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블랙 로맨스 클럽
멜리사 젠슨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 멜리사 젠슨 / 황금가지

'오만과 편견'의 오마주, 가볍게 읽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책을 읽고 나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 제목만 수백 번 들었을 것 같은 이 유명한 소설을 전 미뤄두고 미뤄왔었어요. 너무 잘 알려진 작품들에 대해선 이상한 기피 현상이 생겨서, 언젠가 읽겠지 하고 다음 기회를 엿보다가 지금까지 와버린 거죠. (사실은 예-전에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때, 살짝 맛만 봤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만과 편견』의 오마주 소설인 이 책을, 원작을 읽지 않고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도 나오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분위기나 내용 정도는 살짝 알고 있으니까, "뭐, 비교하지 않아도 그냥 읽으면 되지"라며 가볍게 읽었습니다. 그리곤 이 책을 덮고 나서 바로 ​『오만과 편견』을 꺼내 들었죠. 이럴 거면 먼저 읽었어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 순서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어쨌든, 이 책은 색다른 로맨스 소설임은 분명합니다. 설정이 특이해요. 두 명의 십 대 소녀가 등장하는데, 한 명은 현대, 한 명은 19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시간 여행, 뭐 이런 판타지는 아니고요. 현대의 '캐서린'이 대영 박물관에서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영국에 와서 우연히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과거의 '캐서린'이 쓴 일기장을 읽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에피소드를, 현대의 '캐서린'은 블로그에 일기처럼 작성하게 되죠. 그래서 이 책은 딱딱한 상황 설명 대신에 '캐서린의 블로그'와 '또 다른 캐서린의 일기장'으로만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됩니다. 먼저, 현대의 캐서린 이야기는 가장 대표적인 대중문화인 '블로그'를 통해 미국 사회를 보여주고, 십 대들의 말투와 통통 튀는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형식 파괴'의 글이 자유분방하게 쓰여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홈페이지 링크와 음악들이 등장하죠. 다른 문화에 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가족과의 문제나 좋아하는 남자와의 연애 고민을 그대로 털어놓는 소녀의 이야기가 귀엽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캐서린'의 이야기, 19세기 그녀의 일기장은 현대의 '캐서린'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액자식 구성처럼 자리하고 있기도 하죠. 『오만과 편견』을 오마주한 부분이 바로 이 일기장에서 펼쳐지는데, 시대나 분위기, 그리고 사랑 앞에 마주 선 선택에 문제 등이 비슷하게 설정됩니다. 당연히, 제인 오스틴의 글보다는 분량도, 무게도 조금은 가볍지만, 소설의 분위기를 잘 재현해내서 달달한 장면 없이 달달하며, 진지하고 담담한 사랑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어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오마주라고 너무 기대하진 않고, 가볍게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깜찍한 소설입니다.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아서 좋고요. 현대의 '캐서린'의 블로그가 과하게 통통 튀긴 하지만, 뒤이어 이어지는 과거의 '캐서린'의 진지한 일기장과 확연하게 대조되어서 오히려 오르락내리락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전 밤새워서 이 책과 『오만과 편견』을 쭉 읽었는데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네요.

 

 

Written by. 리니

영미 소설/ 블랙로맨스 클럽/ 오만과 편견 오마주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계집애, 비열한 그 계집애 무리들, 그리고 그런 종류의 인간들아 : 린제이 로한에 대한 건 제쳐 두자. 장난해? 어쩌면 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문자를 보낼 수가 있어? 그리고 왜, 대체 왜 항상 어그 부츠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말이지, 언제부터 `솔직해지자`는 말이 남을 거리낌 없이 비난하고, 불평하고,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온갖 끔찍한 말들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됐지? ("음, 나는 그냥 솔직해지려는 거야!"라니, 어이가 없어서 원. 너야말로 지금 좀 예민하게 군다는 생각 안 드니?)

아빠 (`곧 새엄마가 될 몬스터 같은` 그 여자가 매부리코를 어디든 들이대기 때문에, 이메일로 보낼 것.) : 왜죠? 왜 아둔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외모에만 집착하는, 아빠보다 거의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에요? 가슴이 그렇게 중요해요? 그런 거라면 내 인생은 끝난 거네요. 머리가 좋은 여잔 골칫거리라고요? 난 확실히 머리가 가슴보다 큰데 어쩌죠. (42쪽)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 춤을 승낙해 버렸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 다시 한 번 다짐하지만 너무 갈망하는 모습은 안 된다. 절대 갈망하면 안 된다. 갈망하는 모습은 금물이다. 하트넬 양처럼 무심한 듯 속내를 숨겨야 한다. 어떤 경우든 베이커 씨는 그저 그런 신사들과 다를 게 없다는 양 행동해야 한다. 다이아몬드를 보고도 다른 암석조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척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74쪽)

한산한 곳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토마스의 눈썹이 움직이던 모습과 그가 망설이며 말하던 부분들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루이자는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렇게 행복해하는 걸 보니 기쁘네요.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어요. 그분이 확실하게 당신에게 자기의 감정을 말했더라면 제 기분이 훨씬 좋았을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나도 그랬을 것이다. "당신을 사랑하오, 캐서린."이라고 하는 편이 "좋아요."보다 훨씬 확실하니까. 하지만 더 나은 말을 듣지 전까진 "좋소."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오늘은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그가 내게 남긴 시를 생각해본다. 괴로우리만치 자문하게 된다.

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까? 그분이 곁에 없는 한 주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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