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소유한 ‘알짜 기업’이 한국에 있다


어떤 곡절로 노동자가 기업의 경영을 맡게 되었는지, 그것도 연간 7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만 해마다 2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명품 기업이 되었는지, 그 사연을 듣자면 세월을 거슬러 가야 한다. 1980년대 산업재해와 불법해고,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만연하던 시절, 키친아트의 전신 기업인 경동산업은 스푼·포크·나이프 등을 생산하는 양식기 수출업체로 해외·국내 공장을 모두 합치면 직원 수는 7800명, 매출은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노동조건은 열악하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박노해의 < 노동의 새벽 > 에 실린 '손무덤'이라는 시의 소재가 되었을까. "올 어린이날만은/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대공원이라도 가야겠다며/은하수 빨며 웃던 정형의/손목이 날아갔다 (중략) 내 품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들고/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 ⓒ키친아트 제공 키친아트의 전신인 경동산업의 옛 건물. 그 앞마당에 노동자의 땀과 피가 어린 목장갑이 널려 있다.




↑ 기념 촬영을 요청하자 사장(전창협·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직원이 격의 없이 포즈를 취했다.
프레스 500대가 돌아가던 경동에서는 날마다 몇 사람씩 병원에 실려 갔다. 해서 매일 노동자 모집공고가 났다. 다쳐서 실려 가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했다. 야근, 철야는 또 어떤가. 한 달에 보름은 새벽 3시까지 일했고 여성 노동자들은 과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회사는 승승장구. 공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설비투자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투자했고, 그중에서도 상당액은 비자금 용도로 흘러갔다. 당시 경동산업은 중견 건설사 삼환의 계열사로, 경영이 삼환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 그러다 199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0년 법정관리 퇴출 명령을 받으면서 삼환은 경동에서 손을 뗐다. 퇴직금과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비대위를 결성한 직원들은 '40년 기업'을 이대로 죽게 할 수 없다며 회사 측으로부터 공장부지, 미수채권, 기계설비, 상품재고, 브랜드 저작권 등에 관한 소유 권리를 넘겨받고 회사 경영을 맡게 되었다. 2001년 4월의 일이다.

출발 당시 자본금은 5000만원. 남은 직원 280여 명의 퇴직금을 갹출해 마련했고, 그 뒤로 규모를 꾸준히 늘려 현재 자본금은 8억원이다. 회사 이름은 경동산업 시절 브랜드명이었던 키친아트를 가져왔다. 키친아트는 국내 최초로 삼중 바닥 냄비를 개발하는 등 시장의 신뢰가 높은 제품이었다. 노조는 경동의 ⓒ키친아트 제공 키친아트의 전신인 경동산업의 옛 건물. 그 앞마당에 노동자의 땀과 피가 어린 목장갑이 널려 있다. 빚은 털되 브랜드 가치는 살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것은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큰 밑천이 되었다. 첫해부터 흑자였다. 매출은 700억원 규모였고 영업이익만 21억원을 냈다.

