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도 종류가 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갑고 스산한 바람,

비가 묻어나는 비린내가 살짝 감도는 들끈한 바람,

밖에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바람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무데뽀 바람 등등...

며칠 전 혼자 맞기에는 너무 아까운,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을 만났다.

그 시원함에 한참을 멍하니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수학학원을 가기 전 잠시 짬을 내 쪽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깨워야 하는데... 학원 보내야 하는데...

"딸, 일어나. 학원 가야지."

힘겹게 몸을 뒤척이는 딸에게,

"오늘 바람 정말 기분좋게 시원하다. 정신이 번쩍 들거야. 어서 일어나."

 

학원에서 돌아온 딸에게 오늘 수업은 어땠냐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엄마, 오늘 바람 정말 좋더라. 정말 기분좋게 시원했어. 엄마 말이 맞았어."

 

뭐지 이 기분!

겨우 딸과 바람만 공유했을 뿐인데...  뭔가 대단하게 결속된 듯한 이 짜릿함.

살면서 알아줬으면 싶은 그런 것들 중에 하나를 내 딸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요즘 읽고 있는 이 책. 참 좋다. 정말 좋다.

 

 

 

 

 

 

 

 

 

 

 

 

 

엄마 공지영처럼 딸에게 요리 레시피를 줄 수는 없지만(난 요리에 젬병 ㅠㅠㅠ)

 

나는 딸에게 기분좋은 '바람'을 줄 수 있다.(고 스스로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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