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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살리기 땅 살리기
조셉 젠킨스 지음, 이재성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Well-being"이니 "웰빙족"이니 하는 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웰빙이란, 말 그대로 건강한 인생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물질이나 명예를 쫓아가기보다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는데 그들이 식생활에서 유기농식 재료를 사용한 음식만을 선호하는 것이 눈에 띈다.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구호 속에는 어떤 먹거리를 먹느냐가 그만큼 비중을 차지하리라 본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먹거리, 즉 유기농식 식품이 마땅할 것이다. 유기농식 식품은 유기농법 농사에서 생산되며 유기농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퇴비이다. 조셉 젠킨스(Joseph Jenkins)의 『똥 살리기 땅 살리기』는 퇴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이 책에서 저자 조셉 젠킨스는 단순히 퇴비를 만드는 방법만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가족의 인분을 퇴비로 만들고 그 퇴비로 자신들의 먹거리로 만드는 일을 20여 년 간(1977년부터)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서 인분-똥에 대하여 내면의 성실한 철학을 내비치었다. 똥에 대한 진실하고도 성실한 태도 그리고 확고한 믿음. 이것이 이 책이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서적이지만 먹고 배설하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과 "똥"이 더 이상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영양분으로 다시 우리의 입으로 돌아오는 자연순환계를 인식하게 하는 철학적인 사고도 포함되어있다.


이 책의 원제『인분 핸드북(The Humanure Handbook)』은 1998년 펜실베니아 환경상을 수상경력에서 보듯이 환경을 배려하였으며, 똥을 생태 순환에 유지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서구인들(현대인들)에게 심어주었다. 아울러 똥을 퇴비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각종 자료들과 함께 제시하였다.


몇 해 전 새 천년이 시작되기 직전 전세계가 "Y2K" 시나리오로 인해 불안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이는 컴퓨터 설계의 결함 때문에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여 체계가 붕괴되어 여러 가지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2004년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그런 불안감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다시 무디어져 재난을 간과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요행만 바랄 것이 아니라 재난을 대비해야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본서에서 저자는 재판(再版)을 위한 집필 도중에 Y2K를 겨냥한 "지역별재난대비책 편람"을 작성하는 사람으로부터 재난 시의 오수처리 문제로 자문을 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식품, 연료, 전기 등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임시대책은 세웠지만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오수처리라고 그들은 말하였다. 전기와 물에 의존하는 수세식 화장실의 시스템은 재난 시에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변기를 씻어낸 물과 함께 똥이 처리되는 현재의 시설-폐수처리 과정은 엄청난 위험물이 되고 만다.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방출되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비극적인 사태는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고질적인 오수문제에 대해 조셉 젠킨스의 답변은 너무나 간결하였고 희망적이었다. 20리터짜리 들통 두 개와 톱밥 한 포대만 있으면 한 사람이 2주일간 사용할 임시변소를 만들 수 있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11면에서)
톱밥을 이용한 들통이 화장실을 대용하는 임시화장실의 역할 뿐 아니라 소중한 자원으로 보는 그의 견해는 무척 건설적이다. 똥을 역겨운 폐기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자원으로 재순환시키는 방법을 찬찬히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자못 진지하다.