공동소유·공동분배·공동책임

인천 가좌동에 위치한 키친아트 건물에는 사훈 세 마디가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다. '공동소유·공동분배·공동책임' 이런 급진적인 모토가 정말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키친아트가 채택한 공동소유의 방식은 이렇다. 현재 이 회사 주주는 260여 명. 총주식 수인 16만 주를 260명으로 나누면 주주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주식 수다. 대주주나 지배주주 개념은 없다. 꼭 N분의 1만큼씩 가지고 있다. 경동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직원은 모두 주주가 되었는데 지금 그들 대부분은 고령으로 퇴직한 상태이고 주주로서 회사 경영에만 관여하고 있다. 공동분배도 같은 방식이다. 이익금을 주주에게 똑같이 배당한다. 주식 관리는 여느 회사와 좀 다르다. 노동자 자주 회사로서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통제한다. 주식을 팔려면 주주 가족 이외 외부인에게는 양도가 불가능하며 한 명이 소유할 수 있는 주식 수도 3명분을 초과할 수 없다. 새로 들어온 직원의 경우 3년이 지나야 주식을 살 자격이 생기고 3년 뒤부터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공동책임. 이 회사에서는 모두가 사장이고 모두가 노동자이다. 물론 임원과 평직원의 구분은 있지만 적대적 대립 관계로서 노사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총에서 이사(3년 임기)를 뽑지만 대표이사 개인의 책임을 묻기보다 모두가 책임을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의미만 좇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이 회사가 흑자 경영을 할 수 있었던 핵심은 간단하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가치 경영에 집중했다. 특히 하청업체와의 관계는 눈여겨볼 만하다. 키친아트는 저가의 중국산 대신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의 국내 생산을 선택했다. 박선태 부사장은 "한 번도 하청업체를 배 신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경동산업이 부도나고 노조가 회사를 인수했을 때 업체들이 우리에게 물건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경동 시절에 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부도를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다시 물건을 대달라고 하니까 '또 부도내려고 왔냐'며 거절했다. 지금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어음발행 안 한다, 한 달 내 결제한다, 재고도 반반씩 안고 가자, 하청업체가 개발한 물건에 손대지 않겠다… 그렇게 설득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은 모두 지키고 있다."

키친아트는 단가가 싸다고 거래업체를 바꾸지 않았다. 차라리 단가를 제품가격에 반영해 불량을 줄이고 고급화하는 전략으로 나갔다. 여기에 '주방 예술품'이라는 마케팅 포인트가 결합해 "키친아트 제품은 여느 국산품에 비해 20∼25% 비싸지만 그만큼 믿고 쓸 수 있다"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키친아트의 직원은 총 27명. 이 적은 직원으로 4000종에 달하는 물건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업체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 덕분이었다.

노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틀?

둘째, 키친아트의 신뢰 경영은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에도 적용되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외에도 키친아트에는 '키사모(키친아트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판로가 있다. 시중보다 싸게 파는 직거래 특판장은 퇴직한 키친아트 영업부 직원들이 맡는다. 이들이 정회원으로 있는 키사모는 하청업체 사람들도 옵서버로 참여시켜 파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마케팅은 공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광고 외에 방송 광고는 하지 않는다. 사실 못한다는 편이 맞는 말이다. 수억원이나 하는 공중파 광고료를 감당할 재간이 없다. 대신 키친아트는 2006년 공익재단을 만들어 수익금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 정관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은 많았다. 키친아트로 새 출발할 당시 노조위원장 출신에 비대위원장을 지낸 자를 대표이사로 앉혔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주식 지분도 51% 몰아주었지만 공금 횡령 등 회사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로 인해 결국 퇴출되었다. 일반 회사에서는 만연한 일이지만 노동자 소유 기업이었기에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다. 박선태 부사장은 당초 < 시사IN > 의 취재 요청에 "부담스럽다. 아직 고민이 정리되지 않았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스무 살에 이 회사에 입사해 이제 마흔 중반이 된 그는 생산, 영업, 노조위원장을 거쳐 해고도 당했고 4년3개월 옥살이까지 해봤다. 지금은 경영자의 위치지만 아직도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된장국 먹는 기분이란다.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뿐이다. 우리 주주들 손가락 잃어가며 이 회사에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청춘을 바쳤다. 그들이 일군 회사를 망쳐놓을 순 없다. 우리 후손에게 대한민국에도 이런 회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키친아트에는 노조가 없다. 경영과 노동을 아우르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게 박 부사장의 생각이다. 지금까지처럼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축소 재생산'이 아니라 생산·판매·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하면서도 노동자 소유 기업의 틀을 유지하는 어떤 모델을 궁리 중이다. 그가 "키친아트는 아직 완성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박형숙 기자 /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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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9-07-1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상깊게 읽은 기사입니다.^^

Sati 2009-07-16 21:50   좋아요 0 | URL
꽃을 꽃이라 불러줘야 하는데... 사회학, 경제학에선 이런 움직임을 무슨 주의라고 하는지, 하기는 하는지 궁금하네요.

