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 누구나 읽어야 할 면역에 대한 모든 것


#4 직관적 독성학


이론가 이브 세지윅이 말했듯이, 편집증은 전염성이 있다. 세지윅은 편집증 <강력한 이론>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다른 사고방식을 죄다 몰아내는 폭넓고 환원적인 이론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편집증은 아주 자주 높은 지능으로 통한다. 세지윅이 말했듯이, <오늘날 무엇을 접하든 그로부터 편집증적이고 비판적인 태도 이외의 이론을 끌어내는 건 순진하고, 종교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로 보이게 되었다>. 그녀는 편집증적 사고가 반드시 망상이라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의혹에 그보다 덜 의존한 접근법들이 가치가 있다고 본다. <편집증은 어떤 건 아주 잘 알지만, 어떤 건 형편없이 모른다.>



슬로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 물질의 위험을 평가하는 데 쓰는 방법을 가리켜 직관적 독성학이라고 불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 접근법은 독성학자들이 사용하는 방법과는 다르고 대체로 그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 


독성학자들은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고 본다. 어떤 물질이든 과잉으로 쓰이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은 아주 많은 용량일 때는 인체에 치명적이라, 2002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주자가 수분 과잉으로 죽은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을 용량과는 무관하게 안전한 것 아니면 위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을 노출에 대해서까지 확장하여,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아무리 짧거나 제한적이더라도 무조건 해롭다고 여긴다.



슬로빅은 이런 사고방식을 조사한 뒤, 독성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독성에 대해서 <전염의 법칙>을 적용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잠깐 노출된 것만으로도 평생의 질병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해로운 화학 물질에 아주 조금만 노출되더라도 몸이 영구적으로 오염된다고 가정한다. 슬로빅은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는 상태나 임신한 상태와 마찬가지로, 오염된 상태는 모 아니면 도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게 분명하다.>


오염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문화들처럼 우리 문화에도 널리 퍼진 믿음, 즉 무언가가 접촉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것의 성질을 옮길 수 있다는 믿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는 오염 물질과 접촉함으로써 우리가 영원히 오염된다고 여긴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두려워하게 된 오염 물질은 바로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낸 제품들이다.



독성학자들은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은 인공 화학 물질보다 천연 화학 물질이 본질적으로 덜 해롭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다는 온갖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이 전적으로 선하다고 믿는 듯하다.



_ 『면역에 관하여』 출간 전 연재 5회에 계속



* 『면역에 관하여』 출간 전 연재는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됩니다.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따라서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위 책은 11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 클릭 시 『면역에 관하여』 도서 페이지로 이동


출간 전 연재 EVENT

연재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 주시면

연재 종료 후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

    1) 연재글 공유 후 링크를 댓글로 함께 남긴다.

    2) 연재 회차 마다 읽고, 댓글을 남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귀한 수영이 2016-11-1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우리는 우리 주변과 체내에 어느정도의 면역을 위한 독을 내포하고 살아가고 있고, 그것이 보호를 위한 필요 불가한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요. 또한 이독제독이라고 하듯이 독을 치료하기 위해선 다른 독을 이요하여서 치료를 한다고 하듯이 이 독에 대한 것은 끊임없이 풀어야할 문제인거 같아요. 약과 독의 차이는 아주 얇은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하듯이 약이 될 수 있는 독을 몸에 담아서 외부로부터 보호를 하고 살아가는 것이 또다른 면역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요.

샛별투 2016-11-1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 책 올해 8월에 나온다고 예고되었었는데...몰랐으면 모를까 11월말이 아직도 많이 남았네요. 치명적이라는 말이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넘기게 되는 저의 대범함과 무심함에 놀랍니다.

ICE-9 2016-11-20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글인데도 제가 두 가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하나는 용량과 무관하게, 일단 오염이 두려운 무언가가 있고 그것에 조그만 노출되어도 엄청 위험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천연 물질이 화학 물질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
저야말로 ‘직관적 독성학‘에 물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이런 편견을 어떻게 건전한 상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stillmyhero 2016-11-2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연, 유기농, 화학첨가물 0% 등 우리나라에서도 마케팅 많이 하는 요소죠. 이 책 진짜 읽어봐야겠네요.

Chloe 2016-11-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제일 두려워하게 된 오염 물질은 바로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낸 제품들인것을...

Nabisch_T 2016-11-2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독성에 적용시켜 볼 생각은 못 했네요. 이에 비해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은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있고요. 천연 화학 물질에서 ˝천연˝에 방점을 찍어왔는데, 중요한 건˝화학 물질˝이네요.

https://www.facebook.com/hanabi.tschoe/posts/1869541403332557

carpe diem 2016-11-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성과 천연.계속 실랑이가 이어질 화두인 듯합니다. 합성이라는 말 자체의 거부감, 천연이라는 친숙함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의사들도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고 계속 연구를 하다보면 그 결과가 명확하게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