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법사의 제자들』 이노우에 유메히토 / 황금가지

바이러스와 초능력의 독특한 조합

 

 

 

 

  책을 읽고 나서

 

 아무리 생소한 작품이라도 재미만큼은 믿고 보는 밀리언셀러 클럽 신작 『마법사의 제자들』입니다. 몇 주 전 휴가 계획을 짜는 내내 들뜬 마음에 독서가 잘되지 않을 때, 이 책을 펼쳐 들었죠. 영화 <마법사의 제자>와 제목이 거의 흡사해 단순 SF 판타지 소설을 생각했으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이 책의 뒤편에도 쓰여있듯이, 책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결국엔 오락용 소설이란 말이니, 속도감과 몰입감은 놀라울 정도로 좋습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심점은 '바이러스'입니다. 지금은 '종식 선언'이 이루어졌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공포감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선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를 우리 상황에 대입해가며 읽게 되었는데요. 소설 속에서 치명적 바이러스인 '용뇌염' (드래곤 바이러스)이 발생하여 원내 감염으로 병원이 봉쇄되고, 일반인들은 정보를 알지 못해 우왕좌왕 공포에 휩쓸리는 모습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소재로 진행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요. 치사율이 높은 '용뇌염' 바이러스에서 회복된 단 세 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되는 설정이 이어집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초능력을 일종의 '바이러스 후유증'이라 표현하지만,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들이었는데요. 한 사람은 누군가의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게 되고, 또 한 사람은 물건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점점 젊어지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통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지요. 이렇게 되니,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던 그들은 여러 사건을 만나면서 또 누군가의 '적'이 되고 맙니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들로 꽉꽉 채워진 이 소설은 판타지와 현실이 비교적 잘 어우러져 매끄럽게 읽힙니다. 상상 속 이야기 같지만, 간혹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바이러스'가 초능력 판타지로 이어진다는 설정이 독특했고, 단순한 이야기 진행뿐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에 주목하려 애쓰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가지 걸렸던 건 결말. 어찌 보면 '큰 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넣다 보니, 작가가 이것들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아쉽게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의미는 괜찮게 들어맞으니 누군가에게는 느낌 좋은 결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Written by. 리니

일본소설/ 판타지, 초능력/ 바이러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우리 인간이라는 건 말이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왜 내가 이런 거에 푹 빠져 있는 건지, 왜 이런 놈이 좋은지 아닌지, 뭐 때문에 내가 살아가는 건가 싶은 게지."

"……."

"왜 이유가 필요한 겐가? 이유를 모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엄청 불안해하더군. 그러니 안심하고 싶어서 이유를 찾는 걸지도 모르지. 불안하니까 그때 떠오른 걸 이유랍시고 자신을 어르는 게지. 즐거우니까 하는 것일 뿐이라는 둥 말이네. 어떤 이유든 상관없는 게야. 중요한 건 자기만의 이유를 찾아내는 거니까." (57쪽)

의사가 하는 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격려이자 위로이기도 했다. 용기를 북돋아 줄 요량으로 해 준 말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 말,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를테면 사고로 한 손을 잃었을 때 `양손을 잃은 사람에 비하면 당신은 행운이다`라는 말을 들어서 솔직하게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보다도 불행한 사례를 들면 그걸 부정할 말은 없다. 없지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66쪽)

의사는 그들이 드래건바이러스의 유행을 종식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고 말했었지만, 세간에서는 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교스케 일행은 오물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그들은 말살해야 할 존재였다. 격리상태가 해제된 순간, 교스케 일행은 이러한 현실을 보게 됐다. 드래건 바이러스는 교스케 일행들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남은 것은 정체 모를 후유증뿐이었다. 이 쇼크는 한동안 세 사람을 떠나지 않았다. (152쪽)

`미는 힘을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그것은 마치 요가의 호흡법을 훈련하는 것 같았다. 민다기 보다는 어딘가 조용히 숨을 토해 내는 이미지에 가까웠다. ​거의 힘을 주지 않고 코끝에서 자연스럽게 숨이 흘러나가는 감각으로 대상을 받아들이면 마치 영상이 팔락거리며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이미지로 시간이 역행했다. 너무 돌아갔다 싶을 땐 토해 낸 숨을 조용히 멈추고 천천히 들이쉬었다. 그러면 투시하고 있는 대상의 시간이 빨리 감기를 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재미있었다. 주어진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건 처음으로 자신의 양발로 일어선 어린아이의 감동과 닮았는지도 몰랐다. (165쪽)

​"내일 오후 3시경에는 큰길을 걷지 않는 게 좋아."

그런 교스케의 말을 들으면 사고는 회피할 수 있다. 미래는 고정돼 있지 않은 것이다. 병실의 소녀를 보고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사람의 힘이 미치는 범위라면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쏟아져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우산을 가지고 나가면 옷이 젖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지진을 억제할 방법을 모르지만, 지진의 발생을 알고 있으면 미리 안전한 장소로 피난할 수 있다. 그렇다. 길흉을 점치는 건 `흉`을 감수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걸 `길`로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2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