로쟈 2009-07-16 22:10   좋아요 0 | URL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나오는 봉제공장의 최신판 같아요...

Sati 2009-07-17 00:36   좋아요 0 | URL
김녹양쌤의 19-20세기 문학사를 안들어서;(!), 봉제공장 얘기가 가물가물하네요. 덕분에 베라 파블로브나의 봉제공장 검색하다가 꽤 재밌는 글을 발견했어요. http://www.redrat.ru/books/partisania/

2009-07-16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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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рофессора, поэты и монахи обвиняют президента Кореи в попрании демократии
Олег Кирьянов  

 

Меньше недели потребовалось на то, чтобы более тысячи профессоров из тридцати вузов Южной Кореи присоединились к заявлениям общественности, в которых президент страны Ли Мен Бак обвинен в попрании норм демократии и использовании авторитарных методов управления страной.

Как сообщили южнокорейские СМИ, конкретным поводом для подобного демарша научной элиты страны стало поведение властей во время недавних массовых мероприятий, посвященных похоронам предыдущего президента Республики Корея (РК) Но Му Хена. Власти запретили проводить в центре Сеула многочисленные митинги, а полиция блокировала автобусами подступ к главной площади столицы, где намеревались встретиться манифестанты. Такой подход властей вызвал недовольство среди многих корейцев. 

Напомним, что недавно экс-президент Но покончил жизнь самоубийством, спрыгнув со скалы. Поводом для этого стали обвинения в коррупции. Но Му Хена собирались вызвать на допрос в прокуратуру, его старшего брата уже посадили на несколько лет в тюрьму. Однако экс-лидер предпочел смерть. Большинство же корейцев (57 %), согласно недавно проведенному местной газетой "Хангук Ильбо" опросу, считает, что обвинения были политически мотивированными и за ними стоит нынешний президент Ли Мен Бак. 

Обвинения в неуважении чувств простых граждан, которые пришли отдать дань уважения некогда популярному покойному экс-президенту, в итоге спровоцировали и обсуждение уже давно наболевшего вопроса. Теперь представители самых разных слоев общества все громче говорят о том, что с приходом к власти Ли Мен Бака, который в прошлом был крупным бизнесменом, в стране стала наблюдаться резкий отход от завоеваний демократии. Напомним, что в Южной Корее демократические силы только после десятилетий упорной борьбы сумели свергнуть правление генералов, стоявших во главе страны с 1961 по 1993 годы.

"Нынешнее правительство остается глухим к народному гневу, который выразился в акциях протеста в прошлом году и в чувствах тех, кто скорбит по ушедшему из жизни экс-президенту Но", - так заявили 130 профессоров университета Корё, который закончил нынешний лидер страны Ли Мен Бак.

В заявлении, подписанном профессорами университетов Донгук, Ихва, Конгук, Пусанског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содержатся требования к президенту Ли Мен Баку принести извинения за отход от демократии и отправить в отставку ряд министров правительства.  "Правительство Ли Мен Бака нарушает право людей на проведение собраний и нанесло удар по независимости средств массовой информации", - говорится в документе, который был озвучен от имени 114 профессоров Пусанског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университета. 

Отдельные публичные заявления, в которых содержится критика действий Ли Мен Бака, сделали еще раньше представители практически всех ведущих вузов - Сеульског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Чунан, Сонгюнгван и других. Ожидается, что в ближайшее время аналогичный шаг предпримут преподаватели университетов Тонгук и Кенхи.

В попрании свободы слова обвинила лидера страны и Национальная федерация студенческих ассоциаций Кореи, объединяющая учащихся высших учебных заведений. В понедельник сотни писателей, поэтов, деятелей искусства Кореи публично выразили свою поддержку движению. "За год правления президента Ли Мен Бака демократические принципы и общие ценности были жестоко попраны", - отмечается в документе.

