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괘종시계 


나, 이번 生은 베렸어
다음 세상에선 이렇게 살지 않겠어
이 다음 세상에선 우리 만나지 말자
......

아내가 나가버린 거실;
거울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나이가 있다 치자
그는 깨우친 사람이다
삶이란 게 본디, 손만 댔다 하면 中古品이지만
그 닳아빠진 품목들을 베끼고 있는 거울 저쪽에서
낡은 괘종시계가 오후 2시를 쳤을 때
그는 깨달은 사람이었다

흔적도 없이 지나갈 것

아내가 말했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야
당신, 이 지독한 뜻을 알기나 해?"
괘종시계가 두 번을 쳤을 때
울리는 실내: 그는 이 삶이 담긴 연약한 膜을 또 느꼈다
2미터만 걸어가면 가스 밸브가 있고
3미터만 걸어가도 15층 베란다가 있다

지나가기 전에 흔적을 지울 것

괘종시계가 들어가서 아직도 떨고 있는 거울
에 담긴 30여 평의 삶: 지나치게 고요한 거울
아내에게 말했었다: "그래, 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돼!"

서가엔 마르크시즘과 관련된 책들이 절반도 넘게
아직도 그대로 있다
석유 스토브 위 주전자는 김을 푹푹 내쉬고


詩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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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로드무비 2006-02-02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참 좋지요?
양치질을 해도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아내가 구박하는 건 다른 시였나?^^;

mong 2006-02-02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지우님 시가 점점 좋아져요 ;;

플레져 2006-02-0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흠...2
로드무비님, 다른 시였을걸요? ㅎㅎ
몽님, 저두요...흑흑...

2006-02-0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04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