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詩  한 강





Miyo Nako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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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1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요. 짠합니다...

그로밋 2005-07-1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마음을 어찌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요.
한강. 님을 통해 다시보게 됐습니다. 사실, 싫어했던 작가였거든요.
꾹~ 누르고 퍼갈께요. ^^

울보 2005-07-1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내마음같은지,,,,

진진 2005-07-15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 괜찮아 괜찮아..

검둥개 2005-07-1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이 시도 쓰는 줄 몰랐어요. 그리 잘 쓴 시는 아닌 것 같은데도, 희한하게 "괜찮아"라는 구절 때문에 한 번 더 읽게 되네요. 플레져님 저도 꾹 누르고 퍼갈께요.

로드무비 2005-07-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너무 좋아요, 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