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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
이강옥 지음 / 돌베개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로 영남대 이강옥 교수께서 쓰신 육아 에세이다. 수 년 전, 사촌 언니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한들 이십대 초반의 내가 육아 에세이를 선뜻 읽기란 애당초 무리였을 터이다.
첫 장부터 저자는 누선을 자극해오는 위대하고 숭고한 체험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읊고 있었다. 그 사이로 오늘 막 도착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실황 음반의 선율이 잔잔히 흘러 나와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아이가 아이를 키운다는 냉소적인 말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최소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자기감정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교수는 <임꺽정>의 곽오주를 예로 들어 인격 수양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입덧이 음식물 속의 유해한 독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라는 설도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모체의 입덧조차 얼마나 숭고한 보호 본능의 표현인가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아이는 기대한 시각에 아빠가 나타나지 않자 아빠를 애타게 부르다, 아빠 마중을 나가자고 할머니를 졸랐다고 한다. 그리고 찬바람 속에서 지나가는 검은 옷 입은 남자마다 가리키며 "아빠, 아빠."라 불렀다. 그러면서 1시간을 서 있었다. 그러다 아빠가 나타나자 큰 소리를 지르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렇게도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이렇게까지 타인의 생존을 위해 절실한 자리를 차지한 적이 있었던가? 아이는 내가 자기의 생존을 위해 한없이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나로 하여금 느끼게 해 줌으로써, 이 쓸쓸하고 고단한 나의 삶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다. 칠흑 같은 창에 불을 켜 주듯이. - 본문 중에서
주위에 어린 아이는 고모의 둘째 아이 뿐이라 육아 에세이를 읽으며, 자꾸만 그 녀석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는데, 이 책은 결혼할 친구에게 선물하면 참 좋을 책 같다. 어머니가 될 여성은 물론 아버지가 될 남성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발라서 없어지는 화장품이나, 목욕 용품보다 언제 방문해도 그들의 집 책장에 꽂혀 있을 책 한 권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