먼저 그는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의 생활행태에 대해 비판을 가하였다.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간주하였을 때 인간은 지구의 건강과 안녕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소비하고 해로운 폐기물을 방출하는 병원성 생물과도 닮았다고 분개하였다.(15면에서) 나날이 늘어가는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이기적인 소비의 가중으로 지구온난화현상, 심각한 오염, 삼림의 소실, 타 생물종의 멸종 등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파괴는 곧바로 인간에게 보복으로 돌아온다. 암과 각종 질병으로 시달리며 고갈되고 오염된 자원으로 더 이상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인분을 퇴비로 이용하는 것은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적합한 방법이다. 자연계에서 폐기물이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여 사람의 소화작용에 의해 생기는 부산물인 똥과 오줌을 가치있는 자원으로 사용하여야겠다. 자연계는 1)농산물 생산, 2)식품소비, 3)사용되지 않는 유기물질(분뇨, 오줌, 음식찌꺼기, 농산폐기물)의 수집과 처리, 4)처리된 유기물을 흙으로 돌려줌으로써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더 많은 식품생산-이라는 영양 순환계가 끊임없이 순환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본서에서는 인분을 이용한 퇴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독자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퇴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는데 우선 성공적인 퇴비화를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알려준다. 퇴비는 적당한 수분과 산소가 필요하며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조화로워야 하며 분해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필요하다. 문자적으로 보기엔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적정한 수분과 산소, 탄소 질소의 비율은 화학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강우량에 의존하거나 집안 허드렛물을 조금 부어주면 되고 풀묶음이나 건초, 볏짚, 나뭇잎, 쓰레기 같은 탄소원 재료에 질소원 인분을 섞어 쌓아두기만 하면 된다. 미생물은 적정한 온도에서 활동을 하는데 겨울엔 퇴비더미가 꽁꽁 얼어 있다가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면 다시 미생물이 활동을 한다니 신기하다. 미생물에 대해 신기한 점은 또 있다. 인분 1g에는 1조에 이르는 세균이 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찻숟가락 하나에 지구상 총 인구의 166배에 달하는 숫자의 미생물이 들어있다고 한다.(71면에서) 지극히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은 자연에 대해 좀 더 겸손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인분을 퇴비로 만드는 것은 겸손의 실천이라고 하였다. "흙을 뜻하는 라틴어 부식토(humus)라는 말을 보면 진정한 겸손이란 진실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근거하고 있음이다."라고 에드워드 헤이즈가 『지구 순례자의 기도』라는 저서에서 말하였다. 겸손(humble)이라는 말이 퇴비(humus)라는 말과 함께 대지(humus)라는 말에 어원을 두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인간이란 낱말-human도 이 단어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똥을 퇴비로 만드는 행위는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일이다. 자신의 배설물을 재순환시킬 만큼 대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생태계와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이라는 저자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깃든 그의 저서가 사회과학이나 과학기술 계열의 딱딱한 서적으로만 진열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똥을 처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였다. 똥을 하찮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기피하는 서구인들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농사에 똥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서구인들의 문화가 진보적이고 우월하며 그들의 생활도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더 스탠리 박사의 보고를 빌어 동양과 서양의 위생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을 예로 들고 있는데 수명이 긴 나라를 위생이 우수하다고 말 할 때 중세의 중국은 영국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말하고 있다(111면에서). 이는 똥을 마실 물에 내다 버리는 서구의 생활보다는 퇴비화하여 재순환시키는 중국이 더 위생적이란 말이다.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저자가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뒷간풍속이 기이하였다고 표현하였다. 한국인들은 행인들이 자신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화장실을 꾸민다는 것이다. 이는 남의 똥이라도 아주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그러하다. 예전에는 밤마실 갔던 여인들이 남의 집에서 변을 보지 않고 참고 자기 집에 와서 변을 볼만큼 변은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 외에도 멕시코의 생물분해기와 옛날식 옥외 변소, 건조시키기, 생 분뇨를 그대로 이용하기, 옥외 화장실을 돼지우리와 연결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인분 속에 포함된 기생충과 병원균이다. 기생충알과 병원균은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공포증으로 대두되는데 저자는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 인분을 퇴비더미에서 1년간 숙성시키면 기생충알을 포함한 모든 병원균들은 사멸된다는 것이다. (152면에서)


책 뒷부분에는 퇴비의 재료인 똥을 수집하는 들통변기와 퇴비실의 제작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림과 사진을 삽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퇴비화 변기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인분퇴비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저자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내가 물 주전자에 담긴 물에 오줌을 눈 다음 목마를 때 그것을 마시면 사람들은 돌았다고 말하겠지."라고 웬델 베리가 말하였다. 수세식변기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모두 자신이 마실 물에 똥오줌을 누는 망령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책에 실린 변기의 배수구가 식수 수도 파이프로 연결된 삽화(129면에서)를 보면서 조셉 젠킨스가 말하는 자연순환계를 더욱 깊이 동의하게 되었다. 똥을 살리는 것이 땅을 살리는 길이고, 땅이 살면 땅의 소산물이 건강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건강한 먹거리는 우리에게 건강한 삶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분뇨를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고 물을 절약하며, 에너지 소비와 관리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똥을 농업용으로 재순환시키는 퇴비화 변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퇴비화 변기를 사용하면 에너지가 절약되고 자연을 살아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며 겸손하게 생태계와 공존하려는 인간의 지혜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분을 퇴비화하는 지식과 기술도 배웠지만, 똥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게 된 것도 수확이었다. 속히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퇴비화 뒷간을 사용하고 싶다는 바램도 생겼다. 그리고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전에 없던 부끄러움과 찔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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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8-1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2년 아이들과 이 책을 지난 환경의 달에 함께 공부하였다. 처음엔 "똥"이란 말 자체를 입에 담기를 꺼리던 아이들이 나중엔 간식을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똥에 대해 토의를 할 만큼 똥과 친숙해 졌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똥이 더럽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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