Другой бывший президент РК Ким Дэ Чжун, который является единственным для Южной Кореи лауреатом Нобелевской премии и которого глубоко уважают и почитают до сих пор, в одном из своих публичных выступлений указал, что "сейчас Корея переживает три крупных кризиса: экономический, кризис межкорейских отношений и кризис демократии". При этом он подчеркнул, что "кризис отката от принципов демократии является наиболее сильным и глубоким"

К таким заявлениям присоединились и буддийские монахи, с которыми у Ли Мен Бака с самого начала срока правления отношения особо не сложились. "Демократия и права человека все больше и больше попираются при нынешнем правительстве", - гласит заявление 108 монахов крупнейшей корейской буддийской секты Чоге.

Им вторят и христиане. 33 ведущих представителя Христианского совета Кореи призвали Ли и его министров приложить больше усилий, чтобы "успокоить народный гнев", вызванный недавним самоубийством экс-президента Но Му Хена.

Ведущие оппозиционные силы обвинили правительство Ли Мен Бака еще и в том, что он намеренно раздувает северокорейский вопрос, пытаясь сместить центр внимания местной общественности со внутриполитических проблем на внешние. В частности, депутаты Демократической партии заподозрили, что недавнее подтверждение южнокорейской разведкой сведений о назначении младшего сына Ким Чен Ира официальным наследником главы КНДР было намеренно "вброшено" в информационное поле. 

Ради справедливости следует отметить, что часть профессоров и политических сил в первую очередь консервативного толка выступили в поддержку президента. Так, общественные группы "Граждане, объединенные ради лучшего общества" и "Правая Корея" обвинили критиков Ли Мен Бака в попытке "расколоть общество" и "заработать политические дивиденды на смерти Но Му Хена". 

Вместе с тем недавно проведенные опросы общественного весьма неутешительны для лидера Южной Кореи. 63 % граждан страны считают, что Ли Мен Бак справляется со своими обязанностями "плохо" или "крайне плохо". Эксперты же признают, что общество страны в очередной раз оказалось глубоко расколотым по идеологическим мотивам. 

 


www.rg.ru/2009/06/09/korea-site-ano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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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버려야 할 건 도덕성 아닌 ‘진보 콤플렉스’ [2009.06.10. 제764호]
 
 
 
<한겨레21> 특별판에 대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반론…
진보 언론도 보수의 ‘반노무현 프레임’에 갇혔다


 

<한겨레21>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 763호를 특별증보판으로 발행했고 이어 20쪽 분량의 특별판을 제작해 봉하마을을 비롯한 전국의 분향소에 배포했다. 이 특별판 내용에 대해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반론을 보내왔다. 편집자



<한겨레21>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특별판을 발간한 데 대해 한때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로서, 최근까지 공동연구를 해온 동지로서 감사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사실관계 오류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에 또 한 번 슬픔에 잠겨야 했다. 사실관계 오류는 <한겨레21> 쪽에서 바로잡기로 했으므로 왜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분석해본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10월30일 서울 북악산 등산길에 숙정문에 이르러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세옥 경호실장(맨 오른쪽), 조기숙 홍보수석(맨 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동전의 앞뒷면, 반노무현과 제왕적 대통령 


진보 언론의 존재 이유는 수구 언론과 다른 시각에서 독자에게 정치 분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판의 분석은 그러한 기준에 미흡했다고 생각된다.

특별판 기사는 왜 사실관계에서 오류를 범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기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 조·중·동 프레임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념에 상관없이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교수들로부터 학습하고 있다. 조·중·동 프레임의 핵심은 ‘반노무현’과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이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기득권층에 도전한 노무현을 죽이기 위해 만든 것이 ‘반노 프레임’이라면, 오랫동안 독재문화를 경험한 한국민의 정서를 이용해 노무현이 왜 잘못됐는지를 설득하는 데 동원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이다.

