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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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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고 있니? 가던 길 계속 갈까? 다른 쪽으로 뻗은 길로 방향을 바꿀까? 오던 길로 되돌아갈까? 그냥 멈출까? 그런 생각에 갇혀 에너지가 소진된 너에게 내가 사용했던 방법을 말해 볼게. 난 앨범을 뒤지는 버릇이 있어.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 가족, 친구들, 잠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연락을 주고받은 지 꽤 오래된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해.
-104 p /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제 인생을 돌이켜 보았을 때, 고등학교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입니다. 재미없는 학교 수업, 눈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입시 경쟁이 저를 너무나 지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때 조금 더 제 자신을 들여다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에 너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로 인해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제가 한 번뿐인 삶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남들이, 사회가 좋다고 한 것을 좇아서 정확한 실체도 모르는 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청소년기, 특히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련하면서도 아픕니다.

몇 년 전,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소위 명문대를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 입시가 세상의 전부인듯한 학생들의 생활이 어른인 저 역시도 너무나 갑갑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교육과는 무관한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여전히 교육 현장에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 및 상담 실장으로 근무하고 EBS 교사로 활동한 문경보 선생님이 지은 책입니다. 현재는 ‘문청소년진로 연구소 소장’, ‘서울 YWCA 청소년부 자문위원’,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 위원 및 위촉 교수’, ‘한국 독서치료 연구소 부소장’ 등의 자리에서 ‘마음 유통업자’로 지내고 계시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참스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이런 선생님을 한 분이라도 만났더라면, 저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문경보 선생님의 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선생님과 같은 스승이 되었더라면 누군가도 저로 인해 좋은 인생을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아픔과 상처가 있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겉으로 보았을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곪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 자존감이 깎여나가는 아이가 있는 반면,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이 의대에 입학하기를 희망하지만 정작 자신은 조금은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이러한 아이들을 직접 겪고, 그 부모님과 상담까지 진행하며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보았던 작가님이 그러한 사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 책입니다. 읽다보면 울컥해서 눈물이 나는 구절도 있고, 10대 시절 만났던 제 친구들의 고민, 그리고 제가 남몰래 아파했던 일들이 책 속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도 10대 후반에 겪는 성장통이란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각양각색의 사연이 소개된 후에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 조언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단순한 지식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인생경험자의 진정한 조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초라하다고 느낄 때, 인간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때 등 선생님의 조언은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있는 어른들이 보아도 참 멋지고 좋은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10대 후반 청소년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