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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투게더"  왜 이 단어를 보니까 입안에 알싸하게 뭔가 먹고 싶어지는지 모르겠군요. 요즘 오후 되면 특히 땡깁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협력'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협력'이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약해진 협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주제입니다.


2. "내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 능력, 즉 대화를 나눌 때 남의 말을 듣는 기술이다. 협력을 하나의 실기로 탐구하고자 했다.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우리는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해야 한다."


3. "관찰하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를 잘 할 수 없다."  영국의 한 변호사가 남긴 이 귀중한 말은 '대화의 본질'을 환기시킵니다. 대화라는 테크니컬한 단어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반응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대부분 소통의 기술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선 더 세밀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것을 해석하고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마 이 부분이 '협력'을 위한 첫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4. "팀 경기나 사업상의 거래를 해보거나, 아이들을 여러 명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호 협력과 경쟁이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인간에게 확고하게 내재해 있는 감정인 공격성과 분노가 경쟁의 저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리허설, 대화, 제휴, 공동체, 작업장은 이 파괴적 유혹에 대항할 수 있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선의(善意)의 충동 또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이들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경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5. 요즘 MBC '진짜 사나이' 보셨어요? 어리버리하고, 뻣뻣하던 연예인들이 '내가 꾀부리고, 잘 못하면 여러 사람이 나때문에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완전 '군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환경과 훈련과 반복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군대를 다녀와도 일편단심 민들레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스라엘처럼 전 국민의 현역, 예비역화를 만들 수도 없고..아뭏든 군대라는 조직만큼 '협력'을 뼈저리게 각인시키는 커뮤니티가 없을 것 같습니다. 


6. '협력'을 위해선 '교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모든 동물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경험이라고도 부릅니다. 자극과 반응이라는 단어로도 대체되지요. 지은이는 고등영장류 사이에선 '교환'이자의식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즉 모든 영장류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를 곰곰히 생각하며, 여러 다른 종류의 교환을 실험한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머리굴림의 역사와 전통이 오래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7. 지은이는 젊은 사회학자였던 1970년대에 보스턴 미국인 백인 노동자 계급의 가정 약 1백여 가구를 인터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보고 있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의 업무는 거의 대부분 '영혼 없는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 '한 장소에 고정된 작업' 즉, 노동의 기계적 분업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러한 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은이는 그러한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강력한 비공식적 연대를 통해 그런 고정된 작업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비공식적 관계는 사회적 삼각구도를 이루는 세 요소가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었답니다. 노동자와 관리자들의 신뢰와 존경심, 노동자들간의 격의없는 대화, 노동자들의 간의 협업.


8. 자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요? 직장 생활 해피하십니까? 일은 둘째치고 인간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벽은? 그 때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상황은 대체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서로 간의 업무상의 연대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은이는 이런 표현을 하는군요. "그들 중 대다수가 자기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 장소에서 맺어진 연대가 부박하고 피상적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해했다." 

 이 말에 자유로운 사람은 진짜 자유인입니다.


8. 그렇다면 약화된 협력을 어떻게 더 끈끈하게 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이를 '사회적 수리(social repair)'라는 말로 대체하는군요. 맞습니다. 고쳐 써야지요. 수리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파손된 물건을 새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기능을 개선시키거나,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를 좀 더 세련된 용어로 바꿔보면, 복원(restoration), 교정(remediation), 구조변경(reconfiguration)입니다.


9. 이 책을 2/3 이상 읽으면서 느낀 점은 비교적 진단은 잘 내리는 듯 한데, 처방이 좀 약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콧물이 질질 흐르고, 목이 부어서 침도 잘 삼키지 못하는데 '닭고기 수프' 드시고 푹 쉬세요~! 라는 진단만 나오는 듯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닭고기 수프든 꿀물이든 먹어봐야겠지요. 


10. 마지막에 건진 처방은 "사기를 복구하고 상처를 회복하라'는 수프입니다.

  사기(士氣, 씩씩하고 굽힐줄 모르는 마음가짐).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사기에 대해 상당히 엄격했다는군요. "정신 똑바로 차려! 허우적대지 말고 제대로 해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고서를 통해 우울증이라 규정된 사기 저하가 전염병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진국 인구의 거의 4분의 1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구의 15퍼센트가 그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의학적 우울증 환자의 치료법으로 '협동적 행동'이 제안되기도 하지요. 이는 프로이트가 생각하고 실행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노래를 부르거나 청소를 하게 하는 처방이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11. 리뷰 마무리는 프로이트 영감님에게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한 인물에 대해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집착하는 경우 우리는 그 다정한 사랑 배후에 무의식 상태로 은폐된 적대감이 있음을 발견한다."  [토템과 터부]


12. 이 책의 제목이자 키워드인 [투게더]는 결국 내가 어떤 공동체(가족, 학교, 직장 나아가서 사회)에서 유리되었다는 존재감에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로 회복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지요? '자기 존재 감각'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이고, 합류할 때 회복되는 것이지요. 이런 그림을 함께 그려보시지요. 긴 줄넘기 줄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10사람 정도 줄을 서 있군요. 한 사람 한 사람씩 발이 걸리지 않게 합류해야 합니다. 자, 다음은 내 차례 그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뛰어듭시다. 그리고 함께 갑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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