보수는 영웅주의적 시각에 갇혀 있으므로 제왕적 대통령 프레임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진보는 개인보다는 구조적 모순에 천착하거나 연구 대상과 직접적 소통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해석주의적 시각을 사용한다. 필자는 한 번도 진보 언론으로부터 참여정부의 정무나 홍보에 대해 인터뷰를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의 목소리는 기사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기를 포기했다. 권력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노 대통령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만든 법에 대해서도 언론은 노무현 탓을 했고, 여론에 떠밀려 하지 못한 정책도,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 공고화로의 과도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도 노무현 탓을 했다. 제왕적 대통령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통령을 낡은 프레임으로 단죄했기에 노 대통령은 진보 언론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진보 지식인들의 노무현 비판이 과학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프레임을 사용해 분석한 특별판도 대통령 서거의 책임마저도 노무현에게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겨레21>의 선의를 믿는다. 하지만 어떤 선의로 시작했건 반노 프레임으로 기사를 쓰는 한, 결론은 그렇게 흐르게 돼 있다.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 기준을 한껏 높여놨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주의의 덫에 걸린 측면이 있다”고 썼다. 심지어는 “도덕주의적 담론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인용했다. 선진 민주국가치고 정치인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투명한 정치에서는 정치인이 도덕적이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아 세상이 더욱 투명해지면서 도덕적 지도자, 진정한 리더십이 서구 학계에서 폭발적 관심을 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진정한 리더십으로 성공했고, 위대한 리더는 모두 도덕성으로 승부한 사람들이다.

과거보다 더 부패했느냐, 덜 부패했느냐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부패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같은 조건하에서도 부패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왜 중요하지 않은가. 완벽하게 부패를 없애지 못하는 한, 과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패배주의적 시각이야말로 얼마나 위험한가.


공이 과보다 큰 정치인은 우리가 지켜야


노 대통령은 지도자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부패를 없애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측근들을 감옥에 보내면서까지 책임정치와 참여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려 했고, 시스템을 통해 부패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려고 그렇게 외쳤건만 결국은 국회의 비협조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당의 강화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시도했고 이를 위해 대연정을 제안했건만, 본질은 사라지고 대연정에 대한 비난만이 난무했다. 대연정을 비난한 교수가 정당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노 대통령은 왜 대연정 제안을 하게 되었을까, 참모를 인터뷰하는 기자를 보지 못했다. 그것이 왜 잘못인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없고 오로지 노무현이 주장했기 때문에 대연정은 나쁜 것이 되었다.

도덕성은 정치인의 생명이며 국민에게서 얻는 신뢰의 원천이다. 그것은 정치인이면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덕목이므로 이를 앞세운 노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는 진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도덕성의 덫에 걸린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 돌아간 ‘시민 노무현’조차도 관용하지 못한 현 정권의 치졸한 정치보복과 이를 방관하고 검찰의 여론몰이에 협조한 언론이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다룬 <한겨레21> 특별증보판 표지.
 
 
 
버려야 할 것은 도덕정치가 아니라 도덕적인 사람에게는 티끌만 발견돼도 버리자고 외친 진보 진영의 콤플렉스다. 수구 세력은 서로 공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흠집이 있는 사람도 감싸주고 재활용한다. 진보 진영은 도덕적 순결주의에 빠져 모 아니면 도의 결론을 내린다.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다.

인간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공과 과를 비교해서 공이 과보다 큰 정치인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남의 오류 한두 개로 전부를 버리자고 외치면 자신은 더 완벽해 보이는가. 성숙한 사회는 변별력이 높은 사회다. 흑백뿐만 아니라 약간의 채도 차이도 구분해낼 줄 아는 변별력을 갖춘 언론과 시민집단이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 행렬에 감성적인 면이 전혀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를 ‘욱 민주주의’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의 진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진단일 뿐이다. 어느 나라에나 ‘욱 민주주의’는 존재한다. 인간은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혁명이나 폭동의 주기 연구에서 그 나라에서 며칠 장을 치르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부분 장례식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하고 역사적 진보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성적 불만이 많이 쌓여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적 촉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혁명이나 시위는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감정적 기폭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언제 터질지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는 항상 예기치 못한 우연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폭제가 있다고 해서 항상 민심이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즉, 가스가 차 있어야 불씨를 만날 때 폭발한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촉매제 구실을 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것이 백만 촛불로 이어졌던 것은 그 이전에 축적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구조적으로 이미 턱밑까지 차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의식은 노무현 정부에서의 학습 결과라고 생각된다.


