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는 멍청하지 않아 - 초등 4.5학년 온누리동화 12
A.노르덴 글, K.요아노비치 그림, 경기대학교 아동-청소년 문학연구실 옮김 / 온누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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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짧은 문장 몇 개를 읽는 사이 쉽게 이 책으로 빨려들어감을 느꼈다. 어째 재미있을 거 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는데, 한 페이지 정도를 읽자 계속 읽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에 내가 왜 이 책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졌나 되짚어보니 제목에서 느껴지는 주제가 감지되어서였던 것 같다. 왕따 문제..그런데 이 책은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은 아니다. (넓게 봤을 때 그것과 상통하긴 하지만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부딪치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가졌던 바로 그 문제, 편견이나 선입견. 어린 아이들 스스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런 편협한 사고나 가치관을 수정시켜주는 좋은 책이다. 그런데 가르침의 냄새가 전혀 없어서 거부감이 없다.

'엄지소년 닐스'를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지나치게 짧은 문장이다 싶은, 그런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편이 이런 감동을 줄 수 있구나' 였는데 이 책 역시 짧은 문장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10살 전후 아이의 심리를 참 섬세하게도 드러내었다. 그래서 쿵!하는 울림은 없어도 연못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듯한 감동이 인다.

'엄마는 필립이 형제 없이 자라는 것과 온 신경을 필립에게만 쏟는 것은, 엄마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봐주는 것이 필립과 엄마 자신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필립의 부모가 가진 합리성과 냉철함은 언뜻 보이는 부분이지만 본받고 싶은 부분이었다.'전 엄마 아빠의 아이에요, 엄마 아빠는 다른 집 아이는 놔 두고, 저만 사랑해야 한다구요,'우린 너를 사랑해' 엄마가 필립을 끌어 안으며 말했습니다. '아주 많이!' 자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갈까...필립을 존중해주면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필립의 부모들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이 책은 필립과 필립의 집에 맡겨지는 미리암이 주인공인데 내가 자꾸 부모 입장이 되어서 초점이 좀 빗나갔다. 여튼, 한가지 사족을 달자면 미리암의 나이가 일곱살로 나오는데 미리암 스스로 밝히는 나이는 일곱살 8개월이다. 우리 나이로 하면 8살도 되고 9살도 되는 나인데, 아이들이 읽을 때 일곱살이 하는 행동치곤 너무 조숙하다 싶은 면이 있어서, 아이들이 위축감을 가실 수 있다. 그런 차이를 부모가 좀 짚어주었음 한다. 그리고 책의 표지에 4,5학년을 위한 동화라고 되어 있는데 책을 잘 읽는 1학년 아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더 유아에게도 엄마가 읽어주면 참 좋을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가지는 그런 심리는 오히려 4,5학년 보다 더 아래의 나이에 가지고 그 이후 고착화 되기 쉬운 것이기에 그 이전에 읽힐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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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일곱 아이들 - 세계 아동문학상 수상작 5
이브 가넷 지음 / 유진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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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일곱 아이들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재밌게 읽었던 어떤 동화를 생각나게 하였다. 동화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빌헤름이니 오토니 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은 생각난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이 동화와 함께 작은 아씨들류의 가족 성장소설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이 동화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밝고 힘차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한 아이 한 아이가 겪는 에피소드 위주로 끊어져 있어서, 장편이지만 저학년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남녀 구분 없이 재미있어할 요소를 갖추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재치있는 문장으로 흥미있는 사건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지는 가운데 잔잔한 가족애와 인간애를 맛볼 수 있었다. 어른 입장에서 보면 물질적으로 풍족한 도시 속에서 개성을 잃어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또 흥미로운 것이 엄마, 아빠의 모습인데, 여기 나오는 엄마와 아빠는 각각 세탁일과 넝마주이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사는' 일을 하면서 일곱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연히 넉넉한 살림을 할 수 없는데, 언제나 당당하는 것이 신선했다. '이웃 사람들은 조와 로지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것이 불쌍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어리숙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당사자인 넝마주이 부부는 이 엄청난 수의 아들과 딸이 자랑스러웠다'에서 보여주듯이 남의 눈에서 자유로우며, 긍정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직업이나 지금의 생활 형편으로 아이들에게 맘껏 퍼주지 못함을 기죽어하는 요즘 부모들이 본받을만한 인물형이다. 일단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처한 처지에 당당한 그네들의 행동은 아이들에게도 이어져 아이들이 말그대로 밝고 건강하게 자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뿐더러 물질적인 것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웃음속에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 너무나 착한 어른들이 등장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아이들이 재밌어하고, 그것이 바로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동화의 특질이라고 하면 할 말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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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으로 오세요
공선옥 지음 / 여성신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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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울컥 모질게 내뱉은 말에 작은 애가 저쯤 가서 훌쩍거린다. 먹어라 먹어라 할 때는 안 먹는 애들이 내가 좀 일을 한다 싶으면, 그렇게 배가 고픈 것인지, 티비 보면서 누워 있는 애비는 솥에 있는 밥 떠주는 일도 못하는 것인지 밥은 꼭 엄마가 챙겨줘야 하는 것인지...냄푠 들으란듯이 밥그릇을 놓으면서 '어유, 지겨워'
한마디 내뱉고 난 후,

