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가 여전히 말썽이다.

이제는 탈수가 안된다. 대개는 30분짜리 세탁모드로 돌리는데, 하도 시끄러워서 그 사이 도서관에 다녀왔다. 시간을 맞추어 돌아왔더니 여전히 남은 시간이 11분이었다. 뭔일인가 싶어, 세탁기를 끄고 빨래를 만져보니 물이 흥건하다.

다시 “헹굼과 탈수”모드로 맞추고 다시 세탁을 했다. 17분이 남았다고 뜬다. 나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딱 맞을 시간이다.

돌아왔더니, 여전히 11분이 남았다. 전원을 끄고, 문을 열어보니 빨래는 여전히 물이 흥건하다. 문제가 생긴게 확실하다. 대야에 빨래를 옮겨담고, 화장실에서 손으로 짰다.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한 여름에 이 짓을 하고 있으니, 등줄기에 땀이 흘러 옷이 젖었다. 빨래를 수습하고, 건조대에 널고 도망치듯 나와 근처 까페로 갔다.

세탁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사야하나, 고쳐야 하나. 5만원짜리 중고 가전제품이다보니 자칫 수리비용이 더 들것만 같다. 어차피 무상수리기간도 끝난마당에 출장비에 부품비까지 더하면, 돈 10만원은 훌쩍 깨질게 뻔한데. 그렇다고 새로 사자니, 가장 저렴한 모델도 30만원이 넘는다. 아껴서 살겠다고, 중고를 산 게 오히려 돈이 더 든다. 그래도 한 일년 매일같이 썼으니 나로서는 꽤 잘 써먹은 셈이긴 하지만, 입맛은 여전히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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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졸업하고나서 겨울에 동호를 만난적이 있다.

한창 부자에 대한 이야기가 뜨고 있을 때 라서, 책과 미디어에서는 온통 “부자가 되는 법”을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동호가 읽은 책을 이야기 했다.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책이었다. 거기서 들은 얘기가 10년이 넘은 지금도 생각난다.

“결단을 하는 연습을 하라.”
결단을 하라니, 처음 들었을 때는 뭐 이런 말이 다 있나싶었다. 살면서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선택과 결단은 미묘하게 다르다. 결과에 대한 각오가 있는지 여부다. 선택은 다소 소극적이다. 결단은 이미 심사숙고했고, 최악의 사태도 고려했다. 그러므로, 결단을 한 사람은 망설이거나, 돌아보지 않는다. 선택을 한 후, 본의 아니게 실패를 경험하면, 망설이기 시작한다. 핑계를 대고, 피할 궁리를 한다. 후천성 결정장애는 그렇게 나타난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종종 결심한 내용을 글로 쓰라고 한다. 그러면 이뤄진다고 한다. 이뤄지나? 이뤄진다. 적어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이제 생각은 몸뚱아리를 가진 생물이 되었다. 그래서 그 글은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처지를 글쓴이에게 보여준다. 거짓말이 되어, 생명을 다하는 순간을 지켜볼만큼 간이 큰 사람은 많지 않다. 결단의 순간도 이와 갈다. 결단을 하지 않으면, 글로 남길 수 없다. 모호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면, 내 행동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마음을 먹었으니, 몸만 움직이면 되는 순간이 남은 셈이다.

사소한 할 일이라도, 노트나 다이어리에 쓰는 습관을 들인다. 그리고 계속 쳐다본다. 스마트폰에 쓰는 것과는 다르다. 쓰면 익숙해진다. 머리에 남기 때문에, 자꾸 생각난다. 그래서 내가 쓴 것을 먼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일을 하나씩 해나가면, 걱정거리가 하나씩 줄어든다. 작지만, 힘이 담긴 결단을 매일 하는 셈이다. 해 놓으면, 그것은 나에게 성공이 된다. 그리고 후에 큰 성공을 할 수 있는 경험으로 남는다. 그것이 내가 불편한데도 자꾸만 뭔가를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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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나 도서관을 거닐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으면, 다음 책도 그와 비슷한 책을 보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면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물론, 서로 다른 주제가 머리안에서 뒤섞여서 좀 더 괜찮은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으니까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않냐는 말도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가 머리밖으로 나올 때나 의미가 있다. 머리안에만 있을 때는 어지럽다.

하루종일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저녁에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하면, 상대방은 주제가 중구난방으로 넘나드니 이야기의 끈을 끝까지 잡고 있기가 곤란하다는 말도들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사는 사람사이에서나 호평을 받을 만한 글읽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만, 누구나 필요하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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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연습 연습

영어로는 트레이닝. 하루종일 하는 것도 좋지만, 매일 하는 게 좋다. 계속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연습해야 잘 할 수 있다. 그게 그림이든, 음악이든, 프로그래밍이든 하다 못해 운동이든. 내가 잘 하고 싶은 게 있거든, 매일 하고 볼 일이다. 하고 싶다면, 매일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테니. 그러니까, 사랑한다면 매일 하자. 거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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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
닐 블롬캠프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고 나니, 은하철도999의 철이가 생각났다.

기계몸을 가지고 싶어, 기차를 타는 철이. 기차가 도착하는 곳에 가난한 사람들도 기계몸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자지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가졌는지 어쨌는지 결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이 오면, 인간은 기꺼이 기계가 되려고 할까.

인간이 아니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면, 살아나가려고 할까. 로봇이 치안을 담당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주인공인 메이커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그 인공지능을 폐기처분 직전의 로봇에게 이식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불완전한 몸을 가진 로봇 채피는 시간이 지날 수록 인간의 욕망을 배워간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에서 박사는 완벽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결코 깨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깨어나게 하는 방법은 한가지 감정으로 몰아가는 방법이라고 했다. 완벽하지 않은 무언가가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채피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불완전한 신체와 환경을 본다. 그리고 스스로의 욕망을 갖게된다.

우리는 모두 나사가 몇 개씩 빠져있다. 완벽하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을 탓하면서 살아간다. 어찌보면, 그런 모습들이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게만드는 에너지 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하고, 로봇과 인공지능 주변에서 살아갈 것이다. 배고프지 않고, 피곤하지 않고, 더 이상 힘들지 않은 세상이와도 우리는 뭔가를 더 원할까. 그 때가 되면 다들 어떻게 살 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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