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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인 소설을 읽는 건, 한 인물의 생애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과 인종, 성격 따위는 상관이 없습니다. 좋은 소설은, 아무리 기괴한 주인공에게라도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자나 간악한 독재자라고 해도 말이지요.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자신을 더 자세히 봅니다. 더 나아가 모호한 인간의 심연을 가늠하려는 태도를 갖게 되지요. 그런 이유에서 좋은 소설은 우리를 여러 번 살게 합니다. 간혹 소설보다 현실이 더 소설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요. 그건 사실입니다. 소설은 잘 짜여진 픽션이지, 절대 현실이 아니니까요. 12월을 떨리게 해 줄 신간 소설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리플리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강렬합니다.
리플리 시리즈는 3권까지 나와 부득이하게 3권을 다 추천하는 상황이 되었군요.
태양은 가득히,나 재기발랄한 단편집에서도, 퍼트리샤의 시니컬함은 유지됩니다.
세상을 경멸하고 같은 여자를 증오했던(그러나 그녀는 여자를 사랑한 레즈비언이었습니다) 퍼트리샤의 냉소는 매우 유머러스합니다.
역사상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패스라는 성찬(?)이 과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만큼 퍼트리샤는 신뢰를 주는 작가입니다.
2. 정신기생체
콜린 윌슨이 소설도 쓴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아웃사이더'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세계의 불가사의'를 밝히고, 인간의 '잔혹'을 시대별로 화려하게 고발했던 그의 소설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펼쳐낸 저서들의 면면만 봐도, 얼마나 특이한 소설일지 짐작이 됩니다.
특히 본인이 '아웃사이더'의 정신을 잘 살려 써낸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겠지요.
소설로 철학하기라는 대목도 흥미를 끕니다.
과연 좋은 비평가는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요?
뛰어난 시인이 소설가를, 소설가가 비평가를 겸업한 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역시 희소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인류의 마음에 기생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
많은 과학, 사변 소설에서 등장했던 그 주제를 콜린 윌슨은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3. 열 세 걸음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니!
중남미 작가들 덕에 유명해진 그러한 소설 기법을 모옌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니 매우 기대됩니다.
중국문학은 체제의 보수성 때문에 더 풍자성이나 환상성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회적으로 비껴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죠.
덕분에 오히려 작품이 더 풍성해지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미로처럼 흥미진진해질지도 모릅니다.
모옌의 소설에 처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영미, 일본, 유럽, 러시아 작가들에 한정되어 있던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모옌을 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전쟁과 여자, 라니요.
얼마 전에 히틀러의 최후 14일을 다룬 '몰락'을 봐서인지, 더욱 끌리는 작품 소개였습니다.
어쨌든 전쟁에서는 노약자와 아이, 여자는 배제되는 것이 일종의 '인간다움'이었으니까요.(그렇다고 남자를 죽이는 것이 용서받는 건 절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전쟁에 직접 뛰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5. 지옥설계도
제목부터 일단 심상치 않군요.
스토리텔링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의 소개만 읽으면 정말 엄청난 소설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게임과 문학을 결합한 소설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팩션과 스토리텔링에 특히 주목해온 작가라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