하필이면 이 글을 읽을게 뭐람. 작가는 이렇게 얘기했다지...
'화장을 예쁘게 한 여자는 아름답다.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아름답다. 좋은 옷을 입은 여자도 아름답다. 그러나 화장하지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남루한 옷차림을 한 아이 딸린 여자가 노동하는 모습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

모성처럼 지긋지긋한 것이 없다. 어미라면 그런 느낌을 한 번쯤은 다 가져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내팽개치고 싶어도 내팽개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모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어떤 행위를 요구하고 정신력을 실험하기에...'수수밭으로 오세요'는 어미의 마음을 얘기한다. 이 책을 읽고 어미의 마음을 생각하고 있으니 일단 의도는 성공했다고 봐야겠지.

이 책의 주인공인 필순은 내게 어미보다 여자로 읽혔다. 사실은 그게 그건데 이렇게라도 구분이 하고싶다. 가련한 생명을 품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지어낸 것이 아니라 그래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미도 여자이고 인간인 것을 담담히 잘 그려냈다. 어미 얘기를 하면서도 여자인 필순의 심리묘사가 생생하다. 어미와 인간, 두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조선 여성들의 삶은 신산하다. 지식인의 허위의식이나 안되는 건 안되는 그런 인생의 이면을 긁어주긴 했는데, 더 후벼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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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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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 손으로 전해진 느낌은 따뜻함과 순후함이다. 조화로운 삶, 두부와 연결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책장을 여니 목록 페이지의 재질과 글과 그림이 마음을 짠하게 빼앗는다. 단숨에 읽힌다. 지은이의 이력은 단숨에 살아진 그것이 아니련만 그의 야생초 편지는 그만큼 쉬운 호흡으로 읽힌다. 지은이는 글중에서 자신의 교만에 대해 얘기했지만, 지은이가 낮아져서 쓴 겸손의 미덕이 그대로 느껴져서겠지...날씨가 따듯해져서 들풀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이 책을 들고 들풀 맞이를 하고 싶다. 그렇게 가만히 사계절을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헝클어져서 제대로 풀어내기가 힘들다. 내 삶이 미안하기도 하고, 지은이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동지를 찾은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다. 편지글이라 쉽고, 그림이 훌륭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빌려 볼 책이 아니라 사서 볼 책이며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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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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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프랑스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뤼즈 보도라는 할머니가 살았어./할머니 아들은 아프리카에서 파충류를 연구하고 있었지./어느 날 아침에, 우체부 아저씨가 도넛처럼 생긴 이상한 소포를 가져왔어./보도 할머니는 소포를 열어 보고 꺅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할머니의 아들이 생일 선물로 뱀을 보냈지 뭐야./

‘크릭터’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보아뱀은 보기만 해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존재다. 그런 크릭터를 보고 뤼즈 보도 할머니도 처음엔 ‘꺅 비명을 지르고’ 만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뱀이 자신을 해롭게 하는 뱀인지 아닌지 먼저 ‘알아보기’를 한다. 그리고 독사가 아닌 것을 안 다음엔 애정을 쏟아 보살핀다…그 이후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처음엔 경악스런 존재도 마음을 열고 사랑을 쏟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이렇게 말하면 너무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동화 같은 느낌인데, 크릭터는 그런 책은 아닌다. 크릭터-자연이나 외로운 존재-를 상징하는 연두색, 그리고 인간과 문명을 상징하는 주황색(살색?)으로만 대비된 그림에서 도식적이거나 교훈적이거나 하는 말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틀이 지어지지 않고 열려있는 공간에 쓱쓱 그린 펜그림은 크릭터가 인간과 교류하는 비현실성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단순한 매력이 있다.다만 토미웅게러가 미국에 살 때 그린 그림책이어서 알파벳이 나오는 것 같은데, 차라리 불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마지막에 '공원'이란 단어를 불어로 처리했듯이...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며 세상을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즐겨 읽어서 좋다. 아이들도 이런 세상을 꿈꾸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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