서 느꼈던 맛과 추억에 대한 기행문이다. 음식은 우리를 기억하게 하고 그 시절의 향수와 옛기억들을 추억하게 만든다. 우리가 바쁘게 살면서 잊고 지낸 기억들에 대한 아쉬움이 글속에는 깊게 묻어나 있다.

황석영씨의 어머니가 죽음을 앞두고서 그렇게 먹고싶어했던 '노티'는 단순히 꿀에 버무린 음식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릴때의 기억, 다시금 되돌아가 뛰어놀고 싶던 어린시절의 옛기억들, 고향, 누나, 어머니. 그런 추억들을 되새기게 해주는 의미였으리라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나의 기억속, 잊고 지냈던 맛있었던 음식들과 행복했던 시절들에 대한 기억, 그 소중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씩 가끔씩 시릴만큼 외로울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움직이지만, 나만홀로 덩그란히 떨어져 있는 그런 느낌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쯤은 타인에게 말하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산다.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가슴속에 묻고 사는 아픔들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엔 나 밖에 없구나 하는 외로움도 느끼게 되고, 누가 이 아픔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위로의 희망도 안고 살게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에는 그렇게 상처를 안고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게 가까운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일수도, 어릴 때 겪은 나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일수도 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동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너도 그런 슬픔을 가지고 있구나, 나만 상처를 지닌채 사는줄 알았었는데..'라고 말이다.

마음이 놓인다.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놓고 공감하게 된다. 그게 위로가 된다. 슬픔은 슬픔으로만 위로 할 수 있기에. 서로의 아픔을 다독거려주게 된다. 나처럼 아프지 말라고.

이 책 '도마뱀'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얻게되는 상처를 이야기하지만, '치유'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남겨놓는다. 같은 처지에 놓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 하지 말라며 아파하지 말라며 어깨를 감싸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아마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랑뿐이라고, 우리의 시린 마음을 따뜻이 감싸줄 수 있는 것은 사랑 뿐이라고, 그렇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콩이의 이상한 하루 길벗어린이 문학
조은수 지음, 함진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첫페이지에 나온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었다. 찰흙으로 조심스럽게 빚어놓은 듯한 얼굴에 콘택 600같은 약을 딱 붙여놓았다. '아아! 이게뭐지?... 머리에 왕캡슐만한 혹이 났네... 이렇게 끔찍할 수가... 혹은 투명해서 안이 훤히 비쳤는데, 안에는 색색깔 알약같은게 들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본 달콩이. 자신의 머리의 혹을 보면서 눈물글썽이는 모습을 찰흙으로 빚어 놓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책의 내용에 앞서 이런걸 만들고 글을 지은 사람이 너무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알약으로 된 집, 콘택600껍데기로 된 강아지, 연고벌레, 껌딱지군, 멸치공주. 집 주위에서 굴러다니는 물건들이 이 책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살아 움직인다. 물론 하늘도 날아다닌다. 성냥깨비로 만든 비행기에 불을 붙이면 '화르르르...슈웅--'. 이 책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가득하다. 이만하면 달콩이의 모험담이 너무 궁금해지지 않을까.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그림책이다. 껌딱지군이 일어나 조물딱 조물딱 만든 음료수를 달콩이와 나누는 모습들을 보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 책을 읽고나면 주변에 있는 작은 물건들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을까. 쓰여진 표현도 참 재미있다. '달콩달콩, 쭈욱쭈욱, 조몰락조몰락' 엄마와 함께 읽으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따라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았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연고를 발라도 혹이 안낳는걸 보고 '연고가 다 그렇지 뭐'하는 모습이나 껌딱지군이 '사람이나 껌이나 단물만 빠지만 끝장이야. 얼레리.'하는 풍자도 살짝 담겨있다. 책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과 함께 손을 꼬옥 잡고 달콩이의 모험속으로, 멸치공주가 북어호를 타고 나르는 달콩이의 모험속으로 뛰어들어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엌신 - 또 다른 인생 이야기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양귀자씨의 <모순>을 읽었다. 그녀가 기록해둔 우리네 인생 이야기.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 책을 보고는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이라는 식당을 열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돈을 한번 벌어보자는 마음보다, 한끼 한끼 정성가득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다. 정말로 책을 읽다보면 그 정성을 느끼게 된다.

한끼 행복한 식사를 위해 찾아온 사람이 혹시 가격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고민하는 모습, 매일 매일 정성들여 세탁하고 다림질한 식탁보와 냅킨을 준비하는 모습, 반찬을 담는 작은 그릇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 정말로 '한끼 밥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을 담아내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마음이 소박하고 따뜻하기에,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내는 정성이 있기에 <모순>같은 글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 행복할 것 같다. 밥과 국 한그릇만 있어도, 차린 사람의 정성만 가득하다면 보기만 해도 배부를 테니 말이다.

양귀자씨의 인생 이야기는 늘 서민적이다. 우리 아버지, 동네수퍼 아저씨, 회사원 이씨처럼 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재도 평범하고 사건들도 우리가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알고 꿈을 이해한다. 우리가 어떨 때 기뻐하고, 어느때에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이 책 <부엌신>은 전에 썼던 <천년의 사랑><모순>같은 책들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늘 써온 글들이 소설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음식점을 열고 꾸려나가는 과정속에 인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부엌신, 또 다른 인생이야기'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