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싱 - 돌아온 킬러 의사와 백색 호수 미스터리 밀리언셀러 클럽 119
조시 베이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와일드 싱』 조시 베이젤 / 황금가지

네스 호의 괴물을 모티브로 한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책을 읽고 나서

 

 외국 작품들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던 '네스 호의 괴물'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네스호에 공룡처럼 생긴 괴생명체가 산다며 영국에서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는 괴담이자 전설이지요. 그래서 이 작품에선 첫 페이지부터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백색 호수에서 무언가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떤 스릴러 영화만큼이나 강렬한 도입부죠. 그렇게 해서 실제 '네스 호의 괴담'처럼, 사람들을 궁금케 하는 괴담과 '카더라'가 속출하게 되고, 주인공에게 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오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전직 킬러인 의사 '아지무스'와 고생물학자 '바이올렛'이 만나 정체불명의 존재를 찾아 나서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요.

 

 

 소재부터 굉장히 재미있어, 흥미진진하고 오싹한 진행을 기대하고 읽었습니다. 백색 호수에 진짜로 괴물이 살고 있는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 정치와 과학(의학)적인 이론이 넘나드는 내용과 풍성한 각주가 돋보였고요. (게다가 그 풍성한 각주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적혀있어, 색다르고 흥미롭게 보이지요. 이런 각주는 처음 만나볼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더라고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은 믿고 보는 시리즈이지만, 블랙 코미디를 연출한 장면들은 짐작이 가면서도 큰 웃음이 나오진 않고, 상황 전환과 인물들이 계속해서 변화되니 저에게는 굉장히 산만하게 느껴졌어요. 사실상 이 작품은 괴물의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와 모험의 스릴 보다는 부가적인 것들, 인물들의 대화(주인공과 바이올렛의 티격태격하는 사랑놀이를 포함하여)나 정치적인 논쟁이나 풍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생각과 함께, 제가 애초부터 다른 쪽으로 너무 기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오성은 편견 없는 견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의지와 감성의 영향을 받는다. 사실 그래서 기상천외한 지식이 탄생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만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대신, 결말은 최근에 읽은 사회적 호러 소설 『더 스토어』만큼이나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더군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 내려오는 괴담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욕심과 무책임함에 대한 공포가 첫 장에 나온 '베이컨'의 말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괴물>의 괴생명체도, 실제로 존재하는 돌연변이 생명체도 어쩌면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인간에게서 자행된 것이기에, 식상한 말이지만 "인간이 가장 무섭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네스 호의 괴물을 모티브로 한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와일드 싱』, 풍성한 각주와 엄청난 출처, 부록 등을 보면 작가가 이 작품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지만, 제게는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Written by. 리니

영미 소설/ 추리, 미스터리/ 블랙코미디/ 밀리언셀러 클럽 11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늑대인간의 울부짖음이 경계수역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마치 호수 건너편에서 온 힘을 다해 내지르는 듯했다.

바텐더가 내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건 그냥 아비새예요."

순간 미네소타 북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 가운데 몇 건이나 그냥 아비새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질지 궁금해졌다.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진 마세요." (145쪽)

나는 마스크는 물론 스노클도 벗어 버렸다. 그리고 손전등도 사라졌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마치 건물에서 떨어지듯 전속력으로 헤엄만 쳤다. 그러면서 아직 물에 잠긴 부분에 있으니 곶까지 이를 악물고 갈 것인지 아니면 진짜 육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결정을 내려 보려 했다.

그러다가 곶의 기슭, 즉 진짜 곶이자 물 윗부분에 도착했다. 나는 물갈퀴를 벗어 던지고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사다리를 뛰어 올라갔다. 그 순간 가속도를 잃거나 발을 헛디디면 뾰족뾰족한 가시덤불에 처박힌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물 밖으로 나왔으니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이어 풀밭에 도착했다. 앞에 나무 둥치가 보였다. 그것을 부여잡고 휙 돌아 반대편을 마주한 채 멈춰 섰다. (336p)

"영국은행의 가치보다 네 배나 많은 양이었소. 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하오만, 백인들은 그 이후 생존자들이 살았던 방식을 낭만적으로 포장하고 싶어 했지. 마치 퍼스트 네이션스 사람들이 군벌의 통치를 받는 유목 민족이 되어 숲 속에서 살고 싶어 한 것처럼 말이오. 우리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소. 백인이 강제로 우리를 그렇게 살게 한 거요. 그 시절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암흑기였소. 하지만 당신네들은 그런 얘기보다 주술사니 영혼 안내자니 하는 것들과 간소한 삶의 고결함 따위에 대해서만 떠든단 말이오. 물론 간소한 삶이었던 건 맞소. 우리 세상이 전부 끝나 버렸으니까."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려는 듯 그가 말했다. "댁들은 히틀러가 자기 벙커에다 제로니모의 그림을 걸어 놨단 걸 아시오?" (3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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