왜 ‘욱 민주주의’처럼 보이는가


기자는 노 대통령의 언론과의 싸움을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본다. 꼭 이기는 싸움만 해야 한다면 김구는 독립운동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당신이 지금 이기는 싸움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이 이기는 싸움을 원했다. 그는 옳았다. 참여정부 기간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학습한 시민들이 촛불에서 조·중·동을 타도하고 한겨레·경향을 살리는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진보 언론은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이며, 촛불은 신자유주의 반대집회라고 해석했다. 현장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욱 민주주의’가 폭발하는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구조적 조건에 대한 연구는 체계적으로 가능하므로 예측도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욱 민주주의’의 결과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는 2003년 9월,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곧 신당이 창당될 수밖에 없고, 2004년 총선에서 신당의 과반수 압승도 가능하다고 예견한 바 있다. 참고로 2004년 총선 전, <조선일보>의 인터뷰에서 정치학자와 전문가 19명은 한나라당의 제1당 내지 과반수 승리를 예측했다. 정치현상에 대한 설명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에서 판가름 난다. 대부분의 학자가 틀렸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욱 민주주의’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왜 현상적으로 몇몇 정치현상이 ‘욱 민주주의’처럼 보이는가? 소통의 어려움 때문이다. 소통도 권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언론 권력을 가지지 못한 소수의 깨어 있는 시민이 다수를 움직이려면 커다란 정치적 사건이나 충격, 쉬운 쟁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한 쟁점이 존재할 때에만 이성과 감정이 만나 결합되면서 민심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점진적인 시민혁명을 겪는 중이다. 그 시민세력의 중심에 노무현 사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그에 대한 재평가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일이었다.

따라서 노무현의 자산을 버리고 진보 진영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고 본다. 노무현의 지지자는 자발적 정치 참여를 실천해본, 깨어 있는 시민들이다. 수구 언론의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정치의식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수일지 몰라도 다수를 움직일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이들의 힘이 강한 것은 자잘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오직 노무현의 신념과 가치로 뭉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노무현 죽이기를 통해 노무현의 사람들을 거세하려 한 것이 영악한 전략이었는지 몰라도, 그들을 너무 쉽게 버린 진보 진영은 악의는 없었는지 몰라도 어리석었다.


반성·자책 뒤따라야 진정성 인정받을 것


문재인 변호사 인터뷰 내용처럼 피의자의 반론권은 검찰 소환 전에 보장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뒤늦은 감은 있지만 <한겨레>와 <한겨레21>의 방향 전환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반성과 자책이 뒤따라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민들은 한길로 묵묵히 가는 사람을 원한다. 언론도 그렇다. 시류에 편승해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이나 논조를 바꾸는 언론이나 뭐가 다른가. <한겨레>와 <한겨레21>이 이번 사건에서 수구 언론과 정도의 차이조차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정도의 차이를 구분하는 변별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이 진보 고유의 프레임으로 신문을 만드는 진정한 진보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래야 진보 언론이 제기하는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책임론이 힘을 받고, 독자로부터도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51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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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5일  

(노통)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 손님보다 취재진이 더 많은 거 같네요."  

(방문객들) "하하하"  

(노통) "오늘 제가 인사를 나오고 싶질 않아서... 나온다고 게시를 하지를 않았는데, 그래도 이미 인터넷에 공지돼 있어서 ... 인터넷에는 그대로 약속이 돼 있어서 오늘 나왔습니다. 오늘... 나왔구요... 대체로... 오늘 인사로 금년 인사는 마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금년에는 오늘 인사를 마지막 인사로 하고요. 내년에, 날씨 좀 따뜻해지면 그때 다시, 인사드리러 나올 겁니다... 그렇게 널리 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청주에서 손님이 오셨네요."  

