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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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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의(定義)를 국가 공동체의 용기에 대한 정의로 받아들이게, 그러면 올바로 받아들이는 것이네. 자네가 원한다면, 용기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논의 할 수 있을 걸세. 지금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정의인 만큼,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논의한 것으로도 충분하네."


플라톤을 만납니다. 좀 더 폭넓게 그리스, 로마시대의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14세기 말부터 시작된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은 중세 1000년의 암흑시대를 종결시키고 아름다움(美)에 대한 새 가치창조가 극에 이르는 문화혁명을 이뤘습니다. 다시 그리스, 로마시대의 인문학이 부활된 시기입니다.


IT 산업과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은 분초를 다투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허전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생명공학에서 조차도 과연 진정한 생명력이 존재하는가 의문스럽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머리는 이성적일지 몰라도 감성지수는 별로인 듯 싶습니다. 


요즘 그리스, 로마 문명이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의 고전작품까지 가기엔 너무 먼 길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도 만나보고 싶어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또는 '희랍인 조르바'가 수십 년만에 다시 부활되어 이름이 불려지고, 읽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자들과 비교는 할 순 없겠지요. 


인문학이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그리스 로마의 고전은 '지식의 찬란한 첫 새벽'이라고 불리울만 합니다. 기원전 5세기 철학자 플라톤이 운영하던 '플라톤 아카데미'는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아카데미아에서 아테네 리더들에게 파이데이아(Paideia) 즉, 인간됨의 본질에 대해 교육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 [국가]는 플라톤이 정계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대화편의 그리스어 원제는 Politeia 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라틴어 Respublica로 번역되면서 지금은 어디서나 으레 '국가'라고 번역되는데, 그 의미는 오히려 '정체(政體)'에 가깝다고 합니다.  플라톤의 저술은 편의상 초기, 중기, 후기 작품으로 구분됩니다. 초기 대화편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후기로 갈수록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플라톤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2권은 '정의'가 키워드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올바른 삶이 올바르지 못한 삶보다 더 낫다는 세 가지 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올바른 사람은 현명하고 훌륭하지만 불의한 자는 무식하고 나쁘다. 둘째, 불의는 내분을 조장하여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한다. 셋째, 올바른 사람은 불의한 자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정의의 정의는 그 오래전 부터 앞으로도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의가 시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3권에선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성격이 형성되기 위해선 역시 훌륭한 예술의 중요성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애정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과 결부시킵니다.   4권에서는 '국가'를 논하면서 '국가의 정의'까지 옮겨갑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국가 내의 특정 집단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극이 원론적인 논지를 펼칩니다. 그러나, 사실 아직도 이 단순한 진리가 적용되지 않는 사회나 국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5권에도 이어집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상 국가의 이론적인 본보기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부분이지만, 문자 그대로 이상적인 이미지는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왕이 철학자가 되거나, 철학자가 왕이 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철학자들이 사물에 대한 지식에 실무 경험을 축적한다면, 당연히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논지가 6권에 이어집니다. 이어서 지도자의 역량을 용기, 정의 같은 미덕을 갖춰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고 이해가 빠르고 기억력이 좋고 성실하고 절제 있고 도량이 넓고 우아하고 세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주요 공직자 인선 과정에 바람 잘 날 없는 '푸른기와집'에 적어서 보내주고 싶은 내용입니다. 


7권에선 수학과 문답법(問答法)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8권에서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은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정리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와 개인 간의 유사성을 다시 강조합니다. 불의한 정체(政體)의 네 가지 유형을 개인과 대응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불의한 정체(政體)의 정체는 이렇습니다. 크레테 또는 스파르테식 정체, 과두제(寡頭制), 민주제, 참주제(僭主制) 이 중 참주제를 말기적 질병이라고 표현합니다. 


"신적인 피조물은 완전수(完全數)를 포함하는 주기를 띠지만, 인간 피조물의 수는 같게도 하고 같지 않게도 하며 성장하게도 하고 쇠퇴하게도 하는 일련의 수(數)들의 근(根)과 제곱이 세 개의 거리와 네 개의 한계를 포함하면서 성장함으로써 만물이 상통하게 하는 최초의 수야..."  

수학이 철학의 영역내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부분이 이어지며 펼쳐집니다. 기하학도 함께 합니다. 


위의 네 가지 유형 중에서 '민주제'가 어찌 불의한 그룹에 들어갔는지 궁금했습니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됩니다. 과두제가 민주제로 변하는 것은 과두제가 지향하는 선(善), 즉 최대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욕망 속엔 참 치사스러운 전략이 숨어있군요. 과두제 국가들의 치자(治者)들이 자신들의 권력이 부에 근거하고 있기에 방탕한 젊은이들이 재산을 낭비하고 탕진해도 이를 벌률로 제재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이런 젊은이들의 재산을 사들이거나 그것을 담보로 돈놀이를 하여 더욱 더 부자가 되고 더 존경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병약한 몸이 외부에서 오는 작은 충격에도 중태에 빠지듯, 아니, 어떤 때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자기분열을 일으키듯, 그런 상태에 있는 국가도 사소한 일을 계기로, 즉 한쪽은 과두제 국가에서 원군을 끌어들이고 다른 쪽은 민주제 국가에서 원군을 끌어들이면 병들어 자기들끼리 싸움을 할 것이며, 때로는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내분이 일어나지 않을까?"


9권에선 올바른 사람이 불의한 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군요.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인간은 지혜를 사랑하는 자, 명예를 사랑하는 자, 이익을 탐하는 자 중 지혜를 사랑하는 자의 판단에 따를 것을 믿어야한다고 합니다. 지혜와 경험과 이성에 근거한 그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권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의가 받게 되는 보답들을 언급합니다. 

"...따라서 내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혼이 불멸하며 어떤 악도 어떤 선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끊임없이 향상의 길을 나아가며 가능한 방법을 다해 지혜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래야만 우리는 이승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경기의 우승자들이 상을 타가듯 우리가 나중에 정의의 상을 탈 때도, 우리 자신이나 신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네. 또한 이승에서도, 앞서 우리가 이야기한 천 년의 여로에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걸세."

 

역시 고전(古典)읽기는 고전(苦戰)입니다. 머리좀 식히고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내용을 떠나서 대화와 토론의 기술을 익히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플라톤 영감님이 당신이 쓴 책이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것엔 탐탁치 않게 받아 들일지 몰라도 말하는 입만 있고, 듣는 귀가 없는 현실. 듣고 말하는 것이 훈련이 안 된 요즘 세태에 '듣고 말하기 기술'을 익힘에도 일조를 하리라 생각듭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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