(방문객) "예."  

(방문객) "강원도에서도 왔습니다, 대통령님. 강원도에서 왔습니다."  

(노통) "예, 미안합니다."  

(방문객들) "하하하"  

(방문객) "구십 아홉 살된 할머니도 오셨습니다."  

(노통) "예, 반갑습니다. 하여튼 멀리서 이렇게 오셨는데... 제가 미안합니다."  

(방문객) ")(*#)(@&)#@(&) 왔습니다. )(#*)(#*@)(*"  

(방문객) "울산, 울산, 하하하"  

(노통) "혹시 말씀하시고 싶은 얘기나 질문있으면 하세요."  

(기자?) "사저에는 계속 계실거죠?"  

(노통) "예."  

(기자?) "(#@*&#@)(*&(@#&% 말씀을 해주시죠."  

(노통) "오늘 오전에 진눈깨비가 내렸죠?"  

(방문객들) "예." "..."  

(노통) "예, 그렇습니다."  

(기자?) "봄까지는 어떻게 지내실 작정이..."  

(노통)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기자?) "고향에 오셔가지곤 진눈깨비 처음 보시는 거시죠?"  

(노통) "예."  

(기자?) "느낌이 남달랐을 거 같에요."  

(노통) "... 무슨, 무슨 얘기를 끄집어 내고 싶은 거죠?" (방문객들) "하하하하하."  

(기자?) "경기불안 속에서 대통령을 만나러 온 거는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들이 많은 거 같은데, 여기 오신 분들한테 위안이라든지 말씀 한마디 해주십시오."  

(노통) "지금쯤은, 지금쯤은 국민들한테 사과를 해야 되지 않냐, 이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도 있겠지만, 저는 또 형님의 동생으로서의 도리도 또 있거든요. 형님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사과를 해버리면 저는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어서... 국민들한테 그런 서비스도 하기가 어렵네요. 여기 오신 분들한테도 그게 똑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뭐, 어쨋든 뭐 전직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해야할 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저는 한 사람의 가족으로서, 동생으로서의 도리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실이 다 확정될 때까지는... 형님의 말을 부정하는, 그런 어떤 앞지른 판단을 말하거나,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 자..."  

(기자?)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던 간에, 지금 부인하고 계신 것처럼 부인하셔도, 그거에 대한 뭐 평이랄까, 반대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번쯤은 나오실 의향이 있으신건지. 아니면 미리 한번 여쭤봐도 될까요?"  

(노통) "무슨 뜻인지 못 알아 들었습니다."  

(기자?)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금 이제 공식적인 일정이 앞으로는 사실 없는데요. 저희 입장에서는 뵙기가 어려운데, 혹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뭐 한번쯤은 불러서 말씀하실 의향이 있으신건지 그에 대해서."  

(노통) "그 상황은 뭐 두고봐서 하겠습니다만, 어떻든 금년안에는 이제 여기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 ..."  

(기자?)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여전히 글을 남기시거나 그런 활동은 계속 하시는 겁니까?"  

(노통) "봐서 하겠습니다... ..."  

(기자?) "대통령님, 형님하고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든 말씀을 나누시거나 ......)(*)(*!)&)*#@&)#@%???"  

(노통) "그것은, 그것은 우리 사적인 문제로 덮어두시면 좋겠습니다. 네, 있었다 없었다 뭐 궁금하시겠지만... 그런 것은 고만 우리끼리 문제로 덮어주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  

(방문객) "건강하십시오."  

(노통) "예, 감사합니다."   

 

http://member.knowhow.or.kr/bongha_movie/view.php?start=20&pri_no=999999507&mode=&search_target=&search_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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